소소한쥬씨 2018. 4. 22. 05:50



이것은 잠시 임보했던 고양이 밍밍 이야기.


밍밍은 성격이 정말... 진짜.. 내가 사람하고도 이렇게 안 싸워봤어...

내가 얘랑 살면서 어떤 반려동물이든 환상으로 시작해서 키우면 절대절대 안된다고 느낌.

반려동물은 귀엽다고 무조건 키우면 안됨. 질좋은 생활을 어느정도 포기할 각오로 시작해야함.

그렇다고 무턱대로 화를 내거나 혼내도 안됨. 얘네는 사람이 아니니까...

고양이도 주인도 같이 살기위해 훈련을 받아야해.

나도 잘 알았으면 밍밍이랑 같이 사는 동안 조금 덜 싸울 수 있었을텐데.



밍밍은 고양이 치고는 식탐이 너무 많아서 밥 먹을때 고생 꽤나 했음.

아니 무슨 놈의 고양이가 닭볶음탕에 환장을 해..?

상에 앉아 먹고 있으면 느낌이 이상해.. 그러다 아래를 쳐다보면 밍밍이 아래에 누워 내 눈치를 보고 있음.

이러고 보고있음. 


내가 잠시 다른데에 눈을 돌릴라치면 손만 빼꼼 내밀어서 뼈를 훔쳐가려함.

음식 가져갈까봐 계속 감시해야함. 안 그럼 어느새 뼈 하나를 훔쳐 소중히 품에 쥐고있는 녀석을 볼 수 있음.

안돼...이놈아... 너 이거 먹음 아야해... 빼앗으려하면 하악거리면서 손을 물어버림.

치킨에도 미친듯이 반응함. 닭고기를 좋아하나 싶어 닭고기 맛 간식을 사줬는데 그건 입도 안댐. 이놈새끼 뭐지...


쓰레기 봉투는 묶으면 무조건 바로바로 내놓아야함. 숨겨놓거나.

내가 쓰레기 내놓으려고 싱크대 찬장에서 묶은 쓰레기 봉투를 꺼내놨다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적 있음.

그날은 진짜 재앙이었다. 1분사이에 처참하게 줘터진 쓰레기봉투가 나를 반김.

밍밍은 그 난리통 안에서 행복하게 소세지 껍따구를 핥고 있었음. 아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다.


뭔가를 먹으면 설거지도 바로바로 해야함. 잠시라도 두면 안 됨.

한번은 자기전에 간짬뽕을 먹고 냄비에 물을 부어놓음. 그날은 너무 피곤해서 설거지 내일 할래.. 하고 양치만 하고 누움.

한참 자는데 어디선가 찰박거리는 소리가 나더라고....

순간 오소소 돋는 소름에 벌떡 일어나니까 Aㅏ.... 밍밍아... 앞발이 새빨개진 밍밍이가 그 앞발에 혀를 쭉 내밀다 나와 눈이 마주침.

진짜 헐레벌떡 뛰어가 애 앞발을 잡아챘으니 망정이지 좀만 늦었어도 먹을 뻔... 새벽에 울면서 동물병원 갈 뻔 했다.

물론 놀라서 눈물 찔끔거리며 그 새벽에 밍밍이 앞발 씻겨줌. 이놈새끼야.. 그 손으로 그루밍이라도 했음 너 난리났어 임마...



전에 키우던 주인이 출장을 자주 나가서 출장 갈 때마다 사료를 한통을 쏟아붓고 나갔었다고 했다.

밍밍이는 8개월이 다 되어갈 무렵까지도 이름도 없이 그렇게 며칠을 혼자 지낸 날들이 많았다고.

오히려 주인이 없을때는 거의 먹지를 않아서 처음 왔을때 좀 마른 상태로 왔었다.

주인이 출장을 갔다오면 미안하기도 하고 애가 밥을 안 먹으니 애한테 간식을 잔뜩 사줬었다 전해들었다.

