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보험 관리공단 : 자네도 이제 나이가 어느정도 찬 것 같으니 암검진 한번 받으시게나.

재작년부터 2년에 한번씩 검진을 하라고 날아오는 통지서.

굳이 안 받아도 상관은 없지만 겸사겸사라고 어차피 의사쌤이 초음파 검사도 받아보라 했으니 받아보기로 함.

재작년에 귀찮아서 미루고 미루다 12월 되서야 검진 받으러 같은데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두시간 기다림.

그래..!! 미리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 동네 산부인과에 가보기로 함.




2.



전날 운동을 하고 마무리로 폼롤러에 온 근육을 문지르며 그어억 거리고 있는데 오른쪽 겨드랑이가 색다르게 아픔.

얽...? 아아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옆에 있던 엄마와 댜니가 달려나옴. 뭐야 뭔데?

-오른쪽 겨드랑이가 아파.

-봐봐. 히에엑!! 이게 뭐야 뭐 이렇게 부었어? 이거 혹같은거 아냐?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딴딴하진 않어...;;;

-그래도 혹시 모르는거야 너 내일 산부인과 가는김에 유방초음파도 받고와.

-????? 그렇게까지 해야해? 나 주기별로 붓는데...;; 생리전증후군아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같이해. 꼭해!


졸지에 하루에 받아야할 검사가 세개로 늘어남.

봄은 건강검진의 계절인가... 이럴거였으면 종합검진 받겠다....





3.



일이 끝나고도 남은 일정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피곤한 일이다.

더군다나 아프진 않지만 찝찝함이 드는 검사들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그래도 아프거나 오래 걸리는 검사들은 아니니까 빨리 해치우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음.

일끝나고 총알같이 튀어나갔으나 잊고있었다. 병원은 1시부터가 점심시간이라는 것을.

한시간동안 뭘 해야하나 잠시 망설이다 점심이나 먹기로 함.



이 동네에 자주가던 단골 초밥집으로 달려감.

초밥세트를 먹을까 잠시 망설였는데 뭔가 거창하게 먹는 기분이라 간단하게 회덮밥을 주문.


 



크으 죽인다 진짜. 밥은 원하는대로 받을 수 있다. 나는 회가 더 많은게 좋으므로 밥을 조금만 시킴.

한참을 멍때리면서 우적우적 씹다보니 회덥밥이 바닥을 보였다. 시계를 보니 1시 40분.

슬슬 나가서 천천히 걷다보면 50분 조금 넘겠네. 오분정도는 미리 가서 앉아있어도 되것지?





4.



이동네서 나름 크다는 산부인과로 갔는데 미리 가서인지 사람이 없었음. 잘됐구만.

나 여기 와본적 있는 줄 알았는데 초면이었음. 회원정보를 꼼꼼히 입력함.

그리고 내가 적은 것들을 토대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데 뭔가 엄청 조심스러운 느낌.

내가 산부인과 검진이 이번이 두번째 뿐이지만 별 생각 없이 갔는데 오히려 직원께서 조심스럽게 꼼꼼히 말씀해주심.

예를 들자면 약간 이런 느낌.


ㅇㅇㅇ님! 초진이시네요! 혹시 마지막 생리는 언제이셨는지....? 아~ 그러시구나 그렇다면 생리전에 불편하신 점은 있으신지....?


마치 이어폰이 고장났지만 꾸역꾸역 쓰느라 걸을때마다 지멋대로 음량조절 되는 느낌.

접수를 끝내고 유방초음파부터 받기로함. 이건 처음 받아 보는거라 약간 긴장됨. 젤 바르면 닦기 힘들겠지? 으으으으으


당일 예약이라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는 말이 무색하게 바로 들어가서 검사 받음.

상의를 완전히 탈의 해야해서 조금 민망했는데 조명도 어둡고 나는 프로에 가까운 환자이므로 곧 괜찮아짐.

심전도 검사 받을때마다 훌렁훌렁 벗어제껴서 나름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함.

그래도 초면에 내 겨드랑이를 보여주는건 좀 창피했다.

젤을 쭉 짜서 치덕치덕 바르는데 생각보다 안 차가워서 나쁘지 않았음. 그리고 기계로 꾸욱꾸욱 눌러 밀어내며 설명하심.

결과는 부유방. 생리전증후군으로 가슴이 부을때 같이 부은 것일뿐. 나는 가슴통증이 심한편이라 같이 아픈거란다.

