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가 끝나고 종각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단 나는 3일째 1일 1식빵중이었고 이날은 식사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라 엄청 지쳐있었다.

그래도 좀 움직였다고 배가 고픈게 느껴져 융융이 아는 소곱창 맛집으로 갔다.




신촌 황소곱창.

신촌에 있는 것이 본점이라는데 신촌까지 갈 힘이 없네....ㅎㅎㅎㅎ

종각도 거의 기어 가다 싶이 해서 겨우겨우 갔음.






위치는 대충 이렇고 우리는 모듬 곱창 2인분을 시켰다.





크으으으 골고루 있구만.







지글지글 소리가 들려오니 미친듯이 배고팠다.

내가 원래 말이 많아서 뭘 먹으면서도 계속 조잘조잘 떠드는 타입인데

너무 힘들고 배고파서인지 30분 내내 말없이 곱창만 먹음.

오랜만에 제대로 먹는 식사라 거북스러울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겁나게 먹드만.



곱창 최고야 진짜. 소금장이랑 양파랑만 먹어도 이렇게 맛있을수가 있다.

근데 대창은 생각보다 별로였다. 내스타일 아냐... 나 원래 대창 좋아하는데 그새 입맛이 변했나...

곱창최고 내 원픽. 최고 존엄.

감자 진짜 맛있다. 사장님 감자 어디서 사시는건지... 알고싶어요....

감자덕후는 맛있는 감자만 보면 눈이 뒤집힌다.



볶음밥을 하나 시켜 먹었는네 원래 나는 원래 김치 볶음밥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많이 먹진 않았다.

이미 곱창 1.5인분을 내가 먹은 것 같은걸.... 융융은 많이 못먹는 편인데도 다 먹은걸 보니 내가 많이 먹은 것 같다.







한끼 식사 뚝딱하고 카페로 가려는데 오락실이 눈에 밟힌다.

융융과 나는 큰 오락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함. 펀치에 중독 되어버린듯 하다.

아니 우리 힘없어서 기어가던 사람들 맞냐고...

결국 오락실로 입성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 아 힘들어... 이거 7천점도 못넘을걸.. 하고 힘없이 쳤는데...

영상으로 보니 힘없이 픽 하고 친 건 아닌 것 같다.

아까 어떤 남자가 한손으로 쳐서 9천을 넘기길래 몸도 풀렸겠다 나도 한손으로 도전해봄.

설마 잘나오겠어 했는데 8900점 나옴. 아 나름 신기록인데 찍어둘걸 그랬다.

우리는 또 펀치에 5천원을 탕진하고 인생샷도 건짐.






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머리카락이 내 웃음지뢰됨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열심히 치는거 아니냐고

결국 내 카톡 프사가 되어버렸다.

당분간 분노의 주먹질 사진이 걸려있을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파주 불족발. 걸리기만 해봐 매운 주먹맛을 보여줄테다. (주먹 흔들흔들)



 

들어간김에 야구도 해봤다.

전에 미랑 균맛이랑 도전했었는데 손이 너무 아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홈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한 채,  기회를 날림....

아니 왕초보 레벨 맞냐구요....

깡깡 쳐대다 내가 친 공에 뒷통수 맞기 있냐구요....



사격을 하는데 융융이 처음이라고 잔뜩 긴장했다.

왠지 모르겠지만 내가 자꾸 오락실의 세계로 융융을 이끄는 느낌이다.

사격을 하는 융융의 눈빛이 날 좋은 봄날, 처음으로 펀치를 치던 그 순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내가 790점인데 760점 이라니....융융은 생각보다 오락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옆라인에 회사 회식왔다가 소화시키러 온 직장인들이 있었는데

남자 한명이 우리 옆라인에서 사격을 하고 있었다.

자기가 군대에서 사격으로 휴가를 받았다나. 우릴 보며 아이 여자가 저정도면 저는 만점이죠^^

아저씨. 다 들려여.... 사격 잘해봤자 여기서 인형따는게 전부인데 뭔 자랑을 그렇게 열심히 하시는지.

아무래도 그 안에 썸타는 여자가 있는 듯 했다. ㅇㅇ씨 내가 저 인형 따줄게 하는걸 보니.

그래놓고서 500점 겨우 넘김. 와 분위기 진짜 얼음왕국..... 옆에 있던 우리도 같이 짜게 식어서 눈사람 만들뻔...

900점을 넘겨야 인형을 주는데 우리도 저 아저씨도 광탈해서 인형은 받지 못했다.



2층으로 올라가 다트도 했는데 오 둘 다 조준이란걸 모르고 태어난 사람들.

그 판에 꽂히는게 용할정도다. 30번중에 가운데 맞히는 수가 두번 되려나...ㅎㅎㅎ


4D로 레이싱을 하는 게임기가 있는데 와 내부가 진짜 차 같더라.

한명이 운전을 하고 옆자리는 동승하는 자리인데 뭔가 진짜 같아서 앉기 꺼려졌다.

쥬씨 : 무면허  융융: 장롱면허

그래도 면허가 있는 사람이 나을 것 같아 융융이 운전하기로 함.

그리고 그녀는 본격적으로 차를 폐차시키기 시작했다.

카트라이더도 저렇게는 안 할 것 같다.

역주행은 기본 하도 여기저기 들이받아서 차가 앞이 없어. 태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범퍼를 날려버렸다.

우리가 운전하는 방향대로 의자가 빙글빙글 도는데 와 이정도면 에버랜드 아니냐?

