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보험 관리공단 : 자네도 이제 나이가 어느정도 찬 것 같으니 암검진 한번 받으시게나.
재작년부터 2년에 한번씩 검진을 하라고 날아오는 통지서.
굳이 안 받아도 상관은 없지만 겸사겸사라고 어차피 의사쌤이 초음파 검사도 받아보라 했으니 받아보기로 함.
재작년에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12월 되서야 검진 받으러 같은데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두시간 기다림.
그래..!! 미리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동네 산부인과에 가보기로 함.
2.
전날 운동을 하고 마무리로 폼롤러에 온 근육을 문지르며 그어억 거리고 있는데 오른쪽 겨드랑이가 색다르게 아픔.
얽...? 아아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옆에 있던 엄마와 댜니가 달려나옴. 뭐야 뭔데?
-오른쪽 겨드랑이가 아파.
-봐봐. 히에엑!! 이게 뭐야 뭐 이렇게 부었어? 이거 혹같은거 아냐?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딴딴하진 않어...;;;
-그래도 혹시 모르는거야 너 내일 산부인과 가는김에 유방초음파도 받고와.
-????? 그렇게까지 해야해? 나 주기별로 붓는데...;; 생리전증후군아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같이해. 꼭해!
졸지에 하루에 받아야할 검사가 세개로 늘어남.
봄은 건강검진의 계절인가... 이럴거였으면 종합검진 받겠다....
3.
일이 끝나고도 남은 일정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더군다나 아프진 않지만 찝찝함이 드는 검사들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그래도 아프거나 오래 걸리는 검사들은 아니니까 빨리 해치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음.
일끝나고 총알같이 튀어나갔으나 잊고있었다. 병원은 1시부터가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한시간동안 뭘 해야하나 잠시 망설이다 점심이나 먹기로 함.
이 동네에 자주가던 단골 초밥집으로 달려감.
초밥세트를 먹을까 잠시 망설였는데 뭔가 거창하게 먹는 기분이라 간단하게 회덮밥을 주문.
크으 죽인다 진짜. 밥은 원하는대로 받을 수 있다. 나는 회가 더 많은게 좋으므로 밥을 조금만 시킴.
한참을 멍때리면서 우적우적 씹다보니 회덥밥이 바닥을 보였다. 시계를 보니 1시 40분.
슬슬 나가서 천천히 걷다보면 50분 조금 넘겠네. 오분정도는 미리 가서 앉아있어도 되것지?
4.
이동네서 나름 크다는 산부인과로 갔는데 미리 가서인지 사람이 없었음. 잘됐구만.
나 여기 와본적 있는 줄 알았는데 초면이었음. 회원정보를 꼼꼼히 입력함.
그리고 내가 적은 것들을 토대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뭔가 엄청 조심스러운 느낌.
내가 산부인과 검진이 이번이 두번째 뿐이지만 별 생각 없이 갔는데 오히려 직원께서 조심스럽게 꼼꼼히 말씀해주심.
예를 들자면 약간 이런 느낌.
ㅇㅇㅇ님! 초진이시네요! 혹시 마지막 생리는 언제이셨는지....? 아~ 그러시구나 그렇다면 생리전에 불편하신 점은 있으신지....?
마치 이어폰이 고장났지만 꾸역꾸역 쓰느라 걸을때마다 지멋대로 음량조절 되는 느낌.
접수를 끝내고 유방초음파부터 받기로함. 이건 처음 받아 보는거라 약간 긴장됨. 젤 바르면 닦기 힘들겠지? 으으으으으
당일 예약이라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말이 무색하게 바로 들어가서 검사 받음.
상의를 완전히 탈의 해야해서 조금 민망했는데 조명도 어둡고 나는 프로에 가까운 환자이므로 곧 괜찮아짐.
심전도 검사 받을때마다 훌렁훌렁 벗어제껴서 나름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함.
