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을 보고왔습니다

14년의 긴 제작기간과 75,270명의 세계각지의 후원자들을 거쳐

어렵게 꽃피운 작품입니다.

거기에 배우와 스텝들의 재능기부까지 더해졌습니다

이런 많은 과정을 거치고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세상의 빛을 보게된 '귀향'


사실 불타는 마음에 예매를 하고 나서 잠시 고민했답니다

저는 고등학교때 국사를 배우면서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울때마다 

혼자 화나서 씩씩 거리던 학생중 한명이었고

가끔 찾아보던 위안부 관련기사나 자료를 볼때면

충격과 슬픔에 한참을 멍하니 있었거든요

픽션이 아닌 실화를 영상으로 직접 볼 자신이 없었어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이야기인지 자료나마 봤던 저로써는

이 영화를 보고 버틸 수 있을까 끝까지 다 볼 수 있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휴지한통 단단히 준비하고 보러갔습니다

습관처럼 팝콘과 콜라를 사들고 들어갔는데

광고때 조금 먹은 이후로는 손을 댈 수가 없었어요

15세 관련가라 제가 생각한 잔혹한 장면은 안나왔지만

마음이 아파서 제대로 못 본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연령에 맞추어 제작했음에도 이렇게 마음이 찢어지는데 

역사에 남아있는 더 많은 사실들은 얼마나 잔혹할지 상상이 안갑니다


보는내내 의외로 눈물이 나진 않았어요

대신 보는내내 화가나고 억울했어요

하지만 마지막에 조금이나마 깨달았습니다

귀향은 무조건 일본을 비난하지 않았어요

그 곳에는 진심이 담겨있었습니다.

그 진심이 자꾸 마음에 남아 영화를 보고나서도 아무말도 할 수 없었어요


연기를 한 소녀들도 힘들었겠지만

일본군 역을 한 분들도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은 악행들과 어린 아이들을 때리고 거칠게 다루는데

아 이건 정말 사람이라면 맨정신으로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영화를 위해 애써주신 배우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현실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마음편히 '귀향' 할 수 있을까요

조금씩이나마 후원을 하고 서명을 하고 시위를 한다고 해서

우리가 무엇을 이루어 낼 수 있을까요

나라가 아픈 역사를 잊으려 한다는 사실에 무서워 집니다


'내가 뭘 한다고 해서 달라지겠어?'


하지만 '귀향'이 예매율이 1위가 되고 상영관도 점점 늘어가며

관심을 가지게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을 하고

필리버스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를 놓지않으려 한다는 것을 보니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생존해계신 위안부 할머니들이 몇분 안계십니다

우린 얼마나 더 남은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후회하게 될까요

늦기전에 한 사람이라도 더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였으면 좋겠어요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할머니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많아요

내가 하는 작은 날개짓이 언젠가는 폭풍이 될 것 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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