융융 : 끼야야아아아아앙!!!!!(놀이기구 못 탐)

쥬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이킹같은 쑥! 내려가는 것 외엔 다 탐)


다 타고 나니 융융이 말했다.

융융 : 나... 운전은 못 할 것 같아... 도로연수 받을 수나 있을까....

쥬씨 : 괜찮아. 없는 것 보단 낫지^^ (공감각능력이 제로에 가까움)




카페에 갔는데 너무 치쳐서 아무 사진도 못찍고..... 

거기 라떼프라페인가 진짜 맛있던데.

우유아이스크림을 올려주는데 와 존맛탱...... 융융이 데꼬가줬으니까 다음번에 또 데려가달라고 해야지....



아ㅋㅋㅋㅋ 갑자기 생각난건데

바로 옆의 김밥가게가 있는데 알고보니 우리 동기가 거기 주인이더라고....

화장실 가려고 나왔는데 화장실을 못 찾고 헤메던 중 가게안에 있던 동기와 눈이 마주침....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게 오랜만에 만난 동기가 화장실 데려다줌......

화장실 갔다가 둘이 그대로 카페로 같이 들어가서 융융도 놀래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이렇게 만날 수도 있네ㅋㅋㅋㅋㅋㅋㅋㅋ

1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 친구라서 새삼 더 반가웠음.

셋이 조잘조잘 대다가 동기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각자 집으로 감.

다음에 같이 곱창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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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를 다녀왔다.

시위는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유쾌했고 훨씬 더 찡한 부분이 있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다는 사람들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니 혼자가 아니구나 싶었다.

나는 목소리가 엄청 작다. 관종치고 작고 나긋나긋한 말투다.

나는 내 목소리가 그렇게 크고 멋질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정말이지 내 평생 있을 수 없는 박력터지는 목소리였다.


몇날며칠을 아무것도 안 먹은 상태로 나가서 소리를 지르려니 많이 힘들었다.

다행이도 더위를 많이 안타서 밀짚모자와 린넨셔츠로 가림막을 만들어 놓고 버티니 좀 괜찮았다.

융융은 더위를 많이 타서 많이 힘들어했다. 부채질을 열심히 해줬다. 쓰러질라.



나는 거절을 해도 생명의 위협을 받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이별을 생각할때 얘가 없으면 괜찮을까 이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헤어질 수 있는지 고민한다.

말 한번 안해본 사람이 다가와서 번호 달라고 하면 주겠냐고.

정중히 거절을 하면 그걸 좀 받아들이는 연습 좀 해라 새끼들아.

저기요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하고 다가왔다가 거절하면 뭣도 못생긴게 튕긴다고 지랄하지 말고.

거절하면 위협하라고 누가 가르쳐줬냐. 하나같이 어디서 배워온 것 같다.

그리고 잘 아는 사이더라도 고백한다고 백프로 될거라고 생각 좀 하지 말고. 무슨 자신감이야 진짜.

화장실 한번 가는것도 힘든 세상이다.

어딜가든 렌즈가 있는지 두리번 거리며 확인한다.

이미 내가 찍힌 영상이 어딘가에 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루만 화장을 안해도 어디 아프냐 아님 생얼이라고 놀리기 바쁘다.

꾸미면 남자 만나러 가냐. 어디어디는 이상한 것 같다. 품평당한다.

더워서 반바지를 입거나 좀 얇은 반팔을 입으면 요즘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하지만 내가 커피한잔 하자고 끌려갈 뻔 했을 때는 롱패딩을 입고 있었을 때였다.

웃지 않으면 싸가지 없다고 한다.

웃으면 네가 먼저 꼬셨잖아. 라고 한다.


아무리 나를 검열하고 재단하고 꾸미고 숨겨도 욕을 먹고 위협당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럴 바에는 내 마음대로 하면서 살아야겠다.


나는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시위에 나간 것이 아니다.

안전하게 내 할일 하면서 살고 싶기 때문에 나갔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참. 여름에 시위를 나간다면

찢청은 입지 말아야겠다.

찢어진 모양대로 살이 탄다.






결론은 1년 6개월을 넘게 일한 곳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1.



저녁에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ㅇㅇ경찰서 ㅇㅇㅇ경사입니다. ㅇㅇㅇ씨 되시나요?

네. ㅇㅇㅇ입니다.

ㅇㅇㅇ씨 아시죠?

네 압니다. 전에 직장상사였습니다.

혹시 연인관계셨나요?

아니오. 왜 그러시죠?

ㅇㅇㅇ씨가 그 쪽과 연인관계인데 당신을 성적으로 폭행했다고 자수했습니다.

네? 그게 무슨...? 연인사이도 아니고 전에 같이 일한 직장상사인데요?

00일에 무얼 하셨습니까?

그때 저는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같이 TV를 봤습니다.

확실히 ㅇㅇㅇ씨와 같이 있지 않으셨습니까?

전혀요. 가족들과 있었어요. 지금도 집이고 부모님 계시는데 바꿔드릴까요?

아닙니다. 확실히 연인사이 아니시죠?

허. 아니라구요. 이러나 저러나 지금 제가 피해자인데 취조하듯 물어보시네요?

본인이 자수했고 감옥에 넣어달라는데 확인하고 그냥 보내려고 하는거라 확인차 연락드린겁니다.

그거 허위신고 아닌가요? 다른 처벌은 없나요? 저는 지금 이 전화때문에 정신적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은 것 같은데요.

본인이 자수하러 오신거라 따로 처벌은 불가합니다.



뭐야 씨발 진짜. 이 새끼 차이더니 미쳤나? 지금 뭐하는거지? 대가리를 머리카락 심는 화분인가?

