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은 2박3일 여행일기를 한번에 다 쓰던데 나는 말이 많아서 세개로 나눠야함.
그래도 세세히 써두면 나중에 봤을때 더 재미있을 것 같아 졸려도 하나씩 쓰기로 함.
1.
12시까지 교토에 있는 기모노 대여점에 가기 위해 8시 30분에 일어남.
아침잠이 없는 융융은 먼저 일어나 씻고 나를 깨워줬다. 융융이 없었으면 오전내내 잤을걸...?
분명 전날 12시쯤에 잠든 것 같은데... 나는 8시간을 자도 졸리냐....ㅠㅠㅠㅠ
부랴부랴 씻고 준비하는데 세상에 밖에 비가 주룩주룩.
우리는 꺼내놨던 반팔을 다시 넣고 비상용이라 생각하고 챙겨온 긴 셔츠를 주섬주섬 꺼냈다.
나는 추위를 잘타기 때문에 혹시 몰라서 히트텍도 싸옴ㅋㅋㅋㅋ 이날 잘입고 댕겼다. 이거 없었음 너무 추웠을 듯...
하필 일정이 몰려있는 오늘 비가 오는걸까....
우선 알아본 바로는 난바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우메다역으로 가서 JR교토선으로 갈아타라고 나와있었다.
우선 인포로 달려가 직원에게 길을 묻고 지도를 얻음.
빨간선을 따라가라는 지시에 자신감이 가득차 빨간선을 탈 수 있는 곳을 찾아냄.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난바역에서 지하철을 타려는데 우리는 왜 교통카드 같은 것을 미리 사놓지 않은 것일까.
우리나라 지하철 같은 경우 1회용 교통카드를 발급받으려면 가려는 목적지를 검색해서 나오지만
일본은 반대로 가려는 역을 지도로 확인 후 가격을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환승이 안됨ㅎㅎㅎ 따로따로 끊어야함. 우리의 위기는 앞으로도 계속될거란 소리임.
매표기계를 꾹꾹 눌러보다 옆에서 한국말이 들리길래 옆을 슬쩍 보니 남자셋이 한곳에 모여 표를 끊고 있었군.
오. 이건 기회야. 죄송한데 표 끊는 방법 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고맙게도 친절히 알려주셔서 무사히 표를 끊을 수 있었다.
난바역은 M20 우메다역은 M16 일본어를 못읽어도 숫자로 알아볼 수 있게 되어있어서 나름 편했다.
우메다역으로 내려 수월하게 JR을 탈 수 있는 곳으로 왔지만 역시 표를 끊는 것이 문제.
미리 역이름을 한자로 변환해 외워놨지만 눈에 익지않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인포를 찾음.
친절하고 센스있는 역무원님이 아예 가격을 적어주심.
그래 바로 이거야. 한번에 표를 끊는 것에 성공.
열차를 타러 승강장에 갔는데 융융이 갑자기 저거 타야해!! 해서 그래? 하고 타려는데
혹시 모르니까 네가 확인 한번 더 해줘. 확인하길 잘했다. 반대방향이었음.
마침 열차가 와있길래 바로 탐. 가면서도 혹시나 싶어서 한두정거장 계속 지켜보니 맞더라고ㅎㅎ 다행.
우메다역으로 가는 시간은 10분정도였지만 우메다에서 교토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멀었다. 한... 한시간 좀 넘게 걸렸던 것 같은데. 20정거장이 넘으니까.
우리는 내리는 비를 구경하며 도착하면 어떤 색의 옷을 입을지 생각함.
아참 여기 지하철 의자들은 신기하게도 다 푹신푹신함. 쿠션위에 앉는 느낌임.
그리고 교토역에 도착.
여전히 비는 주룩주룩 내렸고 택시승강장에는 사람이 그득그득했다.
그래도 택시가 계속 와서그런지 줄이 빨리 짧아져 2~30분 정도 기다리니 택시를 탈 수 있었음.
여기 택시들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자동문임. 택시앞에 가서 서니 문이 자동으로 열림. 그리고 들어가 앉으면 자동으로 닫힘.
융융의 동생이 주의를 줬던 것이 기억남. 자동문이기 때문에 손으로 직접 문을 열거나 닫으면 택시기사들이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했음.