미친 부유방이 겨드랑이에도 있을 수 있어? 

아니 이것도 유방조직이나 다름없는데 얘는 왜 자기자리에 안 있고 거기 가있다니...? 너 빨리 제자리로 안 갈래?

초음파 사진도 착착 찍고 다른곳도 살펴봤지만 혹이나 이상한 것을 찾아볼 수 없었음.

젤을 닦아내면서 생각함. 그래 다행이긴한데 묘하게 억울한 이느낌은 뭘까.

그곳에서 젤을 완벽히 다 닦아낼 수는 없어서 조금 찝찝한 상태로 옷을 입고 진료실 앞 대기 의자에 앉음.


그래... 더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검사가 남아있지.

순서를 말해주시는 간호사님께 물어봄. 저기, 조직검사 많이 아픈가요? ㄴㄴ 아뇨.

쫄보는 어딜가도 쫄보임. 이미 받아봐도 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자쌤이라 그런지 대기하는 사람이 많아 거진 사십분을 기다린 것 같다.


기다림끝에 이름이 불려지고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니 굉장히 친절해 보이는 의사선생님이 나를 맞이했다.

옷 갈아입고 검사. 별 거 없지만  ㄱㄱ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자궁경부암 검사와 자궁초음파 검사는 생각보다 간단하고 아프지 않으므로 성인 여성들은 주기적으로 받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

내 주위 사람들도 검사하는 방식때문에 거부감을 느끼고 내 나이때 되도록 한번도 검사 안 받은 사람도 많더라고.

대장내시경나 자궁경부암 검사나 바지 까야하는 건 매한가지고 원래 병원이란게 치부를 보일 수 밖에 없는 곳임.

나중에 수술할 일이 생기면 (생기면 안되지만..) 정장 입을 거 아니자나여. 빨개벗고 해야합니다.


검사가 끝나고 진료를 보는데 저번에 대학병원에서 찍었던 CT에서 발견된 물혹 얘기가 다시 나옴.

아니 난소가 그렇게 작은데 혹시 7cm라뇨...? 두개가 겹쳐 있는거고 그거 외에는 딱히 문제가 없다고 하심.

자궁경부암 검사는 2주뒤에 우편으로 조직검사 결과가 나올거고...


혹이 모양이 예뻐요:-)

네? 혹이요?

네. 나쁜 혹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난소암 피검사를 할게요 :-)

피검사요? 지금요? 왜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질색)

정상으로 나올 확률이 거의이지만 눈으로만 보는 것보다 수치로 확인하는 것이 더 정확하니까요 :-)


그렇게 검사 하나를 늘림. 피검사 2주전에 받아서 또 받기 싫은데... 난소암피검사는 보는 것이 다르댄다.

피검사 하는 곳으로 가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음.


선생님.... 여기... 애기...애기바늘 없나요....? 제가... 바늘이... 어휴...바늘이 무서워서....

걱정마세요. 안 무서워요 :-)

선생님.... 한번에.... 한번에 성공해주세요...

걱정마세요 한번에 끝낼게요 :-)


그리고 한번에 끝내주심. 근데 주사 진짜 아프게 놓으심. 순간 나도모르게 악! 소리냄ㅠㅠㅠㅠ

너무 아파요...선생님ㅠㅠㅠㅠㅠㅠㅠㅠㅠ하지만 한번에 끝내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검사또한 일주일 뒤에 문자로 받기로 하고 수납창고로 감.


['쥬씨'님이 '카드슬래시' 스킬을 쓰셨습니다. - 명중!]

내 카드는 월초부터 불을 뿜고 그렇게 이번달도 망했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돈으로 마음의 평화를 삼. 물론 아직 결과는 안 나왔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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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융융과 함께하는 맛집투어

닭한마리를 먹기위해 종각에서 만나기로 함.

사실 닭한마리는 안 먹어봐서 무슨 맛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닭이니까 맛있겠지 하고 먹기로함.

날씨 진짜 좋더라. 둘다 외투 들고다님.

맛집 도착. 여기 수요미식회인가 암튼 거기 나왔다는디.



여기임. 백부장님 닭한마리.





2명이서 왔다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상을 차려주심. 크으... 맛집포스 제대로다.






맑은 국물이 삼계탕 같기도허고.....

