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쥬씨/소소한 조잘조잘

과도한 음주는 여러모로 해롭다.

소소한쥬씨 2017. 11. 13. 21:42



20살의 새내기라면 거쳐가는 과 술자리.

그동안은 공연이다 뭐다 다들 술은 입도 못 댔던 터라 많이들 들떠있었지.

나 역시도 처음으로 가족이 아닌 타인과 함께 하는 술자리라 좀 들떴었다.


더군다나 내 앞에 내가 멋지다고 생각했던 선배가 앉아 있었음.

응원단 단장이었는데 입학식때 공연하는 모습보고 엄청 친해지고 싶어했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거기 응원단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선배는 밤새기로 악명 높은 과였고

나 역시 밤새기로 유명한 과였으나 1학기때는 정줄을 놓아버리고 응원단에 열중했었음.

내가 응원단에 아무리 열심히 매일 출석 해도 볼 수가 없었다.

연예인 같던 그 선배가 내 앞자리라니...!! 너무 신기했다.


요즘 몬스타엑스레이를 보면서 느낀건데 그 선배가 민혁과 엄청 닮음.

다만 그 선배가 머리가 훨씬 크고 광대도 훨씬 큼.

뭐랄까.. 얼굴의 모든 것이 확장된 민혁...?

이 글도 몬엑레 보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쓰는 것.


대략 이런 느낌. 웃을 때 딱 저렇게 웃음. 저기에 플러스 광대 발사 하시면서.

(하지만 미냑... 넌 너무 귀여워... 차원이 다른 귀여움이지)



선배 - 아 신입생이죠?

소소 - (두근두근) 네! 

선배 - 술은 잘해요?

소소 - 아뇨.. 잘 못합니다.

선배 - 그렇구나. 적당히 마셔요ㅋㅋ

소소 - 아 선배님. 저 응원단도 들었습니다.


이때로 돌아간다면 그 때의 나를 한대 치고 납치라도 해왔어야 했다.


[야생의 선배가(이) 나타났다!]

선배 - 그래? 응원단은 술 잘해야지! 자! 이거 부터 받아.


선배는 500ml 맥주잔에 양손에 소주 두 병을 들고 콸콸 쏟아부었다.




아... 망했다.


설마설마 했던 소주 500ml가 내 앞에 놓여지고 선배는 말했다.


마셔.


그 살벌한 눈빛에 나는 눈을 꼭 감고 마시려는데.



선배 - 원샷. 남기면 또 준다.


선배님... 물도 한번에 500ml 다 마시긴 힘든데요...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사회생활의 첫걸음인가.


결국 한숨에 들이켰다. 지옥이 다름 없었다. 미쳐 돌아버리겠네.

선배 - 선배가 주는거라 맛있지?

맛없다 하면 영구 제명당할 기세였다. 아 지금 생각해도 서럽네 진짜.



소소 - 아하하하 맛있습니다!! 역시 선붸뉨!!!

나는 살기위해 발버둥 쳤다.


선배는 그렇게 두 잔을 더 먹인 후에야 나를 풀어줬다.


[소소는(은) 치명상을 입었다!]


안주하나 못 먹은 채로 먹기 싫은 술만 잔뜩 먹은 나는 너무 서러웠다.

술집 앞에 쪼그려 앉아서 간신히 추스리는데 또 다른 선배가 다가왔다.


다른 선배 - 뫄뫄형이 먹였죠? 괜찮아요?

소소- 안녕하쉽니꽈... 저눈 괜챤숨돠....

다른 선배 - 안 괜찮은 것 같은데.. 메로나 먹을래요?

소소 - 아... 감솸돠...


먹을거 주는 사람. 착한 사람. 올해의 참된 인간상.


그리고 기억이 끊겼다.


그 후로 안 그래도 응원단으로 눈에 띄던 나는 구설수에 시달렸다.


하나는 내가 착하기로 유명한 땡땡선배를 협박해 메로나를 삥 뜯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메로나를 야무지게 해치우고 공손히 막대를 땡떙 선배에게 돌려드린 내가

나를 서럽게한 그 선배에게 바로 달려가 멱살을 잡았다는 것.




" 야 인마. 너 그렇게 사람 술 멕임 안된다. 이렇게 마시면 금방 죽어."

라고 말하며.


나는 아직도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날 두개의 과가 있었는데 다들 말이 달랐으니까.


그리고 그 선배는 원래부터 술진상으로 유명한 선배였다.

억지로 술 먹이기는 기본. 허구헌 날 술 먹고 싸우기 바빴던 인물.

나에게 술을 먹인 그 날도 내가 간 후 다른 과와 싸움이 붙어 된통 얻어 맞았다고 한다.

내 동경하는 마음은 그렇게 대면 후 5분만에 파사삭 사라졌다.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학교다니는 내내 그 선배와 절대로 친해질 수 없었다.

서로를 없는 취급하며 대놓고 싫어함. 응원단에서 유일하게 안 친한 사람이었음.

나는 그 뒤로 그 선배하고는 곧 죽어도 술자리를 가지지 않았고

그 선배는 최고 선배인 본인이 부르는데 술자리에 참가하지 않았단 이유로.


그 뒤로 내 인생모토는 절주하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