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봄냄새가 난다. 봄이 오려나 보다.

봄이 오면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특히 봄비가 올 때는 이상한 감상에 젖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모든 처음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처음으로 성인이 된 기억, 빨빨 거리며 캠퍼스를 누비던, 베란다에 의자를 가져다 두고 책을 읽다 잠든 기억,

새로운 자취방의 낯선 냄새, 빳빳한 새교복,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득한 강당, 교복을 입기 싫어 투덜대던 소풍,

 앞서 걸어가던 너의 뒷모습까지도.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어가며 기억도 같이 늘어나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렇게 좀 더 나이를 먹으면 생각만으로 봄을 보내게 되는 것은 아닐지.

나는 아직 새로운 봄을 맞이하고 싶은데. 

벌써 첫 기억들을 다 맞이한 느낌이라 조금 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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