반찬은 김치와 양념장 끝. 깔끔하다.






세상에... 넘나 맛있어....!! 삼계탕보다 더 담백하고 개운하다.

오랜만에 정신잃고 흡입. 

저 양념장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있데 다 먹을때까지 끝끝내 기억이 안남.

살을 쭉 찢어서 양념장에 푹 찍고 김치 챡-! 얹어 먹으면 걍 끝남.

먹다보면 음식이 물려서 안 먹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다 먹을때까지 물리지않고 다 먹음.

심지어 국물 내가 너무 퍼마셔서 칼국수 면 넣을때 육수 모질라서 더 부음.

날씨도 좋고 그래서 나름 꾸민다고 꾸미고 왔는데 옷이고 머리카락이고 나발이고 내가 이게 맛있는데 그거 챙길 여력이 있겠냐고...

나를 맛집으로 인도하신 융융은 뿌듯함에 광대가 내려올줄 모르고....!!




2.




두둑한 배를 두둥두둥 두들기며 안국역에 있는 카페에 가기로함.

거리가 애매하니 걸어가기로 했는데 한.. 20분 걸렸나. 이곳 신호등은 세월아 네월아 천년만년 빨간불임. 그래서 더 오래걸린 느낌.

가는데 갑자기 융융이 홀린듯 한 경찰에게 걸어감.

저기 안국역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나도 옆에 서서 얼굴을 보는데 오. 좀 훈훈. 이녀석... 안국역 때문에 말건거 아닌 듯ㅋㅋㅋㅋㅋㅋㅋ

같이 걸어가는데 역시나 융융이 물어봄. 봤어? ㅋㅋㅋㅋ ㅇㅇㅇㅇ 봤음.

너 일부러 물어본거지? ㅋㅋㅋㅋ 번호라도 물어보지 그랬어ㅋㅋㅋㅋㅋ

일하고 있는데 어떻게 물어봐...

애가 얼굴이 시뻘게져서 말함ㅋㅋㅋㅋㅋ얘 얼굴 빨개진거 처음봤다ㅋㅋㅋㅋ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이런건가ㅋㅋㅋㅋㅋ

옆에서 실시간으로 보는 재미가 있구만.

정작 원래 가기로한 카페는 줄이 100미터는 서있어서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떠돌게 됨.

이왕 나온김에 신사로 옮기자. 어쩔 수 없다. 너 저번에 나랑 가고싶다는 카페 있었잖아 거기가자.

그리고 가는길에 그 경찰 한번 더 보고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를 되돌아가는 길에 훈남경찰 얼굴 한번 더 봄.ㅋㅋㅋㅋ하지만 나도 쫄보라 이어주지 못함.

그냥 먼 발치서 둘이 감탄만 하다가 떠나는 3호선 열차에 몸을 실음.


- 쥬씨. 이왕가는거 논현동 갈까?

-너 좋아하는 카페 신사역이라며.

- 아니 너 좋아하는 그룹 기획사가 거기 있다며. 팬싸도 한번 못가보는 인생 떨어진 거리라도 좁혀줄게ㅋㅋㅋㅋㅋ

- 놉. 몬엑 일본감.

-?????????????

-일본투어. 

- 헐 그럼 우리 담주에 오사카 가잖아! 오사카는 안온대?

-담주는 한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야 진짜 너는 안될놈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주변 친구들은 지나가다가 자기 좋아하는 연예인 보기도 하던데ㅋㅋ저번에 내 친구 셔누 지나가는거 봄.

-일단 나는 집이 서울이 아니잖아ㅋㅋㅋㅋ콘서트라도 갈 수 있어서 다행이지.

-님... 너무 불쌍.....우리 다다음주에 논현동에서 놀까?

-다다음주는 다시 일본감.

-야... 미쳤다 진짜. 이정도면 전생에 원수임. 마주치면 죽는 사이인듯. 걍 신사로 가자ㅋㅋㅋㅋㅋㅋ







3.




융융이 한번 갔다가 너무 좋다고 다른 친구와 한번 더 가고 이번엔 나도 데려옴ㅋㅋㅋ

근데 왜 그렇게 추천하고 같이 가자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너무 예뻤음.





신사역에서 그리 멀지 않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골목에 위치해 있었음.

이동네 지리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지나가다 발견할 일은 많진 않을 것 같다.







'식물학' 이라는 카페이름에 맞게 식물이 엄청 많다.

