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큰일이다 이불이 너무 좋아
아침에 이불 밖을 나가기가 싫다.
떠지지 않는 눈을 겨우 뜨면
한 품 가득 순자와 민식이가 안겨있고
뜨뜻하게 덥혀진 이불의
서걱거리는 감촉이 다리에 느껴진다.
훅 끼쳐오는 더운 기운에
다리 한 짝 슬며시 밖으로 빼내면
아직은 서늘한 공기가 다리를 감싼다.
아. 이대로 다시 눈을 감을 수 있다면.




2.



잠은 오지 않고 일기는 쓰고싶고
이불 속은 좋고.
오늘은 컴퓨터를 키를 대신에
핸드폰을 부여잡고 있다.
한번 자면 기절해 버리는데
잠들때까지의 시간이 점점 더 오래 걸리는 기분.
요즘엔 좋아하는 향수를
머리카락에 살짝 바르고 자는데
좋기는 하지만 잠이 잘 오는 향은 아닌 것 같아.
외출용이라 그런지 넘나 강함..






3.



오늘 낮잠자는데 꿈을 꿨다.
딱히 좋은 꿈은 아니었던 것 같다.
고등학교때 나에게 나쁘게 했던 친구가 나왔다.
처음 이곳에 이사를 오고 전학간 학교서
한 학기 동안 된통 텃세를 당한 적이 있었다.
아마 그때로 돌아갔었나 본데
그 속에서 참 외롭고 울적했던 것 같다.
그때 손을 잡아준 너 조차도 나를 구경만 할 뿐.
멀뚱히 서서 구경만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깨고 나서 따가운 눈을 깜빡이며 잠시 생각했다.
그때 너 없었으면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까.
혼자서 이겨낼 수는 없었을까.
그때는 내가 문제인 줄 알고 나를 많이 탓했는데
성인이 되어 그 친구를 한번 만나게 되었고
나를 그토록 싫어했던 이유를 알았다.
내가 아프지도 않아 보였는데 아프다며 조퇴를 자주 했던 것이 얄미워 보였다고 솔직히 말해주었다.
그게 얄미워 보이니 모든게 싫어보였고
자신의 오랜 친구들이 나와 친해지는 것이 싫었다고
처음으로 든 생각은
아. 다행이다. 내 잘못이 아니었구나.
안도를 했었던 것 같다.
그전까진 만나면 욕을 한바가지 해줘야지 연습도 했는데
막상 저렇게 말하니 뭐 이제와서 어쩌냐 싶더라.
그리고 마음의 짐을 덜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이런 꿈을 꾸고 잠시 울적해 지다니..
아. 사과라도 받을 걸 그랬나.
나를 미워했던 사람에게도 더 미움 받기 싫어
보살인척 괜한 아량을 베풀었나 싶고.
그렇게 사람 좋은 척 했으면 까먹기라도 하던가.
참나. 나 정말 쪼잔하다.
많이 호탕해졌다 생각했는데 본질은 아직 남아있나보다.





4.



쓰린 마음을 달래보자.





https://youtu.be/9YZYQT8bvS8




모바일로 이렇게 올리는게 맞나 싶지만
며칠전 인터넷 뉴스로 혹등고래 이야기를 봤다.

하우저 박사는 혹등고래를 보호하고 있는
고래 전문 연구가인데
이 날도 바닷속에서 혹등고래 무리를 살펴보고 있었다.

원래는 서로 접촉을 안 하던 편이었는데
이날은 갑자기 고래가 강제로 접촉을 시도함
계속 입이나 꼬리로 밀치고
자신에 몸에 태워 물 위로 올려보내고
자신의 지느러미 밑에 박사를 숨기려 함.

박사는 거대한 몸으로 자신을 밀치니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당황했다고 하더라고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 태연히 물 밖에 나왔는데

사실 그 주위에 뱀상어가 박사를 노리고 있었던거야.

그러고선 영상을 봤는데 혹등고래...너 임마...
그래서 요 며칠 혹등고래에게 빠져버렸어.
털 없는 동물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는데
영상을 보다보니 귀엽고... 마음의 평화가 오고...

핸드폰 케이스에 신경을 안쓰는 편인데
지금 쓰고 있는게 모서리가 깨졌어.
그래서 이참에 혹등고래가 그려진 케이스를 찾는데
생각외로 많이 없더라ㅠㅠㅠㅠㅠㅠ
그나마 마음에 드는 걸로 사야하나 고민중이야.

아 또 혹등고래 생각하니 마음의 평화가 온다...
이제 잠을 좀 잘 수 있을 것 같아.
잘자.
꿈 좀 그만 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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