그리고 어딜가서든 돈을 낼때 손에 직접 주지말고 돈을 놓을 수 있는 접시?같은 것이 카운터에 있으니 그 곳에 돈을 올려두면 된다고 함.
그리고 또 다른 특징은 문은 자동문이지만 창문은 수동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택시에 타서 유메야카타 가달라고 하니 바로 출발해주심.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가.
택시를 타고 5분정도 가니 도착.
신발을 벗고 비닐에 담아 안내받은대로 2층에 올라가 접수.
첫번째로 제일 겉에 입는 옷의 색을 고르고 오비색을 맞춤. 그리고 그 안에 입는 옷을 고른 뒤 다른 악세서리를 추가적으로 고름.
정말 쉬운 것이 원하는 색을 말하니 직원분이 조용히 어디론가 사라져 몇가지를 골라오심. 그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것을 고름/.
나는 빨간색을 좋아해 빨간색에 노란오비를 고르고 융융은 분홍색에 하늘색오비를 고른뒤 뒤에 매달 꽃을 추가함.
3층으로 올라가 양말과 안에 입는 가운같은 것을 집어들고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감.
벽 한면이 다 거울이고 바닥에는 칸이 쳐져있음. 한칸에 한명씩 들어가 거울을 본 상태로 직원이 입혀주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됨.
바지를 벗어야 한다길래 칸막이가 따로 없어 다들 융융과 나는 조금 쭈뼛거리며 바지를 벗음.
다른 기타등등의 옷을 나눠준 쇼핑백에 넣은 후 양말을 신고 가운을 걸치면 직원이 가운을 여며줌.
허리부터 다리까지 가리는 긴 천을 두르고 허리끈을 묶음. 그리고 넓은 허리끈으로 또 묶음.
아까 골랐던 안에 입는 옷을 입음. 허리끈으로 묶음. 그리고 넓은 허리끈으로 또 묶음.
겉옷을 입음. 허리끈으로 또 묶음. 그리고 내키에 맞게 길이를 조정함. 그리고 허리끈으로 또 묶음.
그 위에 다시 오비로 허리를 둘둘둘 둘러맴. 그리고 묶을때도 허리에 뭘 자꾸 집어넣음. 누드김밥도 이렇게는 많이는 안말아요....
사실 허리끈 정확히 몇개 매줬는지 기억안남. 그나마 확실한건 적어도 3개이상이라는 것.
다 입고나니까 강제로 허리가 펴짐. 힘을 주지 않아도 바른자세 유지 가능. 만약 구부정하게 앉게 된다면 숨을 쉬지 못하게됨.
나는 머리도 예약했기 때문에 이 긴 여정을 멈출 수 없음.
머리를 하고 융융은 파란색 나는 빨간색 머리 꽃 장식을 하나씩 사서 옆머리에 끼움.
마지막으로 짐을 맡기고 임시가방을 고른 뒤 가게를 나섬.
기념으로 뒷모습 찍음. 오 다른 곳은 매듭을 도시락처럼 네모로 묶어주는데 여기는 예쁜 모양으로 묶어줬네.
비오는 날에 나 홀로 정열의 꽃을 피움. 흐린 날씨에 홀로 붉은 것이 나름대로 퍽 예뻤다.
그나저나 나는 쪼리 발가락 아파서 못 신는데 양말위에 신어도 영 불편했음. 더군다나 비까지 오니 미끌미끌함.
내리막길 걸을때 내 영혼 반틈 정도를 발가락에 집중함.
신나는 기념사진 타임.
기념사진을 찍고나니 갈 곳이 없음.
비라도 안오면 어디 슬금슬금 걸어댕기면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데 비가 와.
여행계획을 짤 때 기모노 체험해야지ㅎㅎㅎㅎ 하고 그 뒤는 생각을 안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입고 가게를 나서고 나서야 깨달음.
우리는 가게로 되돌아가 혹시 많이들 가는 곳이 어디냐 물었더니 익숙한 듯 인쇄된 종이를 주심.
청수사로 가는 방법이 나와 있었다. 80번 버스를 타고 몇정거장 가면 있다는데 우리는 비도오고 빠르게 떨어지는 체력을 감안해 또 택시탐ㅋ
저기... 그냥 길에서 택시를 타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ㅎㅎ 했더니 그냥 손 흔들면 된다네. 아하. 똑같네ㅎ
택시를 타고 5분도 걸리지 않아 도착함.