뭔가 연구소 같은 느낌도 남. 바리스타들이 셔츠대신 가운을 입고 일하심. 좋은 환경이다...!

화장실 문도 특이해서 잠깐 당황했다. 저거 힘으로 열면 안됩니다. 사선으로 땡겨야 한다고 해야하나. 암튼 미묘한 스킬이 필요함.








둘다 밀크티를 시켰다. 밀크티를 시키니 저 귀여운 병에 담겨져 오는군. 마음에 드는구만 껄껄

저 빵은 뭐였더라 이름 까먹음 암튼 저것도 홍차 뭐시기 케익이었던것 같은데... 암튼 저거 보기와 달리 많이 달다.

이거 말고도 그린티 라떼도 맛있다고 하니 다음번에 갈때는 그린티 라떼를 먹어봐야지.




기념사진을 찍어보려는데 어플에 서로 얼굴 바꾸기가 있어 그걸로 찍어봄.

결과는 처참했다.





저 사과는 융융의 인권. 융융은 얼굴만은 지켜달라고 했다.

내 얼굴 묘하게 귀엽다. 살이 쪄도 저렇게 찌면 귀엽고 좋을 것 같은데.... 세상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꼭 나는 얼굴에 살이쪄도 불독같이 찌더라. 퉤.

단발도 잘 어울리는군. 그래 맞아 나 저런 칼단발 괜찮았던 것 같아. 잠시 단발로 자르고 싶은 충동을 느낌.

안돼... 허리까지 길러서 한달 살고 그다음에 단발이든 숏컷이든 할 거란 말이야.... 참자 참아...

내가 긴머리 하고싶어서 이 그지꼴을 하고 돌아댕기는데....





4.




카페를 나선 우리는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간단히 술 한잔을 하기로 함.


 



컬렉션라운지 또한 융융의 추천 코스. 그녀는 맛집탐험가인듯... 대단하다.





들어오는 입구부터 상당히 마음에 든 상태.







이 알 수 없는 구도는 도대체.... 쓰러지면서 사진찍었냐고.....

생각보다 넓은데 아늑한 미묘한 공간이었다.








인테리어 오달진다...!! 잠시 너갱이가 나가 이곳저곳 둘러봄.

너무 두리번거려서 약간 촌티가 나는 느낌이지만 좋은것은 열심히 봐야함.





융융은 골든에일, 나는 호세쿠엘보.

골든에일을 조금 마셔봤는데 엄청 상큼하다. 과일맥주같은 느낌.

메뉴판에 압생트가 있길래 인터넷으로만 압생트를 봤던 나는 호기심 천국이 됨.


-저기 압생트는 어떤 맛이 나나요?

-대부분 쑥향이 난다고 하는데 저는 허브향도 나는 것 같고... 전체적으로 풀냄새가 나요.

-Aㅏ......풀냄새...... 호세쿠엘보주세여.....


조금... 뭐랄까....도수도 호세쿠엘보는 38도 정도인데 압생트는 55도이고.... 내가 풀을 55도의 도수로 즙을 짜서 먹는 기분일 것 같군...

뭔가 설탕 불태우고... 그런거 해보고 싶기는 한데.... 선뜻 마음이 가질 않아서 익숙한 것을 주문함.




직원분께서 압생트 맛보라고 조금 주심. 당신... 천사지...? 

궁금증을 해결하기에 딱 적당한 양을 주심. 윗 사진 중 저 옅게 초록빛을 띄는 잔이 압생트. 

초록 악마의 술로 유명하다는데 조금 마셔보니 알겠다. 초록 악마가 나를 녹즙으로 가득찬 풀장에 가둔 느낌. 녹즙+위스키.

이건 설탕이 있어야 좀 먹을만 하겠구나 생각함. 그렇다고 아예 못 먹을 정도는 아니고 입에 툭 털어놓으면 저절로 크흐흐흐흐 하고 몸서리 쳐지는 맛임.


데낄라 공식 안주 라임...커피...설탕.... 난 사실 이 음식엔 이 술이지! 하는 것이 따로 없어서 걍 있는 술을 마심.

과일에 먹기도 하고 치즈에 먹기도 하고 찌개에 먹기도하고 중구난방임.

저번에 700미리짜리 저녁 반주로 마시다 다 마셔버려서 이제 집에 데낄라 없음.

