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소는 방탈출게임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한 것도 열번은 넘을 듯. 하지만 20%미만, 최악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음.
하지만 탈출에 연연하지 않음. 걍 쟁떠는 것을 좋아함.
소소와 덕후는 방탈출 & VR 메이트임.
둘은 서울서 자취를 하는 1년동안 온갖 것들을 즐김. 가령 게임을 밤새 해본다거나..
둘 중 하나 우울한 날에 영등포 역으로 택시를 타고 가서 4D라이더 한번 타고 각자 취향에 맞는 예쁜 양말을 하나씩사고 택시를 타고 돌아올 때도 많았음. 소소한 사치랄까...
이동시간과 택시비용이 본 내용보다 더 드는 가성비 최악의 행동도 서슴치 않았음.
최근 일년동안은 방탈출에 빠져 있는데 덕후랑만 가고 있음.
하루는 방탈출을 하는데 마지막 자물쇠 하나를 못 풀어 실패를 함.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이게 너무 억울했음...
그래서 한번 더 할까... 했는데 덕후는 남자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었음.
하지만 자물쇠 하나의 미련으로 남자친구도 같이 합세해 다른 방탈출에 도전, 성공함.
사실 자물쇠 하나때문에 같은 걸 또 하기엔 그건 또 재미없어...
그 뒤로 둘이 방탈출을 하러 갔는데 재미가 없었는지 본인들 방탈출 하고 싶을때마다 나를 부름.
두명의 빡대가리들이 탈출 못 하던것을 셋이 되었다고 탈출 할 수 있을까.
그냥 빡대가리 하나가 추가 된 것 일뿐.... 그렇게 세명의 빡대가리가 모여 방탈출 모임이 되어버림.
그리고 소소는 방털기 게임을 발견하게 되는데.....
2.
저번 화요일은 방털기 게임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모임.
방탈출은 문제를 풀고 추리를 해서 방을 탈출해야 한다면 방털기는 우리가 도둑이 되어 그곳을 털면 되는 것임.
우리는 어렴풋이 느낌. 오히려 이게 적성에 맞을 수도 있겠다...!!
일단 강남과 영등포 중 강남에 있는 480번가 방털기 카페로 가기로 함.
주소는 이곳에. http://480st.com/
우리는 평일이라 널널하게 가긴했지만.. 그래도 예약을 해야 원하는 방을 할 수 있음. 예약 하세여. 간단해여.
나는 일단 난이도가 제일 낮은 은행을 털기로 함.
(방마다 난이도가 다르고 털 수 있는 금액단위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참고참고)
직원분들이 굉장히 친절하셨음.
새 운동화를 페이크 삭스랑 같이 신으니 발 뒷꿈치가 아작이 나있었는데 슬리퍼 빌려주심.
그리고 자물쇠 따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빡대가리.. 아니 멍청이는 영원한 멍청이.
셋 다 못 땀. 덕후가 5분만에 겨우 한 번 땄다. 이거이거 우리 망하는 거 아닌가여 하고 고민함.
간단한 주의사항과 배경설명을 듣고 여기서 잠깐,
이 부분은 다른 방탈출 게임과 가장 다른 부분이고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했던 부분임.
직원과 같이 상황극을 하면서 방털기를 진행한다.
일단 이름을 정하기로 하는데
직원 : 이제부터 우리는 상황극을 시작할거예요. 반말로 진행할건데 괜찮으신가여?
우리 : 넹.
직원 : 상황극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 부를 이름을 정할게여. 제가 야라고 부를 순 없으니까요.
소소 : 그럼 제 이름은 '야'라고 하겠습니다.
직원 : ...네? 야....요..? 조금 부르기 껄끄러운 이름이네요... 괜찮으신가요?
소소 : 넹.
덕후 : 그럼 저는 '너' 라고 하겠습니다.
직원 : ....(포기)
덕후남친 : 저는 그냥.... '루이스' 할게요.. 도저히 저런 이름은 못 하겠어요...
직원 : 괜찮아여... 제일 무난하시네요.... 자.! 저는 제이콥이구요 지금 시작입니다.
소소 : 제이콥! 오랜만이야.
직원 : 미안하지만 우린 처음봤어.
소소 : (뻘쭘)
처음엔 처음 해보는 상황극이라 많이 어색했는데 하다보니 별 생각없이 하게 됨.
우리가 툭하면 직원을 죽이려는 작당을 해대서 직원분이 많이 애 먹으심.
제이콥을 죽이고 제이콥 몫까지도 우리가 먹어버리자...!!
직원 : 얘들아 진정해...!! 나는 죽이지 말아줘.... 내가 일을 맡긴거잖아...
그리고 나의 새로운 적성을 찾음. 막상 방을 털기 시작하니 자물쇠 따기가 제일 쉬웠어요.
음료수 캔 따듯이 달칵달칵 철컥! 하고 자물쇠를 다 따버림.
하필 찾은 적성이 자물쇠 따기라니... 근데 생각보다 재미있음. 역시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혀.
한시간 동안의 격렬한 방털기가 끝나고 정산의 시간이 다가옴.
손 닦으러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다시 직원의 모습으로 돌아와 존댓말을 하시는 직원분이 갑자기 어색해짐.
나도 모르게 반말할 뻔....
우리가 턴 금액에 따라 순위가 정해지는데 우리가 한...160억정도 털었나.. 암튼 그랬음.
나름 상위 15%안에 드는 것 같던데....ㅎㅎㅎㅎ 담엔 더 열심히 털어야지.
