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제 여기 알바도 그만둬야 하나 싶다.
마치.. 가라앉는 배의 홀로 남은 선장 같기두 허궁...
아니 뭔놈의 일을 오픈 알바만 할 줄 아는건데...
새벽에 출근하는 것만 빼면 시급도 좋고 체력도 안 써서 나름 꿀이었는데.
사장보다 오래 일한 알바생 타이틀 별로 안 달가워..
다 나한테 물어보잖아..나한테 일 떠넘기지마... 모른다고 하지마..
서류작성 시키지마.. 매출정리도 시키지마.. 이런거 알바생이 보면 안 되는거라고...
뭔 일 생기면 나한테 묻지마.. 환불은 알아서 해.. 내가 돈 주는거 아니잖아..
직원관리 나한테 시키지마.. 나 알바라고 백번 말했다. 혼내라고도 하지마. 나 알바야.
와서 숨만 쉴거면 실장 월급 나한테 줘... 좀 있으면 나한테 PT도 하라고 하겠어ㅎㅎㅎㅎ
내가 한두시간 일하고 노는 거 같으니까 계속 일 주는거지..?
님들 다섯시간 걸려서 할 일 빨리 끝내고 노는거니까 더 시키지마.. 이거 내 일 아니야..
아 진짜 서울로 나가서 일하기 힘들어서 알바하는건데 ㅠㅠㅠㅠ
서울에 일자리를 알아볼때가 온 것 같다. 일자리가 있기는 하나ㅠㅠㅠ
나 나가면 망한다고 잡지마세여.. 저도 살아야하잖아여...
반년 더 일해드렸음 이제 된 것 같아여... 알바치곤 머리가 너무 고생하네여..
전산은... 급하면 누구라도 배우지 않을까여.. 그거 며칠 하다보면 될 거예여...
내가 가르쳐줘도 못 알아 들으셨잖아여/.. 알아서 하세여.. 포기!
아. 좋은 알바였는데.. 나한테 의지만 안 하면 참 좋겠는데 말이야..
이젠 요가와 에어로빅반 아주머니들도 그냥 일하지 말고 여기와서 같이 수업듣자고 하시네요.
에어로빅계의 혜성이 되기전에 사람 좀 구해주세여. 직원으로요.
2.
영화채널에서 타이타닉이 나옴.
크.. 디카프리오... 아무래도 나는 애기때부터 얼빠였나보다.
이거 20번도 넘게 봄. 한 때 타이타닉에 심취해서 타이타닉을 주제로한 다큐멘터리도 다 찾아봄.
애기때 비디오 대여점에서 타이타닉 비디오 자주 빌려봤었는데.
킬빌 다음으로 좋아하는 영화임.
재개봉 했다고 해서 보러갈까 했는데 티비로 보게되다니...
하도 많이 봐서 연달아 두번 보긴 좀 지루한데.. 아무래도 사랑이 좀 식은 듯..
잊을만하면 티비에 나와서 어! 하고 멍하니 보는게 묘미라고.
두 주인공 다 너무 좋아해서 20살때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또 둘이 나온다 해서 보러갔었음.
오.. 청소년 관람불가였네.. 기억이 가물가물.. 이것때문에 보러간 것은 아님. 절대 아님.
타이타닉과 달리 너무 현실적이고 무거운 주제에 환상이 깨져 마상 꽤나 받았었음.
지금 보면 생각이 좀 다르려나 싶다. 하지만 굳이 찾아볼 생각은 없음.
3.
동생 남자친구가 집에 왔다.
설날때 집에 인사드리러 못 올 것 같다고 미리 왔다고 하는데.
얘는 왜 내가 잠옷차림일때만 오는지 모르겠다.
계속 입원하고 요양하고 그러느라 못 볼 꼴 많이 보여준 것 같은데..
뭐 밤 10시에 화장을 할 수도 없고.. 이미 몇번 자고 가서 이미지 관리도 늦음.
옷도 갈아입을 새도 없어서 그냥 포기하고 잠옷차림으로 반김.
댜니가 눈치없이 내 한국사 시험지를 펄럭이며 가져옴.
댜니와 댜니남친은 사학과임. 수치스러움..씁쓸...
댜니는 얘 아직도 한국사 2급이라고 1급에서 계속 떨어졌다고 놀림.
언니는 아직 2급도 못 땄는데..?
언니는 사학과도 아니잖아 괜찮아ㅋㅋㅋㅋ
그래도 넘나 수치스럽다.
괜찮아요. 누나 수능이후로 처음 시험 보신거라면서요ㅋㅋㅋ며칠 공부 안 하셨는데 잘 보셨어요ㅋㅋㅋ
착한 댜니 남친... 결혼할 때 밀어줄게..
셋이 머리를 모아 문제 해석하는데 둘 다 몰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네이버 쳐볼거면 나 혼자 했지!
언니 이제야 알겠어..? 우리가 왜 전공으로 일자리를 잡지 않았는지..?
그래도 몇년 공부한 짬이 있는데ㅋㅋㅋㅋ
언니도 지금 당장 음향콘솔 다루라고 하면 못 다룰거잖아.
(무시)
4.
댜니가 토스트를 굽는다.
야 - 내 것도.
싫어.
좋은 말로 할때 하나 구워와라. 핵꿀밤 맞기전에.
아 싫어~ 핵꿀밤은 무슨.
너가 안 맞아봐서 그러는데 내가 말이야 주먹이 장난 아님. 고추 빻아서 주먹에 발라놓음.
아 갖다줘도 안 먹을 거잖아!
힛 들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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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니가 과자를 가져온다.
가져오면 낚아챔.
다시 가져온다.
또 낚아챈다.
다시 가져온다.
낚아채기 시도!
이번엔 방어가 강력하다.
뺏은 것을 다시 다 돌려준다.
댜니가 화가 난다. 소소를 발로 차버린다.
소소는 즐겁다.
언니는 진짜 양아치야.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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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니는 너무 귀엽다.
졸려서 자려고 하는데 댜니가 자지 말라고 보챔.
원래 얘는 가만히 있고 내가 치대는 편인데 무슨일인지 놀아달라고 치댄다.
물론 나를 깔아뭉개며 무게로 치대는 거긴 한데 적당히 무게가 있어서 포근함.
그대로 잠들려는데 댜니가 움직이다 실수로 내 허벅지 뼈와 근육사이를 발라버릴듯 찍어버림.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크게 욕함.
아 XX!
.......언니가 나한테 욕 했어...? 화를 내면서...? 언니 미워!! ㅠㅠㅠㅠㅠㅠㅠㅠ
댜니는 상처받고 방을 뛰쳐나감.
내가 많이 괴롭히긴 해도 곱게 키워놔서 그런지 내 욕에 충격 먹음.
따라나가서 한라봉 까서 멕여서 진정시킴.
정말 동생이란건 귀찮고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