구불거리는 길을 열심히 오르다보면 청수사가 짜잔 나타나는데 비도 오는데 사람 진짜 많더라.
양 옆에 기념품 가게들도 주루룩 있길래 비도 피할겸 기념품 가게들을 구경했다.
융융은 키티가 커다랗게 달린 빗을 들고 해맑게 웃음. 귀여워 진짜ㅋㅋㅋㅋㅋㅋ 키티 리락쿠마 이런 류의 인형을 좋아하는 듯.
나는 사실 인형이나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반전) 꽂히는 것이 있으면 사는데 딱히 꽂히는 것이 없어 사는 것을 그만 둠.
아. 잠옷으로 쓰고싶은 유카타 같은 것이 있었는데 집에서 편히 입기에는 생각보다 불편하다며 추천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음.
5분정도를 오르니 도착.
증말 사진 한번 그지같이 찍었네. 뭘 찍고 싶었던건지 알 수 없는 사진.
아마 내 예상으로는 저 큰 문 같은 거랑 뒤의 탑이랑 같이 찍고 싶어했던 것 같다.
사람이 워낙 많아서 최대한 사람이 안 걸리게 찍으려다 보니 후다닥 찍기를 반복함.
그래도 인생샷하나 건졌다. 맘에 들어.
융융은 익숙하게 연사로 촤촤촤촤촉촥촥 찍어버림. 뭐라도 하나 걸리겠지 라는 심정으로...
그렇게 사진첩에 사진은 쌓이고 거르고 걸러 내도 괜찮은 사진이 30장이나 남아있음.
이건 내가 내 사진만 올리는 글 쓸거임. sns도 제대로 안하는데. 여기에라도 남기겠다. 그리고 사진첩에 있는거 지워버릴거야. 용량없어.
이거 아마 메인 건물인 것 같은데 저기에 절을 하고 뭐하고 하는 것 같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멀리서 구경만함.
굳이 남의 절에 절하는 것도 좀 그렇기도 하고. 빌 소원도 없고.
굉장히 형광색이라 눈에 엄청 띄었다. 도대체 왜 이런 색을 한걸까. 궁금하다.
저 위의 까만 건물 바로 옆에 있어서 더 눈에 띔. 아니.... 왜죠...?
우리는 이곳에서도 기념사진 찍어주는 직원이 될 뻔함.
저번에 경복궁서 한복입고 돌아당길때도 하필 어우동 갓을 쓰는 바람에 외국인들의 표적이 되었는데
여기서는 우리도 외국인인데 외국인들의 표적이 되어버림.
멀리서도 촤촤촤촥 찍어가시고 와서 사진 한 장만 찍으면 안되냐 하시고 같이 찍자고 하시고
작년 경복궁에 이어 이번해에도 우리의 초상권은 지구촌으로 퍼지게 생김. 어차피 내 개인정보도 중국에 퍼졌을텐데 뭐... 이정도는 해탈의 축도 못 들지.
그리고 급격히 체력이 떨어진 융융을 데리고 내려감.
사실 좀 더 보고 싶었는데 애가 안색이 점점 창백해져가는 것이 보여 차마 더 들어가 보자고 말을 못하겠어...
융융은 정말 빛의 속도로 내려갔음. 나는 중간중간 사진도 찍고싶어서 멈칫거림. 근데 결과물이 썩 좋지는 않네.
아마 저 아래의 마을이 보이는 것 까지도 찍고 싶어했던 것 같다. 경치는 진짜 좋았거든.
계단 진짜. 기모노를 입으면 다리를 벌릴 수가 없다. 계단이 제일 곤혹스러웠음. 신발도 미끄러웠고. 발가락 쥐나는 줄.
우리가 이렇게까지 많이 올라왔나 싶을 정도로 계속 내려감.
나중엔 옷맵시고 나발이고 다리 쫙쫙 벌려가며 걸어내려감. 아니 지금 내가 힘든데 예쁜게 문제겠어요?
내려가다가 너무 배고파서 어묵하나씩 먹음.
너무 맛있었어. 고기만두도 먹고 싶었는데.... 못먹었어.... 고기만두.... 진짜 비주얼 죽이던데.... 당고도 먹고싶었구...