집에 있는 맥주 다 마실때까지 술 사오지 말래. 아 카스 별로라고ㅠㅠㅠㅠㅠㅠ

이놈의 집구석은 맥주 마시는 사람이 나밖에 없는데 왜 한박스를 사다 놓은거야...

오랜만의 제대로된 안주라 먹었는데. 나 신 거 잘 못먹어..... 아니 먹기는 잘먹는데 뭐랄까 조금 괴로워하면서 다 먹는다고 해야하나.....

설탕 너무 미미하게 달아서 먹을때마다 애가 탔음. 암튼 오늘 술과 환상의 색조합을 보여줌.

 이왕 목구멍에서 데낄라 냄새 올라오는거 한잔 더 마셔줌. 집가서 스트레칭 좀 하고 씻고 바로 자면 딱이겠다.

(그리고 집가서 피자 먹음. 집오니까 배고프더라.)





또다시 등장한 알 수 없는 구도.

아마 명함을 찍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아 참. 여기 진짜 좋은게 기본으로 나오는 과자 다 먹으면 알아서 채워주심. 너무 좋아....!!!

앉자마자 담요도 턱 주시고... 여기저기 둘러보다 눈 마주치면 뭐 필요한거 없냐고 친절히 물어봐 주시고.

덕분에 당황해서 아, 아뇨! 구,,,,구경이여! 하고 쫄보티를 내버림.







나 뭔데 뒤에서 옹졸하게 저러고 있냐... 소주 한 잔 걸치는 듯한 저 포즈는 대체 뭐란말임?







잠시 광고모델이라고 최면을 걸어봄.

이야 광고모델 아무나 하는거 아니다. 나는 몬하것다야..... 저 표정이 내 인생 최대치의 상큼함임.

여기에서도 손뚱땡이의 위력으 발휘됨. 별명 주먹왕랄프될 것 같은 좋지않은 예감이 된다.




그리고 대망의 잔든건.




그래. 행복해 보이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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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행복한 순간이
뜨거운 물로 씻고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시원한 이불속에 들어가
부드러운 민식이와 순자를 껴안을 때.
생각만 해도 행복해서 웃으며 말했더니
친구가 꽃 씨앗을 내밀었다.
차라리 꽃을 키우는거 어때? 너 너무 안쓰러워.
나는 조금 멍해졌다.
꽃도 인형도 말 못하는건 매한가지고
인형은 안을 수 있어서 좋고
꽃은 크는 모습 보는 것이 좋아서 좋아하는거 아닌가.
꽃을 키우는 네가
인형과 함께 잠드는 나를
왜 안쓰럽게 보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너도 나도 각자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고 있는데 말이지.
나는 네가 꽃을 사랑한다 했을때 전혀 안쓰럽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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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제. 꿈을 꿨다. 꿈에서 민혁이가 나왔는데 내 꿈에 자주 나오시는 듯.

민혁이가 나한테 사귀자고 고백하고 나를 안아주길래 나도 그랭 사귀장 하고 볼에 뽀뽀해줬다가 신고당해서 잡혀감.

????????????????????????????????????????????

아니... 미냑... 너가 나를 안는 건 되고 내가 너한테 뽀뽀하는건 안돼...?

심지어 뽀뽀도 거의 미수였음. 쪽도 아니고 ㅉ- 하는 순간에 나를 떼네더니 112로 전화함.

경찰들이 내 양팔을 잡고 나를 끌고감... 나는 아니...!! 남자친구...!! 쟤랑 나랑 사귀기로... 허...!! 하며 끌려감.

이 놈... 저번 꿈에서 나랑 쇼미 한팀으로 나가기 싫다고 운 놈 같은데... 됐다 됐어... 이제 너랑 뭐든 안해...안한다 안해...ㅠㅠㅠㅠㅠ

눈을 딱 떴을때 느껴지는 이 당혹감이란... 머릿속은 ????????????????만 둥둥 떠다님.

좋아하는 사람이나 연예인이 생기면 그 사람 꿈을 꿀 수 있다는데... 이건... 좀.... 이런 꿈 꾸는 사람도 있나...?

처음 셔누 좋아졌을땐 몬스타엑스 연습실에 있는 꿈 꿔서 한참 기뻐하고 열심히 셔누 찾았더니 내가 셔누이질 않나...