기념사진은 얼굴을 극도로 가리고 싶어라는 토끼커플과 욕망으로 가득찬 소소.
3.
하지만 여기서 끝나면 너무 아쉽잖아?
우리는 카페에서 VR과 또 다른 방탈출 사이에서 고민함. 그때 우리의 눈을 사로잡은 것이 있으니...
시크릿코드의 '백설공주의 비밀'
자. 보이는가? 미성년자 이용불가가.
저것만으로도 충분히 선택할 이유가 된다고 보는데여....ㅎㅎㅎㅎㅎ
우리가 여태한 방탈출의 50% 이상은 미성년자 이용불가임.
막상 들어가 보면 막 야하고 그런건 아닌데.. 모르겠어.. 걍 끌리더라고...ㅎㅎㅎㅎㅎ
시크릿코드 홍대점의 '비밀의 방'을 재미있게 해봤던 터라 조금 기대가 됨.
우리의 첫 방탈출 게임이었는데. 이때도 마지막 자물쇠를 못 따서 실패했었음....ㅠㅠㅠ
우리는 15분동안 다급하게 걸어가며 예약도 하고 결제도 미리 해버림.
도착해서 이름을 댔을때 결제정보가 아직 가게에 안 넘어가 있을 정도였음. 대다나다.
평일에 가는 경우에는 티몬이나 위메프를 찾아보세여.. 보다 저렴하게 이용가능함.
그리고......
44분만에 성공.
너무 쉽게 풀려서 당황했음. 아니.. 이게 이렇게 빨리 끝날 것이 아닌데요......
그래도 이제 짬이 좀 생겼다고 이정도는 그냥 푸는건가...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우리가 덜 멍청해진 것은 아니고... 그냥 문제 푸는 루트를 빨리 잡은 것 같음.
원래 방탈출 게임은 하나가 풀리면 호로록 풀리게 되어있음.
근데 또 잘 풀리니까 잘 풀리는대로 재미있었다.
비트포비아의 '더티스노우'도 생각나고...ㅎㅎㅎ
더티스노우는 25금이라고 해서 우리가 두번째로 가본 방이었는데 야한건 둘째치고 문제 진짜 어렵더라ㅠㅠㅠ
이것또한 마지막 자물쇠와 버튼 하나를 남기고 실패해버림ㅎㅎㅎㅎ 넘하네 진짜ㅠㅠㅠㅠ
4.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생각보다 일찍 끝나버린 게임에 허무해진 우리는 VR로 발길을 돌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미친놈들이야.
내일 몸살각.
강남 '캠프 VR' 로 갔다.
여기엔 다같이 FPS게임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갔음.
1시간 자유이용권이 1인당 15,000원 이라고 해서 그걸로 결제함.
FPS+룸을 다 이용할 수 있음.
이 안에서 총과 가방같은걸 메고 VR기기를 머리에 뒤집어 씀. 그리고 게임하는데
첫번째 스테이지는 좀비, 두번째 스테이지는 벌레임.
빤야빤야빤야-☆
20분짜리라는데 체감시간 5분. 완전 집중했음.
덕후가 무서운 것을 싫어하고 나는 높은 곳을 안 좋아해서 엄청 소리지르면서 할 줄 알았는데
맞추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각자 말없이 열심히 총만 쐈음.
서로의 점수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덕후 1위. 내가 2위였음. 덕후남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근데 덕후가 총알을 싹쓸이해서 총알이 없어서 못 쐈다구여!!(억울)
우리 다음에 온 일행은 소리지르고 난리 났던데....우린 공포보다 승부욕인가...
직원분이 동영상도 찍어주심. 아 우리도 찍어달라 할 걸.
그리고 룸 안에서 열심히 게임함. 과일 칼로 썰기 하는데 이야. 나 이거 잘하네.
예쁘게 써는 것 ㄴㄴ 날아오는 과일을 장검으로 다 갈라버리는 것임. 1등먹음.(셋중에서)
오늘도 역시나 춤도 추고.. 케익은 또 못 줍고.... 너무 높아.. 무서워....
5.
결국 VR까지 하고 나서야 우리의 유랑기는 끝남.
어후 다 하고 나니까 마치 술을 마시고 노래방을 갔다온 뒤 집에 돌아가는 느낌임.
너무 힘들고... 졸립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녀의 뜬금없는 선물공세.
굉장히 서프라이즈한 생일선물을 받아버림.
그래서 받았습니다.
VDL을 털다가 삘 받으셔서 제 것도 사와버리심.... 대다나다....
소소 : 아니... 저 파운데이션 써본 적 없는데....ㅎㅎㅎㅎ....
덕후 : 상관없어 내가 사고싶었으니까.
소소 : 아니 근데 왜 제 것을....?
덕후 : 이건 너한테 맞는 색일 것 같으니까.
소소 : ?네? 먼저 파운데이션 쓰냐고 물어보는게 먼저 아닙니까...?
덕후 : 그런건 나에게 중요하지 않아. 이참에 써보셈.
소소 : ?????????????????????//
뭐... 암튼.....덕분에...제가...파운데이션도 써보는 사치를 부려보네요.....고오오맙습니다....
그리고 나도 수줍게 에그비누와 아이크림을 내밀어 봄.
덕후 : 어? 나 이 에그비누 집에 다섯개 있음.
소소 : 그럼 이거부터 써.
덕후 : ??????????
소소 : 내가 느이집에 에그비누가 있는지 오이비누가 있는데 알 바여? 걍 쓰셈ㅇㅇ
덕후 : 고오오오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