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다녀왔다.

시위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유쾌했고 훨씬 더 찡한 부분이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니 혼자가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목소리가 엄청 작다. 관종치고 작고 나긋나긋한 말투다.

나는 내 목소리가 그렇게 크고 멋질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정말이지 내 평생 있을 수 없는 박력터지는 목소리였다.


몇날며칠을 아무것도 안 먹은 상태로 나가서 소리를 지르려니 많이 힘들었다.

다행이도 더위를 많이 안타서 밀짚모자와 린넨셔츠로 가림막을 만들어 놓고 버티니 좀 괜찮았다.

융융은 더위를 많이 타서 많이 힘들어했다. 부채질을 열심히 해줬다. 쓰러질라.



나는 거절을 해도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이별을 생각할때 얘가 없으면 괜찮을까 이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헤어질 수 있는지 고민한다.

말 한번 안해본 사람이 다가와서 번호 달라고 하면 주겠냐고.

정중히 거절을 하면 그걸 좀 받아들이는 연습 좀 해라 새끼들아.

저기요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하고 다가왔다가 거절하면 뭣도 못생긴게 튕긴다고 지랄하지 말고.

거절하면 위협하라고 누가 가르쳐줬냐. 하나같이 어디서 배워온 것 같다.

그리고 잘 아는 사이더라도 고백한다고 백프로 될거라고 생각 좀 하지 말고. 무슨 자신감이야 진짜.

화장실 한번 가는것도 힘든 세상이다.

어딜가든 렌즈가 있는지 두리번 거리며 확인한다.

이미 내가 찍힌 영상이 어딘가에 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만 화장을 안해도 어디 아프냐 아님 생얼이라고 놀리기 바쁘다.

꾸미면 남자 만나러 가냐. 어디어디는 이상한 것 같다. 품평당한다.

더워서 반바지를 입거나 좀 얇은 반팔을 입으면 요즘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하지만 내가 커피한잔 하자고 끌려갈 뻔 했을 때는 롱패딩을 입고 있었을 때였다.

웃지 않으면 싸가지 없다고 한다.

웃으면 네가 먼저 꼬셨잖아. 라고 한다.


아무리 나를 검열하고 재단하고 꾸미고 숨겨도 욕을 먹고 위협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럴 바에는 내 마음대로 하면서 살아야겠다.


나는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시위에 나간 것이 아니다.

안전하게 내 할일 하면서 살고 싶기 때문에 나갔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참. 여름에 시위를 나간다면

찢청은 입지 말아야겠다.

찢어진 모양대로 살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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