암튼 짱 맛있었음. 순식간에 다 먹어버림. 더 먹고 싶었는데 초밥 먹을라고 참음.
이건 내려가다가 뭔가 찍어보고 싶어서 찍어본 아무 이유없는 사진. 걍 찍어봤수다.
후다닥 옷을 갈아입은 우리는 바로 택시를 타고 떠남. 배고프니 눈에 뵈는 것이 없더라고.
더군다나 맛집담당 융융이 추천한 맛집은 우리가 버스로 가기엔 뭔가 무리가 있어보이는 곳이었음.
택시를 타고 가니 10분? 정도 밖에 안걸려서 도착. 구글맵을 보여주며 '초지로 스시' 를 외침.
택시기사분이 저기! 저 역 바로 앞에 있어! 하고 손짓한 그곳에 초지로 스시가 땋.
진짜 역 바로 앞에 있었음.
진짜 너무 바로 앞에 있어서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헤메진 않을까 걱정했던 마음이 씻은듯이 사라짐.
왔는데 패드를 보여주며 이걸로 눌러서 주문하면 갖다준다고 했음.
와 신세계. 나 패드로 주문 처음해봐. 심지어 한국어 버전도 있어서 더 쉽게 주문했음.
우리는 거침없이 주문함. 좀 많지 않나 싶을 정도로 주문했는데 많기는 개뿔. 남김없이 다 먹어버림.
첫순서는 참치 3총세트 하나씩과 연어초밥과 구운연어초밥.
동네 사람들 이것 좀 보세여.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냥새 좀 보시라구여ㅠㅠㅠㅠㅠ
입에 넣자마자 녹아 진짜. 나 먹자마자 울 뻔 했어. 너무 맛있어서.
뭔데 이렇게 맛있지? 와 씨 내가 그동안 먹었던 초밥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감.
내 기준 구운연어초밥 최고. 원래 좋아하지만 이날 특히 맛있었어.
결국 못 참고 맥주를 시킴. 원래 정종을 시키고 싶었으나 너무 많이 마실 것 같아서 참기로 함.
아니 이거 우리 동네에서 먹었으면 초밥 하나에 정종 두잔이다 진짜.
티비나 만화에서만 보던 계란말이 초밥을 먹음. 드디어 먹음. 약간 차가워진 상태로 나오는데 달달하니 카스테라 같았음.
뭐랄까... 카스테라랑 밥이랑 먹는 느낌이라 느낌이 좀 생소했음.
드디어 나오셔따/ 장어초밥 진짜 너무 맛있어. 아니 양념부터가 이건 진짜라고 외침.
장어 너무 부드럽구요.... bbbb 장어랑 구운 연어초밥이랑 이것 때문에 여행 또 올까 고민함.
집가서도 종종 생각날 맛임.
그리고 연어에 양파 올린거랑 관자 초밥도 먹음. 난 관자도 좋아해...헤헤... 맛있엉.... 연어는 뭔들 안 맛있겠냐고....
그 뒤 우리는 제일 맛있었던 것들을 몇차례 더 먹음. 먹느라 바빠서 사진 안 찍음.
이날 둘이서 26접시 먹었더라...? 한접시 당 2개 씩이라고 해도 ....ㅎㅎㅎㅎㅎㅎ 심지어 한 접시에 3개 있던 것도 있었는데...
여행중 제일 많이 먹었던 때인 것 같다. 그냥 술술 들어가던데요.... 벌써 정종 한병 비웠다.....
후식으로 야무지게 녹차아이스크림 하나씩 해치움.
저 위에 과자 맛있더라. 녹차 아이스크림은 상당히 진한 편이었고 나는 3분의 2정도만 먹었던 것 같다. 쓴거는 시렁..//.
그래도 쓴 거 싫어하는 내가 제법 많이 먹었어. 맛있더라. 계란과자랑 먹으면 딱일듯.
2일차 다 쓰려고 했는데 어우야 사진도 많고 말도 드럽게 많고 증말.
너무 길어서 반을 자름. 뭐 이렇게 말이 많아.
사실 이 뒤에 사진 몇장 더 있는데 그건 2탄으로 올려야 할 것 같다.
원래도 말도 많은 편인데 글로도 이렇게 말이 많다니... 화면만 봐도 시끄럽다 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또 써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