정말 말 그대로 이 생각만 들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회사에 소문이 난 것이 너무 창피해서 감옥이라도 들어가고 싶어서 경찰서에 갔댄다.

그 곳에서 감옥에 들어갈 구실로 내 이름을 거론하고 내 연락처를 알려주기까지 했다고.

감옥에 들어가고 싶은건 넌데 내가 왜 거기에 엮여야 하는거지?

아니 주스 받았다고 혼자 망상으로 사귀는 새끼가 미친새끼 아녀?

여러분 앞으로 직장동료에게 원플원 주스라도 절대 나눠주면 안됩니다. 시발 진짜 나처럼 백수됨.

주스는 혼자 마시는거야. 결혼할 사람 아니면 절대 주면 안됨. 안그럼 나처럼 백수됨.

햐! 내가 새로운 것을 깨닳았네! 허! 챠! 몰랐네 몰랐어! 주스가 그렇게 대단한 의미였는지!


그리고 그는 같은 대표, 다른 지점에 다시 배치되었다.

그는 대표의 원픽이니까.

결국 제자리 걸음이었다.





2.



화나는 마음을 억누르며 출근했다.

업무 관련된 사이트들의 비밀번호들이 바뀌어 있었다.

다른 지점에 간 그 새끼가 바꿔놓았다. 그래 난 알바고 얘는 직급이 있는 새끼였지.

그 날 해야하는 일들을 다른 이들이 대신 전화해서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바꾸고 해서 간신히 마쳤다.

결국 간접적으로 다시 엮이게 된 것이다.


내가 일을 하려면 저 새끼 이름을 계속 들어야한다.

내가 일하는 동안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내 근황이 저 쪽에 전해진다.



다른 사람들은 내 눈치를 본다. 걱정을 한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집에 갈때는 무서울테니 돌아가면서 나를 데려다 준다고 했다.

나는 호의와 걱정마저도 버거워졌다.

정작 사과를 할 사람은 사람들 사이에 숨고 엄한 사람들이 내 눈치를 본다.



다른 지점에서 새로 온 실장이 말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않나요?'

손바닥끼리만 아니라 손바닥이 볼에 마주쳐도 같은 소리는 나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뺨이라도 후려치고 싶었다.



사람들이 또 내 눈치를 본다. 위로한다. 자꾸 뭘 멕인다.

미안해진다. 점점.



이 새끼는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말했다.

창피하다고. 일을 망쳐서 죄송하다고.

니 새끼한테 피해를 입고 있는 나를 제외하고.

사과를 들어야하는 나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오직 나만 뺀 모든 사람들에게.


그래. 이 새끼는 나에게 손가락 하나 대본적 없다..

당신과 나는 따로 사적으로 연락한 적도 따로 만난적도 없다.

도대체 당신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어서 나한테 이러는걸까.

아니 뭘 보고 망상을 시작한거냐고....여자 안 만나봤어...? 친구도 안사겨봤어...? 그냥저냥 친한 사람도 없었냐고...

뭐라도 있었음 내가 이렇게까지 억울하지도 않지. 나도 눈 있다고 백번 넘게 말했다.



어쩜 이렇게 손하나 까딱 안하고 나에게 수치심을 안길 수 있을까.


나는 정말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 곳에 있는 것이 너무 괴롭고 힘들다는 말을 남기고 그만뒀다.




3.



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고 살기는 참 힘들다.

좋은 사람도 많지만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도 만만치 않게 많다.

나는 미움받는 것도 싫고 미워하는 것도 싫다.

둘 다 너무 힘든 일이야.


특히 미움받지 않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는 계기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미움 받는 것도 너무 짜증난다. 나도 상대방이 싫어진다.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은 이꼴저꼴 보고 사느니 그냥 잘라버리는 것. 관심을 주지 않는 것.


나는 관종이지만 겁이 많고 여린 관종이다.

나는 아무래도 방어와 회피에 스탯을 많이 찍는 듯 하다.

공격하기엔 여리고 힐러를 하기엔 마음이 넓지 못해.




4.




일을 할때는 일을 해야하니 밥도 먹고 아프지 말아야하니 운동도 하고 약도 잘먹고

우울하지 않게 조절하느라 힐링 한답시고 돌아다니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들어간 책만 읽는다.

연인이 있으면 있는대로 공부를 한다면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할 것이 있으면 되도록 열심히 하는 타입이다.

무언가를 할 때 몸이나 정신이 아프면 될 일도 안된다는 생각이 크다. 

이건 평소에 노력해야한다. 그래서 나름 열심히 지냈다.

남들이 보기엔 여유롭지만 나름 빼곡하게.



다시 시작한 일을 이틀만에 그만두고 나는 제대로 지낼 의욕이 사라졌다.

이럴때 나는 담배를 태우는 것도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닌 집에 칩거하기를 택한다.

하루종일 하는 것은 자는 것, 읽는 것, 씻는 것으로 축소시킨다.

잠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는다.

밥은 먹지 않는다. 귀찮으니까. 가끔은 물을 마시는 것도 까먹고 그다음날 겨우 한모금 삼킬때도 있었다.

아플때마다 물조차도 금식 당한채 링거만 맞으며 몇개월씩 버티던 경력이 있어 이정도는 쉽다.

우울한 것도 우울한 것 나름대로 너무 무시하고 눌러 놓으면 나중에 터질 수 있으니 할 것 없을때 마음껏 우울하도록 냅뒀다.

