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도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시작으로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간다.
조금은 늦은 아침. 오늘도 옆 동 아주머니는 먼저 서계신다.
말 한번 건네 본 적 없는 사이 그러나 나는 내심 알고 있다.
우리는 9시 5분의 90번 파트너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다.
나는 옆 동 아주머니를 정중히 에스코트하고
레드카펫이 깔린 길을 걷듯 우아하게 계단을 오른다.
옆 동 아주머니는 기사님 바로 뒤.
나는 내 예약석, 뒷문 쪽 2인용 의자에.
거친 시동소리와 달리 버스는 부드럽게 출발한다.
나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고 볼륨을 높인다.
오늘은 날씨가 좋네.
해도 쨍쨍하니 녹아드는 느낌.
-뽀얀 느낌, 얇은 쌍꺼풀, 오버사이즈 후드에 레깅스.
오, 이거 나네.
누가 봐도 나네.
신발은 컨버스지만.
실실 실실 실없이 웃는다.
이건 딱 나인 것 같아.
혹시라도 날 보는 사람이 있을까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버스 안 이웃들 모두들 동상이몽 중.
하하 나랑 같네.
다시 고개를 돌리고 생각.
이 버스는 너와 만날 장소로 신나게 달리고 있고
조금 있으면 우리는 만나겠지.
익숙하지만 반갑게 우리는 포옹하고 마주보고 웃겠지.
그리고 말해줄거야.
네가 지금 부르고 있는 노래는 바로 나야.
따가운 가을 햇살 안에서 봄 내음을 발견한다.
입고 있는 옷에서도.
바람에 날리는 머리에서도.
내 귀에 흘러들어오는 이 노래에서도.
손가락을 피아노 치듯 무릎을 두들겨 본다.
그리고 눈을 감고 나는 미소 짓는다.
마치 내 모든 행복은 너와의 미래 속에 있다는 듯이.
눈을 뜬다. 아아, 익숙한 세상이 보인다. 이제 내릴 시간이야.
나는 너를 만나러 가듯 통통 가볍게 뛰어 내려 회사로 향한다.
안녕 이따 퇴근시간에 봐!
-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