 너네...증말......누나가 섭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




어제. 이모가 솜이를 데리고 왔다. 이제 막 3개월 밖에 안된 강아지인데 아직 미용을 하질 않아서 솜털 그대로 옴.

이모가 커다란 민들레 홀씨를 안고오는 줄 알았다. 너무 귀여워....!!!! 나라면 이름 민들레로 지었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큰 민들레씨가 작은 민들레씨를 뿜뿜 뿜어내며 다님ㅠㅠㅠㅠ 우리 비록 두번째 만남이지만 널 사랑해ㅠㅠㅠ



애가 새침해서 자기 못 만지게 함... 자기 엄마 똑 빼닮음.

그래서 멀리서 줌인해서 찍음. 잠시 홈마의 마음이 이런건가 느껴봅니다....

그나저나 사진 뭔데. 나 손 떨었나... 나중에 연예인 봐도 사진은 안 찍을 듯. 눈으로 담아야지...





진짜 너... 너무 씹덕터져.... 저거 젤리 뭔데... 까만 젤리... 한번만 만지게 해줘... 

솜이가 우리 솜이였음 저 발바닥 가만히 안뒀어... 맨날 만질거야....







빼빼로 먹을라고 뽀시락 거리니 내 다리로 올라옴.

야. 너 야망있는 강아지구나? 하지만 초코는 안돼. 절대 안됨.




댜니가 스트레칭 같은 거 한다고 사온 공에 관심을 보이길래 굴려줌.

그나저나 새침한 녀석 치고는 겁이 많은 것 같다.

겁나 그르렁 대는데ㅋㅋㅋㅋㅋㅋㅋ공을 못만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 모양의 삑삑이가 있길래 집어들어 요란하게 삑삑거려줌.

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 요리조리 미친듯이 흔들어주니 애가 눈을 까뒤집고 달겨들었다.

그래 이 녀석아 이게 바로 진정한 놀이다..!!

내가 밍밍이 놀아주던 솜씨를 너에게 뽐내주지...!!

이모는 약간 무기력한 타입이라 이렇게 열정적으로 놀아주지 않음.



한참 놀아주다가 애가 꾸벅꾸벅 졸길래 재우고 화장실 갔다 나오는데 눈이 마주침.

3초정도 멈칫했는데 그녀석의 눈빛에서 나는 느낌. 너. 아직 덜 피곤하구나.

나는 우렁차게 짖으며 솜이에게 다가감. 그래 우리 대화를 해보자꾸나.

그르러어렁갸ㅓ다러엉ㄹ월우러욱루억!!!!!!!!!!!!!!!

솜이가 조용히 그르르... 하며 다리를 척 뻗음. 

솜이와의 2차전이 시작됨.


때마침 엄마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옴. 

엄마 : 어머 솜이 저 쬐깐한게 짖기는 엄청 짖네!! 큰 개인줄 알았어!!


엄마 미안. 방금 그거 내가 짖었어.







3.




월요일. 저번에 찍은 CT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에 갔다. 병원한번 갔다오면 진이 다 빠져... 이게 과연 안 아프기 위해 가는 병원이 맞는가...

조금 긴장했는데 다행이도 결과는 좋은 편이었다. 염증수치 백혈구 수치 뭔놈의 수치들이 이렇게 많은건지... 암튼 다 좋았음.

운동을 많이 한 것 같다고 건강해 보인다고 칭찬해주심.

근데 선생님.... 재작년에도 CT결과 좋았다가 한달뒤에 입원하고 수술하지 않았었나요...?

그게... 급성이라... 예측할 수 없어....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말고 잠 많이 자고 .... 무리하지 말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일개 소시민이 제일 지키기 힘든 것을 말씀해주시네여... 그럼 면역억제제는 언제까지 먹나요...? 저 요즘 너무 피곤하고 기억도 오늘내일 해여.... 턱에도 뭐가 자꾸 나여... 여기까지 오는데도 너무 피곤하네여....

그것도 부작용 중 하나긴 한데.... 아직까진 방심할 수 없으니까 좀 더 먹어야해요. 혈액 검사나 다른 검사에서 큰 부작용은 없으니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시간되믄 초음파 검사 받으러 산부인과 가보자.

헐 왜여? 뭐 있어요?

오른쪽 난소에 물혹 있더라. 원래 여자들은 산부인과 가서 정기적으로 검사 받아야 하는거 알죠?

