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얼마 없는 새벽타임, 같이 일하는 처지에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둘만 회사에 떨렁 있는 시간이 하루에 두시간은 넘어 아침을 사며 덩달아 산 1+1 하는 주스도 종종 드리곤했다.

윗사람이지만 권의의식이 없어보여 좋은 상사구나 싶었다.


그게 잘못이었을까.

지점을 옮기며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싶다는 제의를 거절하자

둑이 터지듯 나쁜 말을 쏟아내는 그를 보니 정말 함부로 잘해주면 안되는구나 생각했다.


전혀 이성적인 감정이 없으시다면서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을 쳤다느니 싸게 굴지 말라느니 입에 담지 못할 말들로 나를 물어뜯는데

충격을 받아도 어느정도 덤덤한 척은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하나하나 받아쳤다.

그러니 없던 권의의식이 생기시더니 업무로 나를 괴롭혔다.

이거이거이거 해. 대답. 대답해. 당장. 대드니?

연달아 오는 문자.

답장이 없으면 전화다.

일 다하면 하나하나 사진찍어서 보내.

답장해.

답장.

대답안해?

새벽에 연달아 오는 문자와 전화.


하루만에 바뀐 태도. 자정이 넘어가도 끝나지 않는 괴롭힘.

나는 좋게 말하기를 그만두고 일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조용히 인수인계까지 하고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멀리서도 CCTV로 나를 지켜보겠다는 문자에 나는 출근할 자신이 없었다.

더군다니 새벽에 혼자 출근하는데....

회사에 사실을 알렸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아침이 밖으니 문자가 한통 와 있다.

너 때문에 내 인생 망했다. 나는 억울하다. 내가 네 머리카락이라도 건드린적이 있냐고.


일주일 내내 잠을 자지도 못하고 생각에 시달렸다. 오늘 체중을 재보니 3키로가 빠졌더라구.

사람에게 환멸을 느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그러니까요. 저도 억울해요. 저는 그냥 그쪽이 사람이어서 친절히 대한건데. 왜 욕을 먹어야 하나요?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친절히 말을 걸 수도 있고 주스를 줄 수 있어요.

우리 가게에 자주 오시는 아주머니들이 무릎이 아프다고 하시면 저는 엄청 걱정해요. 아프다니까.

이것도 아주머니들의 마음을 갖고 논 겁니까? 저는 그냥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가 하루에 세번은 말한 것 같아요.

잘생긴 사람이 좋다고. 키 큰 사람이 좋다고. 이제는 연하가 대세 아니냐고.

장난같죠? 진심이예요.

굳이 찾아서 구애하고 사귈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눈을 낮추고 싶지는 않아요.

여태 눈이 낮아왔고 올라간 눈을 다시 내리고 싶진 않고 그렇게까지 연애가 하고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쪽 저보다 12살 많으시잖아요. 그 외에도 뭐가 마음에 안드냐 물어보시면 숨도 안쉬고 한시간은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양심 좀.....

그러는 너는 뭐가 잘났냐 물어보시면 저는 기본머리가 있어서 모자란 저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대답해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내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평생 그쪽보다 12살이 어리단 것을 잊지 마시고.



결과적으로 상대는 잘리고 나는 일터에 남았다.

그곳은 나에게 괴로운 공간이 되었고 더이상 사람에게 정을 주기 싫어 정든 다른 동료들이고 나발이고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일주일의 시간동안 집에 쳐박혀 나오지 않는 나를 참을성있게 위로하고 챙겨주시는 바람에 다시 일하게됨.

하지만 솔직히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오늘. 다시 일에 복귀하였지만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나의 괴로움을 눈치챈 동료들은 그래도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우리와 웃자고 계속 위로해줌. 

당분간은 집에 갈때도 돌아가며 데려다 주겠다고 나선다. 이제는 고맙다 못해 미안해질 정도다.

뭘 받아쳐먹었으니 나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은 해보겠다. 이게 언제까지 괴로울지, 버틸지, 포기할지는 모르겠지만.


내일도 괴롭겠지만 오늘보다 덜 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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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고뭐고 다 하기 싫다. 출근할때 하기 싫어서 눈물날 정도.

나가기도 싫고 잠만 자고싶은데 잠은 안오고 티비도 책도 덕질도 힘들었다.

말 그대로 숨만 쉬고 지냈다. 내 적성은 누워서 숨쉬기인듯.

일단 사람이 이만한 일로 시들수는 없으니 일도 하고 일기도 써보면서 다시 조금씩 노력해보기로 한다.

으. 벌써부터 존나 지긋지긋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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