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기 망할랑가 보다. 아님 진짜 내가 나가야하나.
뭐가 그렇게 난리인지 아침마다 비밀번호는 바뀌어있고 가구들 배치가 자꾸 바뀌어 있다.
미리 얘기를 안 해줘서 아침마다 헤메고 있다. 서프라이즈 이벤트냐고.
내 인생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는 이런 것들 밖에 없나.
보안이 넘나 중요하신 대표님은 오픈 하는 사람한테도 비밀번호를 안 알려줌.
그나저나 그렇게 보안이 중요하다면서 왜 몇 분 생각하면 바로 풀 수 있게 설정 해놓으신거지.
얼탱이가 터져서... 이딴식으로 번호 하나만 바꿀거면 보안 때려쳐.
그리고 자리 바꿨으면 밖으로 내놓은 서류와 잡동사니들은 다시 넣어줬음 좋겠다.
내방은 하루 이틀 더러워져도 괜찮지만 일 하는 곳이 지저분하면 넘나 스트레스 받자나여...
망치는 뭣하러 두개나 꺼내놓으시고... 망치를 공구함에 넣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한.. 3년 뚝딱거린 짬바로 여기 책상 다 부셔버리고 퇴사할까.
드릴 배터리를 분리해 충전기에 꽃아 넣으며 또 이런 생각도 한다.
드릴로 바닥에 구멍을 수십개 뚫어놓고 퇴사할까.
퇴사 하겠다고 말한지 벌써 4개월.
이 새벽에 오픈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이곳 전산을 다룰 줄 아는 사람도 나뿐이라
그만두겠다 말할때마다 한번만 한번만 하고 부탁을 받아 계속 일했다.
사실 나도 다른 곳 일 구하기 귀찮기도 하궁.. 일 빨리 끝내고 이렇게 노는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저기.. 사람은 구해보긴 하셨는지..? 인수인계를 하고 그만둬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요.
어제 네번째로 그만두겠다 말함. 씨알도 안 먹힘^^ 이번달도 그냥 일하게 생겼네...
왜 퇴사의 ㅌ자만 꺼내도 불쌍한 표정을 지으세요... 요근래 사기 아닌 사기를 당하신 터라 얼굴이 말이 아니시네.
그럼 서프라이즈 이벤트 좀 그만 하세요.. 전 기쁘지 않습니다.. 비밀번호도 외우기 힘들어요.
2.
그동안 몸이 안 좋아 미뤄왔던 운동을 했다. 와. 이거 진짜... 운동은 진짜 쉬면 안 됨.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다. 아니 일주일 쉬었다고 이러면 되것으요...?
오랜만에 보는 티파니 언니는 언제나 활기차고 나는 활기를 잃어가고...
한시간을 정신을 놓고 하다보니 댜니가 퇴근해 옆에 앉아 있었다.
댜니는 너무 춥고 머리가 아프다고 따뜻한 라면을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통 머리 아프면.. 아무것도 안 멕히고 잠만 자지 않나..?
배고파서 머리가 아픈 것일수도 있다며 뭘 먹어야 겠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게 말이여 방구여.
겸사겸사 저녁으로 나도 낑겨서 먹는데. 세상에. 너무 맛있어!!
라면을 후루룩 먹는데 댜니가 세상 애잔한 표정으로 바라봄. '언니.. 배고팠구나..'
다 먹고 '야! 이거 너무 맛있다!' 하고 소파에 잠시 등을 기댔는데 기억이 사라짐.
눈을 떠보니 밤. 세시간이 지나있었다. 나참 얼탱이가 터져서.. 나 잠든거니..? 이정도면 기절 수준인데..?
댜니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말함. 언니가 너무 행복하게 잠들어서 깨울 수가 없었다나 뭐라나.
아니.. 내가 .. 오늘 스케줄이 빡빡했다고... 공부할 것이 꽤 많아서 어디서부터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시작도 몬했네.
몬엑으로 블로그도 하나 쓰려고 했었고..민혁이 나온 정글의 법칙도 봐야했었다고...
근데 지금 시간이 몇시? 11시. 일어나야할 시간은 새벽 5시. /.....ㅎㅎ.ㅎ.ㅎ.ㅎ...
다시 자야겠네... 나는 참담한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꼭 다 해야지. 결제를 했는데 왜 못 보니..ㅠㅠ 움짤 만드는게 세상 행복한 취미인데.. 왜 그걸 못 하니..
3.
이상한 기분에 눈을 뜨니 새벽 4시.
나는 예정된 시간전에 잠에서 깨는 것이 너무 싫다. 지인짜 싫어.
일찍 깬다해서 안 졸린 것도 아니고. 다시 잠 들 것이고.. 그렇게 자면 잔게 잔 것 같지 않고...
깬김에 그냥 안 자고 새벽 산책이라도 나갈까 싶었는데... 가족들이 자고 있어서 그러지도 못했다.
요즘도 가끔씩 새벽에 눈이 떠지는 것을 보면. 5년을 넘게 자취하면서 새벽산책을 하던 버릇이 어디 못가나보다.
깔루아를 넣은 밀크티가 간절한 새벽이었다.
머리를 말리지 않고 잠들어 머리카락이 미역처럼 축 늘어져 있다.
방 안의 차가운 공기와 머리카락의 축축함이 나를 깨웠나..
다음부터는 머리는 꼭 말리고 자는걸로.
++++++현재상황
회원들이 인포에 들어오면서 나와 눈만 마주치면 웃는다.
인포 위치 진짜 개같다ㅎㅎㅎㅎㅎㅎㅎ
옆으로 돌려져 있어서 내가 뭐 하는지 다 보임. 들어오자마자 코앞에 나 있음ㅋㅋㅋㅋㅋㅋㅋ
아주머니들이 다 웃느라 정신 없음.
'소녀야ㅋㅋㅋ여기에 왜 혼자 버려져 있어ㅋㅋㅋㅋㅋ'
'그래도 예쁜 제가 가까이서 반겨 드리니까 너무 좋져ㅎ'
'ㅋㅋㅋㅋㅋ그래~ 가까우니까 더 반갑다ㅋㅋ 여기 오는 남자들 오늘 심장 좀 떨리겠다야ㅋㅋㅋ'
'아ㅋ 그럼 곤란한데ㅋ'
'ㅋㅋㅋㅋㅋㅋ 좀 있음 우리 소녀 남자친구 생기겠네ㅋㅋㅋㅋ'
'소녀야 그건 뭐야? 일기야? 어머 소녀는 어쩜 소녀처럼 일기도 쓰고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강제 사생활 오픈. 일기는 아침 일찍 쓰는걸로.
이게 말이 되는 구조입니까 진짜 골때리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