그래도 초면에 내 겨드랑이를 보여주는건 좀 창피했다.
젤을 쭉 짜서 치덕치덕 바르는데 생각보다 안 차가워서 나쁘지 않았음. 그리고 기계로 꾸욱꾸욱 눌러 밀어내며 설명하심.
결과는 부유방. 생리전증후군으로 가슴이 부을때 같이 부은 것일뿐. 나는 가슴통증이 심한편이라 같이 아픈거란다.
미친 부유방이 겨드랑이에도 있을 수 있어?
아니 이것도 유방조직이나 다름없는데 얘는 왜 자기자리에 안 있고 거기 가있다니...? 너 빨리 제자리로 안 갈래?
초음파 사진도 착착 찍고 다른곳도 살펴봤지만 혹이나 이상한 것을 찾아볼 수 없었음.
젤을 닦아내면서 생각함. 그래 다행이긴한데 묘하게 억울한 이느낌은 뭘까.
그곳에서 젤을 완벽히 다 닦아낼 수는 없어서 조금 찝찝한 상태로 옷을 입고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앉음.
그래... 더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검사가 남아있지.
순서를 말해주시는 간호사님께 물어봄. 저기, 조직검사 많이 아픈가요? ㄴㄴ 아뇨.
쫄보는 어딜가도 쫄보임. 이미 받아봐도 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자쌤이라 그런지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 거진 사십분을 기다린 것 같다.
기다림끝에 이름이 불려지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니 굉장히 친절해 보이는 의사선생님이 나를 맞이했다.
옷 갈아입고 검사. 별 거 없지만 ㄱㄱ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자궁경부암 검사와 자궁초음파 검사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아프지 않으므로 성인 여성들은 주기적으로 받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
내 주위 사람들도 검사하는 방식때문에 거부감을 느끼고 내 나이때 되도록 한번도 검사 안 받은 사람도 많더라고.
대장내시경나 자궁경부암 검사나 바지 까야하는 건 매한가지고 원래 병원이란게 치부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곳임.
나중에 수술할 일이 생기면 (생기면 안되지만..) 정장 입을 거 아니자나여. 빨개벗고 해야합니다.
검사가 끝나고 진료를 보는데 저번에 대학병원에서 찍었던 CT에서 발견된 물혹 얘기가 다시 나옴.
아니 난소가 그렇게 작은데 혹시 7cm라뇨...? 두개가 겹쳐 있는거고 그거 외에는 딱히 문제가 없다고 하심.
자궁경부암 검사는 2주뒤에 우편으로 조직검사 결과가 나올거고...
혹이 모양이 예뻐요:-)
네? 혹이요?
네. 나쁜 혹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난소암 피검사를 할게요 :-)
피검사요? 지금요? 왜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질색)
정상으로 나올 확률이 거의이지만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수치로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하니까요 :-)
그렇게 검사 하나를 늘림. 피검사 2주전에 받아서 또 받기 싫은데... 난소암피검사는 보는 것이 다르댄다.
피검사 하는 곳으로 가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음.
선생님.... 여기... 애기...애기바늘 없나요....? 제가... 바늘이... 어휴...바늘이 무서워서....
걱정마세요. 안 무서워요 :-)
선생님.... 한번에.... 한번에 성공해주세요...
걱정마세요 한번에 끝낼게요 :-)
그리고 한번에 끝내주심. 근데 주사 진짜 아프게 놓으심. 순간 나도모르게 악! 소리냄ㅠㅠㅠㅠ
너무 아파요...선생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지만 한번에 끝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검사또한 일주일 뒤에 문자로 받기로 하고 수납창고로 감.
['쥬씨'님이 '카드슬래시' 스킬을 쓰셨습니다. - 명중!]
내 카드는 월초부터 불을 뿜고 그렇게 이번달도 망했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돈으로 마음의 평화를 삼. 물론 아직 결과는 안 나왔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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