평소에는 애써 피했던 자기파괴적인 이야기들을 읽어내리며 책속의 타인은 어느정도까지 내려갈 수 있나 가늠해본다.


즐거움을 쫒는 행위도 에너지가 있어야 할 수 있다.

지난 일주일간 상당히 큰 에너지를 소모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방전된 나를 잠시 방치하기로 했다.




5.



4일동안 열심히 방치하고 오늘 잠깐 나를 챙기느라 밖에 나갔다옴.

방치도 너무 오래하면 못쓰게 되니 잠깐 잘 작동되나 확인차.

일단 일상생활, 사회생활 문제 없고 나는 여전히 좋은 사람들을 찾고싶다.

그렇다고 해서 그 개... 아니. 그 놈을 싫어하진 않는 것은 아니다. 존나 싫다. 존나. 진짜 존나. 씨발.

욕은 평소에는 되도록 쓰지 않고싶지만 저새끼는 욕 좀 해도 될 것 같다. 사람취급도 하기 싫은걸 어떡합니까 그럼.


나름 뿌듯했고 위로 받았고 즐거웠고 힘들었다. 정신 말고 몸이.

내가 운동을 너무 쉬었네....

그렇다고 다시 운동할 생각은 없다. 당분간은....아마도....

오랜만에 끼니다운 끼니를 챙겼다. 그것도 소곱창으로 먹음. 역시 먹을때는 확실하게 먹어야함.

이제 배도 채우고 기분도 달랬으니 앞으로 며칠만 더 방치해야지.


게으른 삶이 너무 좋아서 4일로는 모자르다.

오늘의 감동을 잠들어 잊어버리기 전에 남기고 싶은데

아침부터 들고 뛴 체력없는 내 몸뚱아리가 그걸 허락하지 않는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면 하루 이틀정도는 거뜬히 밤을 샐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겠다.


내일 내가 귀찮지 않으면 다시 올게.

언제나 노력의 시작은 이곳에서.




사람 얼마 없는 새벽타임, 같이 일하는 처지에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둘만 회사에 떨렁 있는 시간이 하루에 두시간은 넘어 아침을 사며 덩달아 산 1+1 하는 주스도 종종 드리곤했다.

윗사람이지만 권의의식이 없어보여 좋은 상사구나 싶었다.


그게 잘못이었을까.

지점을 옮기며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고 싶다는 제의를 거절하자

둑이 터지듯 나쁜 말을 쏟아내는 그를 보니 정말 함부로 잘해주면 안되는구나 생각했다.


전혀 이성적인 감정이 없으시다면서 사람 마음 가지고 장난을 쳤다느니 싸게 굴지 말라느니 입에 담지 못할 말들로 나를 물어뜯는데

충격을 받아도 어느정도 덤덤한 척은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 하나하나 받아쳤다.

그러니 없던 권의의식이 생기시더니 업무로 나를 괴롭혔다.

이거이거이거 해. 대답. 대답해. 당장. 대드니?

연달아 오는 문자.

답장이 없으면 전화다.

일 다하면 하나하나 사진찍어서 보내.

답장해.

답장.

대답안해?

새벽에 연달아 오는 문자와 전화.


하루만에 바뀐 태도. 자정이 넘어가도 끝나지 않는 괴롭힘.

나는 좋게 말하기를 그만두고 일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조용히 인수인계까지 하고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멀리서도 CCTV로 나를 지켜보겠다는 문자에 나는 출근할 자신이 없었다.

더군다니 새벽에 혼자 출근하는데....

회사에 사실을 알렸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아침이 밖으니 문자가 한통 와 있다.

너 때문에 내 인생 망했다. 나는 억울하다. 내가 네 머리카락이라도 건드린적이 있냐고.


일주일 내내 잠을 자지도 못하고 생각에 시달렸다. 오늘 체중을 재보니 3키로가 빠졌더라구.

사람에게 환멸을 느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지.


그러니까요. 저도 억울해요. 저는 그냥 그쪽이 사람이어서 친절히 대한건데. 왜 욕을 먹어야 하나요?

처음보는 사람에게도 친절히 말을 걸 수도 있고 주스를 줄 수 있어요.

우리 가게에 자주 오시는 아주머니들이 무릎이 아프다고 하시면 저는 엄청 걱정해요. 아프다니까.

이것도 아주머니들의 마음을 갖고 논 겁니까? 저는 그냥 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제가 하루에 세번은 말한 것 같아요.

잘생긴 사람이 좋다고. 키 큰 사람이 좋다고. 이제는 연하가 대세 아니냐고.

장난같죠? 진심이예요.

굳이 찾아서 구애하고 사귈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눈을 낮추고 싶지는 않아요.

여태 눈이 낮아왔고 올라간 눈을 다시 내리고 싶진 않고 그렇게까지 연애가 하고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쪽 저보다 12살 많으시잖아요. 그 외에도 뭐가 마음에 안드냐 물어보시면 숨도 안쉬고 한시간은 얘기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제발 양심 좀.....

그러는 너는 뭐가 잘났냐 물어보시면 저는 기본머리가 있어서 모자란 저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다고 대답해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내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평생 그쪽보다 12살이 어리단 것을 잊지 마시고.



결과적으로 상대는 잘리고 나는 일터에 남았다.

그곳은 나에게 괴로운 공간이 되었고 더이상 사람에게 정을 주기 싫어 정든 다른 동료들이고 나발이고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일주일의 시간동안 집에 쳐박혀 나오지 않는 나를 참을성있게 위로하고 챙겨주시는 바람에 다시 일하게됨.

