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옥의 운동이 끝나고 샤워를 한 뒤, 낮잠을 잤다.
꿈속을 끝없이 내달리다 고막을 잡아채는 알람소리에 눈을 떠보니 어둠속에서 빛나는 7:13.
헐, 잠만 7:13분이라고? 미친.
갑자기 정신이 번쩍들면서 등골이 오싹하다. 나 이렇게 늦잠 잤는데 아무도 전화 안 했어?
화장이고 나발이고 옷이라도 입으려 일어나는데 별안간 발이 쑥 꺼지며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
내 방엔 침대가 없다. 그래서 낮잠을 잘 때만 안방 침대를 점령함.
나는 침대에서 떨어졌고 지금 이 집엔 아무도 없다 = 저녁 7시.
그제서야 양 쪽 무릎이 욱신거린다. 아... 나 낮잠자고 있었지.
2.
소 - 야.ㅋㅋㅋㅋ나 꿈에서 주헌이랑 놀았당!
융 - 헐 뭐야... 애잔해ㅠㅠㅠㅠㅠㅠ얼마나 사진을 들여다 봤으면...
소 - 무슨 방에 둘이 있는데 엄청 꽁냥댔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진짜 재미있었어!! 그러다 민혁이 나타남.
융 - 이젠 하다하다 삼각관계니..?
소 - 맞아! 그래서 셋이 엄청 자연스럽게 꽁냥댔어. 서로 질투 하면서도 즐겁게 놀았어.
융 - ㅋㅋㅋㅋ그게 뭐야ㅋㅋㅋㅋ삼각관계 맞아?
소 - 나중엔 방 한가운데에 불 지피고 캠프파이어도 했어.
융 - 방에서? ㅋㅋㅋㅋ어떻게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냐ㅋㅋㅋㅋ
소 - 그러게.. 제대로 된 것은 그들의 얼굴뿐...
융 - 너 전에도 꿈에 민혁이 나왔다고 하지 않았어?
소 - 웅 이번이 세번째야. 주헌은 두번째.
융 - 그정도면 정들겠다.
소 - 그러게... 이제 막 친근하고 그르네...길가다 마추지면 나도 모르게 인사하는거 아녀?
융 - 근데 셔누는? 셔누는 꿈에 안 나와? 너 셔누가 제일 좋다며.
소 - 한번도 안 나왔어ㅠㅠㅠ 내가 셔누가 된 꿈 빼고는...
융 - 연애하는 꿈 꾸는 것도 애잔한데 최애가 안 나온 것도 애잔해ㅠㅠㅠㅠㅠㅠㅠ
소 - 근데 나 주헌이랑 민혁도 좋아해ㅋㅋㅋㅋ그래서 행복했음.
융 - 너 연애하고 싶나보다. 이젠 꿈에서 연애라니... 안쓰럽구나 친구...
소 -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연애 안 한지 오래되어서 그런가..
3.
그 다음날 또 꿈을 꿈.
소 - 나 또 꿈 꿨어.
융 - 이번엔 누구야. 셔누야?
소 - 아니 이번엔 박보검.
융 - 헐. 야. 그 꿈 나한테 팔아.
소 - 요즘 네 덕분에 박보검 사진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꿈에도 나오네.
융 - 그렇게 따지면 셔누 꿈은 열번 꿔야하는거 아니냐. 암튼 꿈에서 뭐 했어. 빨리 말해. 현기증나니까.
소 - 손잡고 길을 걷는데. 내가 보검아 누나 볼에 뽀뽀 좀 해봐라ㅎㅎㅎ 했어.
융 - 아 뭐야 복학생이 신입생 성희롱하는 느낌이야....그래서 보검이가 뭐래?
소 - 거절당함.
융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소 - 걔가 뭐라 했더라... 아. '누나는 뽀뽀해줘도 연애는 안 할거잖아요.'
융 - 그래서 뭐라 했어?
소 - 우리 초면인데 뽀뽀 한번으로 사귀는 건 좀 그렇지 않니?
융 - 야 초면에 뽀뽀도 이상하지 않냐?
소 - 그러게나 말이야. 깨고 나서 이건 뭔가 했어. 좀 현타왔어. 아 뭐지.
융 - 너 연애하고 싶은 건 아닌가봐. 그저 욕망이 가득찬 변태일뿐....
소 - 아 그정도는 아닌데... 다른 사람들도 이런 꿈 꾸나? 연예인이 이렇게 나와서 연애하고 그래?
융 - 난 꿈을 잘 안 꿔서 모르겠어. 너 전엔 이런 꿈 꾼 적 없어?
