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15년 11월. 가족끼리 오랜만에 월미도를 감.

가는 중간중간 여기저기 들리기도 하고 워낙 오래되어서 기억이 희미함.

하지만 나에겐 너무 강렬한 기억이 하나 있으므로 사진을 보며 추리를 해볼거임.



가족들과 둘째의 남친을 끼고 월미도를 룰루랄라 감.

우리 가족은 누구를 어디 놀러갈때 누굴 잘 끼고 놀러감.

예전엔 3박 4일 속초 여행갈 때 새벽에 출발했는데 아파트 입구에서 술먹고 귀가하던 

내 친구가 우리한테 인사하다가 같이 속초 간 적 있음. 걘 짐 하나도 없어서 우리가 빌려줌.

납치는 아님. 그냥 갈래? 했는데 걔가 ㅇㅇ 갈래요. 한 거임.

근데 그런식으로 몇 번 내 친구들과 놀러간 적 있음. 아님 밥을 먹던가.





세 자매와 둘째 남친. 납치 아님. 행복해보이지 않음?

안 행복하면 저렇게 같이 사진을 찍을리가 없음. 우리 가는데 같이 낑긴거임.

물론 내가 제일 행복해 보이는 것 같긴한데...



월미도는 오락장이 진짜 많다. 그래서 도장깨기 시도.

펀치기계란 펀치기계는 다 쳐본 것 같다.

둘째가 언니가 요즘 몸에 화가 많은 것 같다고 잠시 쫄았음.





세상 진지한 대결.

둘 다 말 한마디 없이 쳐내기만 함.





사격도 하고. 현직 군인을 사격으로 이겨서 기분이 좀 좋았음.

물론 실제와 다르겠지만.

그나저나 이날은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머리가 난리였군....





애기들만 저런 기구를 탈 수 잇다는 편견을 버려... 은근히 스릴 있음.

뱅글뱅글 돌면서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무게가 쏠려

막내와 한쪽으로 쭈구려져서 탐.





나름 기념 사진도 찍음. 근데 진짜 내 동생 사진 더럽게 못 찍는다.

내 다리 저렇게 안 짧아여... 내 동생이 키가 커서 위에서 찍어주셨다. 넘하네 증말.

입에 문 것은 사격해서 딴 부부젤라.

하루종일 뿌뿌거리다 결국 둘째한테 뺏김.



오늘의 메인 이벤트.. 슬링샷.



원래는 막내가 타고 싶다고 조르는데.

가족들 모두가 외면했었다. 물론 나도 외면했음.

아니 대부분의 놀이기구가 2인용이라 내가 부끄럼을 무릅쓰고 다 타줬는데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여...애기들 사이에서 낑가타느라 민망했다고.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막내는 이것저것 하는 내내 가족들을 설득.

가족들은 단호히 잠깐의 즐거움에 목숨을 내놓을 수 없다며 거부.

막내는 그나마 잘 놀아주던 나에게 치대기 시작함.

하지만 나도 저건 싫어. 거부거부.



결국 울먹거리는 막내에게 져버림.

아니 이게 울 일이냐고. 얼탱이가 터져서 진짜.

근데 애가 너무 타고 싶어 하잖아여ㅠㅠㅠㅠㅠ타줘야지.





결국 탐.

 

기구 운영하는 아저씨가 8초면 끝난다고 나를 다독이심.

나는 8초를 되뇌이며 마음을 굳게 먹음. 그래 눈 딱 감고 8초만 버티자.

앉아서 기다리는데 별안간 의자가 뒤로 젖혀짐. 내가 너갱이가 나가서 설명을 제대로 못 들었는데 

세상에 하늘을 본 상태로 새총 쏘듯 쏘아 올려지는 거래......

나는 흐린 하늘을 보며 탄식했음. 내가 새총의 탄환이 되어 버리다니...

숨도 제대로 들이키기도 전에 나는 하늘로 보내짐.



빙글빙글 돌아가며 위로 아래로 온갖 모션을 취하며 왔다갔다 함.

8초가 8초가 아님. 진짜. 8년은 좀 오바고 체감상 10분 탄 느낌임.

고딩 때 월미도 바이킹을 타고 봤었던 주마등을 이때 또 봄.

눈을 뜰 수 없었음. 눈 떴으면 최소 기절했었을 거여...



나는 처음으로 막내 앞에서 쌍욕을 함.

주어없는 욕도 했지만 막내에게도 욕을 조금한 것 같음.

타는 내내 너무 한스러웠고 서러웠고 세상이 미웠음.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할까. 앞으로 세상 이렇게 만만하게 살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함.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너덜해진 상태로 내려옴.

근데 탈 땐 없었던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와 기구에서 내리는 우리를 구경하고 있는 것이 아님?

나는 어리둥절 했음. 보여야 할 가족들은 안보이고 왜 낯선 사람들이..?

사람들 틈 구석에 숨어있던 가족들을 찾아냄. 그리고 이유를 앎.



내가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서 사람들이 큰일났나 싶어 몰렸는데

모니터로 생중계되는 내 얼굴을 보고 다들 웃고 있었던 것.

얼마나 크게 소리 질렀냐면

옆옆에 디스코 팡팡 돌리는 DJ아저씨가

'이야 저기 슬링샷 한번 화끈하게 타는 아가씨가 있네요! 욕이 찰지구만.'

이라고 할 정도로.



가족들은 모니터의 내 얼굴을 재빨리 찍고 창피해서 구석에 도망가 있었던 거였음.

배신감이 약간 몰려옴. 그리고 나도 창피해지기 시작.



둘째는 친절하게 모니터로 생중계되는 내 사진을 찍어줬다.





너무 친절해서 눈물이 다 나오네...어우...고맙다야......너무 고맙네.....



아니 내 얼굴 뭐 저렇게 생겼냐 진짜. 지금도 조금 현타가 오는 것 같은데...

지금도 가끔 내 친구들 사이에서 짤로 쓰임.

잊을만 하면 단톡에 올라옴. 내 인생 사진임.



막내는 행복했고 한번 더 타자고 나를 꼬셨으나

내가 몰랐음 몰랐지 알게된 이상 다신 절대로 타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도 안 탈거임. 진짜. 저거 비슷한 것도 안 탈거야.



이 날의 교훈 : 슬링샷을 타기 전에 내 얼굴이 찍히는지 알아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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