하지만 솔직히 이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오늘. 다시 일에 복귀하였지만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나의 괴로움을 눈치챈 동료들은 그래도 집에 혼자 있는 것보다 우리와 웃자고 계속 위로해줌. 

당분간은 집에 갈때도 돌아가며 데려다 주겠다고 나선다. 이제는 고맙다 못해 미안해질 정도다.

뭘 받아쳐먹었으니 나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은 해보겠다. 이게 언제까지 괴로울지, 버틸지, 포기할지는 모르겠지만.


내일도 괴롭겠지만 오늘보다 덜 하기를 바라면서.




++++++++++++++++++++++++++++++++++++

솔직히 이고뭐고 다 하기 싫다. 출근할때 하기 싫어서 눈물날 정도.

나가기도 싫고 잠만 자고싶은데 잠은 안오고 티비도 책도 덕질도 힘들었다.

말 그대로 숨만 쉬고 지냈다. 내 적성은 누워서 숨쉬기인듯.

일단 사람이 이만한 일로 시들수는 없으니 일도 하고 일기도 써보면서 다시 조금씩 노력해보기로 한다.

으. 벌써부터 존나 지긋지긋해.



지난 일주일하고도 3일동안 시작한 자매방 바꾸기.


제일 먼저 침대를 주문함. 토요일에 온다해서 목요일에 짐을 비움.




깔끔. 덕분에 며칠 거실서 생활함.

그리고 저놈의 옷장을 철거 후 침대 도착.

일요일은 널부러져 쉬고 월료일 홀로 옷장정리.




그리고 화요일. 




오잉?






Aㅏ.... 조립식 가구가 줄줄이 소세지로 왔다.

일단 도전.





이건 책장인가.





안에 부품들이 다 들어있어서 쉽게 할 수 있었다.





이정도는 설명서 없이 만들 수 있지. 암 그렇고 말고.









힙합의 민족보면서 만들다 보니 20분도 안되어 하나 완성.






바로 책상에 도전.





이건 부품이 많으므로 설명서를 참조하겠다.






수월하게 만드는 중.







저 기둥 조립할때 힘을 많이 썼다.

양쪽을 조일때는 스패너로 반대쪽 너트를 잡고 볼트를 조이는 것이 더 쉬운 것 같다. 이것도 사바사. 나는 그렇다고.






결국 완성.

무게가 나름 무거워서 끙끙대며 만들다 보니 어느새 30이 지나있더구만



나는 방에서 책상만드느라 끙끙대고 아빠는 조립식 서랍을 만드심.



철판이라니... 이거 끼릭끼릭 소리 나는거 아녀...?

댜니가 시켜서 철제가구가 올 줄은 몰랐음.





책상을 먼저 끝낸 나는 옆에 앉아서 열심히 철판을 구부렸다.



그리고 수요일.

투표날이라 쉬게됨. 아 요 며칠 힘들었으니까 좀 쉬자.

늦잠을 자보려는데 9시에 전화옴.


네...? 옷장...옷장이 온다구요...? 그거 다음주쯤에 완성된다면서요....?ㅠㅠㅠㅠㅠ

결국 휴식은 물건너감. 오후 한시쯤 도착한다는 말에 부랴부랴 세수만 하고 댜니와 투표하러감.

걸어서 3분거리에 투표소가 있어서 그지꼴을 하고 나감.





꼬질꼬질.

나간김에 목장갑과 꼬북칩을 사왔다.

아무래도 이번에도 우리 둘이 장롱들과 침대를 옮겨야 할 것 같은데 저번에 목장갑없이 책장 옮길때 너무 힘들었어.

꼬북칩은 일하기 싫은 마음을 위로하기 위하여.



일단 침대가 오기전에 빼놓은 짐들과 장롱을 거실로 옮겼다.

장판 찢어먹으면 엄마한테 혼날까봐 좀 낡았다 싶은 수건을 두 장 엄선하여 장롱 바닥에 깔고 슬금슬금 밀어서 옮김.

이럴때 만큼은 우리집에 문턱이 없는 것이 너무 감사하다.






야 그 조그마한 방에 짐이 을매나 많으면 거실에 이렇게 꽉차냐.

태초부터 미니멀과는 먼 삶을 살아왔기에 어쩔 수 없었음.

정리도 할 겸 겸사겸사 버릴 것들을 과감히 버리기로 결심.







장롱을 맞이 하기 위한 정렬.

옮기면서도 기가차서 웃음만 나옴ㅋㅋㅋㅋ

이걸 우리 둘이 옮길 수 있을까 내심 힘들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어휴 괜한 걱정이었네.





와 우리방 벽지 노란색이었네.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고 걸레질을 했다. 옷장이 오면 다시 가려지겠지.



준비는 끝났고 옷장이 올때까지 막내방에 드가서 20분 정도 잤어. 아우 너무 피곤해 진짜ㅠㅠㅠㅠ


옷장이 오고 고민에 빠졌다. 자 이 가구들로 적적히 테트리스를 해야하는데 뭐가 좋을까.



후보 1.





장점: 넓어보임.






단점: 옷 꺼내고 싶으면 침대와 옷장사이에 낑겨서 꺼내야함.



후보 2.





장점 : 뭔가 딱딱 맞아보여서 보기 좋음. 옷장과 침대사이가 넓어짐.





단점: 침대에 누워서 책상을 보면 전선때문에 조금 심란함.



전선 정리를 열심히 하기로 하고 후보 2로 선택.

후보 1은 좋긴한데... 내가 다리를 갖다 박을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대충 위치를 다 정한 후 이제 짐을 넣어야지.