소 - 나는 애초에 연애하는 꿈을 안 꿔. 아. 연애는 아닌데 뽀뽀한 꿈은 있어.
융 - 헐 누구야.
소 - 박명수.
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 - 깨고나서 얼탱이가 터져서. 꿈 속의 내가 너무 열정적이라서 더 슬펐어.
융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쳤어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
4.
댜니와 방안의 가구를 싹 다 바꾸기로 확정지음.
새로운 옷장들을 사기전에 미리 옷정리로 하는데. 어휴. 도대체 이 옷들은 다 어디서 난 건지.
이런 옷 무덤이 4개가 나옴. 아니.. 옷은 이렇게 많은데 왜 입을게 없어...
정리하면서 한탄함.
댜니 - 언니. 옷 꼬라지 좀 봐라. 이게 입고 다닐 수 있는 옷인지. 제발 이상한 옷 좀 그만 사.
소소 - 야. 이거 다 기본템이야.
댜니 - 기본템 다 얼어죽었다.
바지들을 정리하는데 스키니 진만 거진 열 개 버림.
댜니 - 언니 이거 작년에 산 옷들 아냐?
소소 - 엉덩이가.... 엉덩이가 안 들어가.... 아예 안 들어가...
댜니 - 엉덩이만 죽어라 키울 때부터 알아봤다... 아깝게...
소소 - 와.. 내가 24인치를 입고 살았어. 겨울사이에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댜니 - 겨울동안 그렇게 먹어대고 엉덩이만 키워대니까 그렇지.
소소 - 근데 아직도 엉덩이 작아.
댜니 - 그만 좀 키워.. 지금 있는 바지도 버리고 싶지 않으면...
소소 - 야 이거 반바지 어때? 너무 낑겨보여?
댜니 - 뭐야 그 팬티는? 빨리 갖다버려.
소소 - 야 원래 이런 바지는 딱 맞게 입는 거 아냐..?
댜니 - 동네에서 사각팬티만 입고 다닌다는 소문 돌고 싶으면 입고 다녀봐. 엉덩이도 제대로 안 가려지는구만.
소소 - 핫걸이 되고 싶은데...
댜니 - 그거 입고 어디가서 내 언니라고 말하고 다니지마라. 진짜.
소소 -알았어 버릴게... 근데 이거 세개 다 그런데..
댜니 - 다 버려. 이제 저것들 못 입어. 쟤네는 그대로지만 언니가 커져버렸어.
다 버리니 옷장이 반절은 비어진 것 같다.
댜니 - 언니 나 내일도 쉰다?
소소 - 그래서 어쩌라고.
댜니 - 내일은 책상 정리야 언니.
소소 - 아... 싫다....
댜니 - 언니 책상 수납장 깊숙한 곳에 숨겨진 몬스타엑스 앨범들이 많던데...그것 외에도 여러가지를 샀더군?그거 안 아까운가봐? 내가 정리하면 그것들을 다신 볼 수 없을거야.
소소 - (짜증) (원망) (증오)
5.
옷장정리를 마치고 힘이 다 빠져버렸다.
댜니는 단백질 보충을 해야한다고 족발을 시킴.
야... 나 엉덩이 줄이라며....
소주가 땡긴다며 소주 사는 김에 나도 장단 맞춰주고 싶어서 청포도 이슬을 삼.
진짜 다른 술은 다 먹겠는데 안동소주랑 소주는 진짜 못 먹겠어.
소주 맛 없어서 질색팔색함. 그리고 이상하게 소주는 세잔이상 못 먹음. 바로 훅가서 집에 가서 자야함.
근데 너무 맛있다.. 화정족발 사랑해요.
뒤늦게 먹는 저녁이라 술과 천천히 먹다보니 벌써 새벽 한시가 지났다.
내일 출근인데 술도 먹어버리고 잘하는 짓이다. 알람을 하나 더 맞췄다.
먹은 것들을 치우는데 메뚜기 떼마냥 싹 다 먹어치워 버려서 버릴게 뼈밖에 없었음.
댜니 - 아 너무 배부르다. 언니 내일 티파니30분 하자.
소소 - 너는 나 없으면 집에서 암것도 안 해?ㅋㅋㅋㅋ
댜니 - 아 티파니는 언니 없음 재미없다고! 언니 내일 일찍와! 늦게오면 나 다른 운동 할거야.
소소 - 그럼 빨리 언니 사랑해요 해봐.
댜니 - 으으 소름 돋아. 꺼져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