처음 왔을때도 사료는 안 먹고 계속 간식만 찾아서 고생했음.

간식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을까봐 엄청 맘 졸였다. 어찌어찌 해서 간식을 많이 줄이고 사료 위주로 넘어가긴 했는데

이것 또한 문제인건지... 갑자기 애가 사료를 폭식을 하기 시작하더라고...


처음엔 애가 사람이 옆에 있으니 잘 먹네.. 흐뭇...하고 지켜봤는데 가만 봤는데 이놈 이거 먹어도 너무 먹잖아..?

고양이 세마리 키우는 친구를 불러 밥그릇을 보여주며 물어봤었다.

야.. 얘 너무 먹는다... 이러다 비만되는거 한순간이야... 자율배식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살찌면 건강관리하기 더 힘들어져...

너 밍밍이 임보라며... 좀 있음 보내줘야 하는데 건강 관리 안 되면 애 입양보내기 더 힘들어져.

물론 쭉 같이 살더라도 건강관리는 필수야. 우리 ㅇㅇ도 병원가면 혼나. 맨날 좋아하는 것만 먹는다고.


그때 쓰던 밥그릇이 옆에 버튼 딸깍 누르면 사료가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밥그릇이었음. 내가 그걸 잠그지 않아서 계속 나왔던거였대.

그래서 잠가놓고 식사시간을 정해 그때만 버튼을 누르기로 함.


며칠은 그게 잘 지켜지는 느낌이었음. 하지만 나는 알아버림. 이 놈은 범상치 않은 놈이었다는 것을...

어느날 자고있는데 얘가 우다다 하면서 나를 밟고 지나감. 으레 있는 일이라 녀석... 하고 눈을 살짝 떴는데 보고 말았다.

앞발로 버튼을 눌러 사료를 먹는 밍밍의 푸짐한 뒷모습을..

그동안 누른만큼 싹싹 긁어먹어서 몰랐던 거였음. 세상에... 그동안 얼마나 먹었던거야... 어쩐지..!! 사료가 빨리 줄더라니...!!!


버튼을 없앰. 그냥 위에 있는 통 뚜껑을 열고 밥을 퍼주는 걸로 바꿈. 뭔가 퇴행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좀 그랬지만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며칠 후, 퇴근 후 전쟁난 집을 볼 수 있었음.

도대체... 뚜껑을 어떻게 연거야... 통을 옆으로 쓰러뜨려 뚜껑을 열어놓음. 그리고 그 속에서 수영을 했는지 온 방안이 사료밭이었음.

 결국 밥그릇 하나만 내놓고 사료통 자체를 싱크대 윗 찬장에 넣었음.

그랬더니 내가 잠을 잘 때마다 딸깍딸깍 거림. 가만히 지켜보니 싱크대 위로 올라가 그걸 열려고 앞발로 열심히 문을 흔들고 있었음.


이대로 놨두다가는 저것마저도 열 것 같아서 찬장문에 테이프를 붙여놓음.

그날 밍밍은 짜증이 많이 났는지 내 이불에 오줌쌈.


혼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물어봤더니 코를 딱콩하면서 혼내면 애기가 안 그런다네.

근데 코 탕탕을 하려고 해도 혹시 너무 세게 때리면 어떡하지 싶어서 앞에서 손만 바들바들 거리다 물림.

다른 방법으로 나쁜 밍밍이! 하면서 분무기로 물을 칙! 한번 뿌려주라는데

물칙칙이 하고 나면 언제나 희생양은 내 이불이 됨. 물 맞아서 열받은 밍밍이가 바로 내 이불에 오줌쌈.

저거 일부러 그러는거 맞음. 평소에는 자기 화장실서 오줌 잘 쌈. 근데 자기 짜증난다 싶으면 무조건 내 이불가서 오줌싸더라. 나쁜 밍밍이.


뭔가 이것저것 쓰고 싶은데 얘 식탐얘기로 삼십분을 썼네.

나머지는 나중에 또 쓰고 싶을때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