어휴진짜.


반전은 이미 옷 정리 후에 찍은 사진이라는 것.


4월쯤에 옷을 반정도 버렸는데도 옷이 많아서 결국 또 절반을 내다 버림.

덕후 상자를 업데이트를 해서 큰 상자에 다시 정리하고 책상과 책장을 채워넣기 시작했다.



일곱시에 아빠가 퇴근하고 정리하고 남은 짐들을 버리고 가구도 내다버림.

이건 통째로 버려야한다고 해서 셋이 끙차끙차 열심히 들고감.


가구 버리는 딱지만 일주일동안 오만원은 쓴 듯. 진짜 이것도 일이다.



그리고 여덟시쯤 되니 정리도 다 하고 청소도 다하고 뿌듯뿌듯.

배고파서 밥 한공기 뚝딱했어.




끝날 것 같지 않았는데 결국 끝이 남.






생각보다 전선들이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침대도 폭신허고 가구도 나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도 숨겨져 있던 노란 벽지가 나와서 기쁘다.







옷장도 깔끔깔끔. 요가매트와 폼롤러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물론 아직 정리함을 안 사서 옆에 좀 늘여놓음....ㅎㅎ





그래도 짐이 많은 것 치고는 깔끔하지 않나.



옷장 정리하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는데 

평소에도 옷장이 흐뜨러진 꼴을 못보는 편이라 집안의 빨래는 주로 내가 개는 편.



(과거)




붙박이장에 옷걸리를 때려넣음. 사실 터질 것 같은데 붙박이장이 참아준 것 같음.





언제나 이렇게 정리하는 편이라 내 룸메이트들은 나를 정리변태로 불렀음.


(과거회상 끝)








붙박이장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가방과 모자들, 추억상자, 덕후상자와 포스터들도 저 곳에 보관함.






크으으으으으 예쁘게 안 개면 참을 수 없다고

하지만 선천적으로 일정량이상 움직이면 게을러지는 병이 있는 나는 빨래 하기 싫었음.

결론 :  빨래를 걸자. 

온 집안의 옷걸이를 집합시킴.



그렇게 끝난 줄 았았지......



다음날 댜니는 엄마와 이마트를 다녀오고...






안녕? 이제 나도 조립하렴.


3일동안 내가 조립한 가구만 다섯개는 넘는 것 같은데. 엄지손가락이 저리다.






그래 오늘 다 끝내고 한달동안 손도 대지 말아야겠다 마음먹고 확실히 하기로 함.






전선도 정리하고

와 진짜 학교다닐때 전선 열심히 정리하던게 여기서 빛을 발하다니.

학교 배워봤자 다 무쓸모여.






덕후박스가 있어도 덕후는 더 이상 참지않긔.

눈 앞에 보여야 흡족하잖아요. 그래도 혼자 쓰는 방이 아니라서 많이 참았다.

양해를 구하고 책장 맨 윗칸에 자리잡음.





새로만든 책장에 책을 옮기고 원래 책장에는 각자의 화장품을 옮겨왔다.


이게 진짜 최종.

정말 최종.

이제 한달동안 청소기 미는 것 외에는 정리도 안 하고 살거다.

나는 할 만큼 했어 됐어 그냥 이렇게 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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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지금 멘붕중이다.

아니 내가 오랜만에 조잘조잘 좀 해보겠다는데 노트북 배터리가 다 닳아서 꺼짐ㅋ

황급히 다시 켰는데 날아감ㅋㅋㅋㅋㅋ임시저장 안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거의 다 썼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다시 쓰기 싫어지는데 사진도 있고 아까워서라도 내가 또 쓴다 진짜.

노트북이 이래서 문제야 젠장. 뭔놈의 배터리가 한시간도 안가냐구요!

지금 데스크탑은 가구 다 빼놔서 쓸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댜니 노트북으로 쓰는 중인데 타자도 어렵고..

나 그래도 20대 초반엔 노트북 좀 썼었는데... 감 잃었네... 불편해 죽겄어...

암튼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쓴다.




2.


일요일은 융융과 생일파티, 월요일 내 생일, 화요일 책장 비우기

수요일 미와 균맛과 연신내, 목요일 금요일 책장과 옷장을 정리하고 책장분해

토요일 침대가 들어왔고 벅벅 닦고 일요일인 오늘 이모와 솜이가 놀러와 놀아줌.

별거없지만 엄청 바쁘고 피곤한 나날들이었다.

놀러간 것도 다 쓰고 싶고 일본 여행간건 언제 다 쓰며... 내 덕질라이프도 즐기고 싶은데...

침대만 와 있는거 실화냐... 책상과 옷장이 오면 나는 또 바빠지겠지....

덕질은 출근하면 해야겠다. 역시 월루하는 맛에 출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ㅎㅎㅎㅎ




3.



같은 내용 또 쓸라니까 좀 질리긴한데 애써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써본다.

일단 우리집 가구 바꿈. 우리방에는 엄청 큰 회장님 책장&책상 세트가 있다.

좁디좁은 우리집에 있을만한 가구는 아니지만 아빠가 칠장이라 직접 만드신거라 오랜기간동안 모시고 살았다.

우리집 가구 80% 정도는 아빠가 만드심. 전반적으로 다 크고 고급지게 생김.

좋은 나무로 만들어 무겁기도 드럽게 무겁다. 이사할때 이사짐센터가 아니 회장님 가구들이 왜 여기에...? 이럴 정도였음.

