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쥬씨 2017. 4. 10. 22:12


 

내 손은 항상 축축히 젖어있었다.

추운날에 꽁꽁 얼어붙으면서도 축축한 내 손이 싫었고,

시험날만 되면 시험지를 적셔 찢어버리던 내손이 싫었고,

네 앞에 서면 더 심하게 젖었던 내 손이 싫었다.

장대비가 우산을 강하게 내리치던 그 날

두개의 우산이 나란히 걸었다

나는 너를 의식하지 않으려

자꾸만 미끄러지는 손잡이를 쉴 새 없이 고쳐 잡았다

갑자기 네가 나를 본다.

결국 우산을 놓쳐버렸다.

너는 조용히 그리고 끈질기게 나를 본다.

네가 우산을 접는다.

그리고 내 손을 잡는다.

우리는 따갑게 내리는 빗속을 달렸다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 멈췄다.

너는 몸을 돌려 다시 나를 본다.

잡고 있던 내 손을 자신의 손 위에 올린다.

똑같다 우리.

그렇게 내 손바닥에 입을 맞춘 너는

매일 매일 내 손을 잡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