장롱 하나에 장정 셋이 달려들어도 옮기기 어려울 정도다.





바로 이렇게 생겼지.

아니 20대 여자 둘이 쓰는 방 맞냐구요....

원래 엄빠 두분이서 살때는 방이 많았으니까 상관 없었는데 중간에 우리가 들어오면서 가구들에게 얹혀 살게됨.

내가 그동안 나가 살아서 댜니 혼자 얹혀 살기에는 무리가 없었으나 내가 아파서 다시 돌아오고

요양을 하면서 몸이 점차 나아지니 내 짐도 덩달아 많아져 방이 터지기 직전이 되었다.



그와중에 내 컴퓨터 배경이 떡하니 보이는구만 허허...댜니가 볼때마다 저런 배경하기엔 언니 나이가 많지 않냐고 타박함.

저 컴터도 밖에 나가살때 티비를 사지 않는 대신 큰맘먹고 최고사양으로 산 컴터임...

하지만 가끔 분해해서 청소만 해줄뿐 업그레이드를 한번도 안해준 채, 6년정도를 썼다.

예전엔 블소 두개 돌려도 꿈쩍도 않던 놈이 이제 오버워치만 돌려도 후덜덜 거림. 팩 괜히 샀어.....

그래도 블로그도 써야하고 아직은 모바일보다는 컴퓨터가 더 편해서 버리기 뭐함. 게임 안 하면 잘 돌아간다고..

댜니는 이참에 쟤도 버리자는데 새로 산 책상이 오면 한번 넣어보고 좀 더 생각해 보려한다.


침대를 내가 사고 댜니가 옷장과 책상을 사기로 함.

수요일에 침대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하필 내가 약속이 있어 카드를 맡겨 놓고 나갔다.

교통카드가 되는 카드라는 것을 잊고 줘버려 지하철 못 탈뻔... 처음으로 임시 교통카드를 발급받아봤다.

내릴때 야무지게 보증금도 받았다구요!

암튼 한참 놀고 있는데 지잉 진동이 울려 확인해보니....






댜니가 생각보다 통이 크네... 우리 이케아에서 꿈꿨던 침대는 이 가격대가 아닌걸로 알고있는데 말이야...

이왕 사는 거 좋은거 싸게 팔때 사고 싶다고 질러버리심. 물론 내 카드로.

아직 요양중이라 박봉인 언니를 위해 할부로 긁어줌. 물론 무이자 할부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부기간 동안은 막내에게 용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엄마와 합의봄.

저 매트리스 완전완전 좋은거라 저가격에 팔지도 않는건데 틀까지 준다고 잔뜩 흥분해서 주문했더라고.

(토요일에 배송옴. 무슨 빵또아같은게 와서 뭐지 했는데 엄청 높고 푹신해서 만족중.)






암튼 토요일에 배송이 온다는 소식에 금요일에 부랴부랴 책장을 분리함.

얘네가 한줄씩 네줄이 나사로 연결되어 있는 애들이라 다 분해해줘야함.

거기다 높이도 높고 무거워서 엘리베이터를 못 탐. 우리는 다 조각조각 내기로 결심.







아빠가 드릴로 큰 틀을 해체하고 나와 댜니가 드라이버로 문짝과 문고리를 분해함.







분해하고 선반을 하나씩 빼니 양이 장난이 아니더라구....






참고로 이정도가 4분의 1.....



작은 조각들도 원목이라 너무 무거웠다 아빠는 해체작업하고 댜니와 둘이서 목장갑도 없이 네개씩 들고 옮김.

구경하던 경비아저씨가 장볼때 쓰시는 돌돌이 빌려줘서 좀 더 수월하게 옮길 수 있었다. 

이거 아니었음 스무번도 더 왔다갔다 했을거야.....

나중에ㅋㅋㅋㅋㅋㅋㅋㅋ분해한 길다란 몸통도 그 작은 돌돌이로 다 옮겨버림ㅋㅋㅋㅋㅋㅋㅋ





대단한 자매들.......

나는 한짝만 들고 댜니는 네짝을 실어서 달려감.






우리는 몸통도 나를 수 있지.

구경하시던 경비아저씨가 도와주시며 그 집엔 남자가 없냐고 물어보심ㅋㅋㅋㅋㅋㅋㅋ

이것이 딸부잣집의 운명.... 생각해보니 남자가 있어도 우린 저러고 있었을걸.....


아빠는 분해를 다 하시고선 화장실에 들어가 안나오셨기 때문에 우리가 마지막까지 다 옮김.


노동을 했으면 얻는 보람도 있어야지.





저녁을 못 먹어 배가 고프기도 하고 목도 말라서 옆 아파트로 맥주마시러 나감.

치즈스틱도 맛있고 소세지 찍어먹는 마늘 소스도 맛있고... 먹태도 맛있다.

먹태 너무 좋아...ㅠㅠㅠㅠ 와인과 먹어도 맛있다. 물론 이건 개인 취향이다.




집에 오니 친구들과 한잔 하신 막내님이 집에 계심.

한잔 더 하자며 이루어진 술상.





막내가 만든 프렌치 토스트와 막내가 사온 닭다리.

근데 막내야.. 닭다리를 어떻게 가져오면 이렇게 산산조각이 나서 가져올 수 있는지...?

한캔씩하고 거실에 한데 모여 뻗어 잠들었다. 아직 방은 먼지가 많으니.





4.



죠리퐁을 끊은지 두달.




꼬북칩에 빠져버렸다.


난 망했어....




5.



일요일 드디어 쉴 수 있겠구나 새로 산 침대에서 열두시까지 뒹굴거리고 있었다.

잠이 깨도 이불 밖은 벗어나기 싫어...ㅠㅠㅠ

그러나 우렁창 왈왈!! 과 함께 솜이가 놀러왔다.


솜이는 볼때마다 커져있다. 아직 5개월밖에 안되어서 그런가. 한창 자라는 중이다.

이모는 이제 슬슬 솜이가 무겁다고 한다. 

잠깐 산책 시켜주는데 본인도 개라고 어설프게 영역표시를 한다.

영역표시를 시작하면서 슬슬 마운팅도 하기 시작한다고 했다. 좀 있음 우리 솜이... 중성화 하겠네....

처음에 솜이가 여자앤줄 알고 언니가 언니가 이랬는데 배 쓰다듬어 달라고 배 보여줄때 알았다.

아. 내가 누나구나. 미안하다 솜이야. 


솜이는 몸뚱이만 커지고 겁이 많아짐. 그와 동시에 허세도 심해져 겁나게 짖어분다.

놀아주면 놀아준다고 잔뜩 흥분해서 조준못하고 인형아닌 손을 왕 물어버리질 않나

(그래도 이건 자기도 놀이라 생각했는지 살짝 물었다. 헤헤 기특한 것.)

바깥소리에 겁먹으면 겁난다고 옆에 있는 나를 왕 물어버리질 않나

소파에 퍼질러 있으면 관심 안 가져준다고 뽈뽈뽈 와서 뽀뽀를 마구 해주질 않나

과자 안 주고 자기 피한다고 팔을 왕 물어버리질 않나..덕분에 팔에 잇자국이 벌겋게 나버림.

누워있음 누워 있는다고 놀아달라고 얼굴을 다 핥아 버리질 않나.....안경 새로 닦음....

살도 찌고 털도 쪄서 솜이가 지나온 곳엔 민들레씨 같은 털이 뿜뿜뿜.






하지만 넌 너무 귀여워.... 솜.... 우리집에 살아주라......ㅠㅠㅠㅠㅠㅠ

젤리 만지게 해주라......젤리만큼은 절대 허락하지 않는 사춘기 솜.






닭볶음탕 먹는데 간절히 보는 솜.

하지만 아무도 놀라울 정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






눈물로 호소하지만 우린 단호하지.

아직 애기라서 무턱대고 상에 달려들진 않더라고. 다행이야. 




 


아까 산책 시키러 집 앞에 나왔는데

솜이는 풀냄새를 좋아해.

근데 흙을 너무 좋아해서 털이 엉망이 됨.

이모네 주변은 잔디밭이라서 흙이 많이 묻지 않는데 여기는 화단이라 흙이 많다.

오만벌레들과 흙을 덕지덕지 붙이고 다니는 바람에 산책을 10분만에 끝내버림.

동네가서 산책을 시키겠다해서 조금 아쉬웠다... 그래 여기는 솜이 샴푸도 없궁...솜이 비누도 없궁....


그래도 저 씰룩거리는 궁둥이를 보자니... 너무 좋아ㅠㅠㅠㅠ귀여워ㅠㅠㅠㅠ

궁둥이 한번만 앙 물게 해주라... 젤리 함 만지게 해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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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은 내 생일.

이제 내 생일 12분 남겨둔 상태에서 생일 기념 일기씀.

일단 생일 축하하고 

로또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만 좀 아프고 건강했으면 좋겠고.

안정적인 수익을 가진 전문직을 찾았으면 좋겠고.

그거 아니더라도 네가 사랑하는 일을 찾았으면 좋겠어.

그냥 뭘 하든 행복했으면 좋겠어.


내 생일 30분전.

융융과 헤어지고 집에 오니 아파트 단지에 도착.

갑자기 그래도 내 생일인데 나만의 시간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단골 그네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열심히 바람을 맞았다.

원래는 술을 좀 먹어서 술냄새 좀 날릴겸 했는데 타다보니 너무 신나서 그만 30분을 내리 타버렸다.

생일날 제일 먼저 내가 한 것은 그네 타다 구두 한짝 날려먹기.

그네를 얼마나 세게 탔으면 구두가 시소 있는 곳까지 날아갔다. 깨금발로 거기까지 가느라 고생 좀 함.

목구멍에서 데킬라 냄새가 올라오는데 바람이 들어가니 나무냄새가 난다.

누가보면 싱겁다고 하겠지만 그게 못견디게 웃겨 그네에 앉아 킬킬 웃었더랜다.

신나는 음악을 듣다 이왕이면 좋아하는 노래를 듣자 생각해 오랜만에 굿모닝을 들음.

굿모닝은 제목과 달리 시원한 바람이 부는 여름밤에 바람을 쐬며 들으면 참 좋다.


열두시 땡.

생일 축하해.

별을 보며 소원을 빌고 집으로 들어갔다.


평일이라 똑같은 일상을 편안히 보냈다.

포근한 이불에서 눈을 뜨고 품안엔 순자와 민식이가 있었고

출근을 했다.

집으로 와 진짜 쫄면에 도전해보고 미역국도 많이 먹었다.

생일엔 고기가 빠질 수 없어 고기도 먹고 낮잠도 많이 잤다.

샤워도 하고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지금은 흑진주 팩을 붙이고 컴퓨터를 켜 하루를 마무리한다.

소소하지만 다 내가 좋아하는 일들만 있어서 기분이 좋다.


자. 이제 1분 남았네.

좋은거 먹고 즐거운 얘기를 나누었던 추억은 다른 폴더에 쓰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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