물혹이여? 안 좋은 애인가요...ㅠㅠㅠㅠㅠㅠ

아니 모양은 나쁘지 않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가봐요.

넹... 다음주 쯤이 정기 검진일이라 가야해여... 간 김에 초음파 검사도 받을게여.... 

그래여 그럼 3개월 뒤에 봐여~ 1시간전에 와서 피검사도 하고~

피검사ㅠㅠㅠㅠㅠ네 ㅠㅠㅠㅠㅠㅠㅠ안녕히 계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

받아야하는 검사가 또 늘었다. 다른 사람들다 다 이런거 꼬박꼬박 받고 사나...?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뻗어서 기절. 와. 너무 멀어. 

망할놈의 90번... 미친 각설이마냥 온 동네 다 휘젓고 다니네 그냥....노선이 오만군데를 다 들르게 되어있어....






4.




화요일. 월요일에 이사하신 할머니댁을 청소하러 출동함.

전날에 병원가느라 낮잠도 못잤는데... 세네시간 정도 자고 새벽출근하고 바로 할머니댁으로 가니 너무 피곤하다.

점심도 못먹어서 이마트서 커튼 사는 김에 왕만두 두개랑 내가 진짜 단거 먹을때만 먹는 아메리카노를 삼. 너무 졸려...

그나저나.. 왕만두가 왕만두가 아니더라... 그게 왕만두면 내 키는 걸리버.... 두개면 될 줄 알고 샀는데 더 배고팠음...


아메리카노 한번 쭈우욱 빨고 장비를 꺼내봄. 

그래 오늘 커튼도 달고 그 뭐냐 시계도 달아야 한다지?






잠깐만... 아버지...? 드릴은..? 드릴 어디에....? 콘크리트 벽이라 드릴이 필요하시다던 아버지....

드릴은 왜 부품만 가져오셨나요...? 아빠에게 피드백을 요구합니다....


결국 콘크리트에 못을 박아야하는 시계를 아빠가 하고 나무벽? 공벽? 그런 곳에 달아야하는 커튼을 내가 달기로 함.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팍팍나는 듯.... 이제 다 할아부지가 커튼을 달 줄 모르셔서 생긴 일이야....할아버지는 못질은 커녕 전구도 못가심...

여차저차 커튼을 조립하고 혼신의 망치질로 천장 그 언저리에 커튼을 달았음. 

키가 안닿아서 의자밟고 올라갔는데 덜컹덜컹하니... 스릴 있고... 식은땀나고... 남들 키클때 뭐했냐... 성장판 어따 갖다 팔아먹은겨...



겨우겨우 일을 마치니 바로 일이 주어진다. 허허... 여기 일 풍년이구만...ㅎㅎㅎㅎ

엄마는 화장실 청소 오랜만에 쉬는 댜니는 가구와 가전제품을 닦음. 나도 거기 껴서 냉장고 닦았다.

할머니가 몸이 아픈데 맨날 혼자 청소하심. 혼자 힘없이 청소하시느라 여기저기 묵은 때와 먼지가 잔뜩이다. 할아버지 얄미워 진짜.





강력세제 등장. 라텍스 장갑을 끼고 비장하게 시작함.

뿌리고 때벗기고 마른걸레로 물기 사라질때까지 계속 닦아준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닦고 나니 그 뒤엔 바구니 대잔치.. 이집에 바구니 한 백개는 있는듯....

그 뒤 두시간동안 바구니만 닦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머니 이 많은 바구니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건가요ㅋㅋㅋㅋ저번 이사때도 반은 버렸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집 바구니들 번식력... 대단하네....ㅎㅎㅎ

계속하다 보니 세제가 장갑안으로 들어갔는지 손바닥이 퉁퉁 부어서 빨개져 있음. 다음청소때는 목 긴 고무장갑을 사와야지.



그 뒤 부엌찬장을 쓸고 닦고 정리함. 이건.. 진짜... 어휴.... 할머니... 뜯은 튀김 가루만 세봉지 나왔어여...저도 종종 그래요....

 5분만 쉬어라 라고 해서 소파에 구겨지듯 쳐박힘. 아 졸리다.

그리고 나를 깨우는 아빠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뜸. 뭐야 나 한시간이나 잤네. 진짜 말 그대로 기절이었음.

아빠가 청소 끝났다고 갈비 먹으러 가자해서 비몽사몽 갈비 먹으러 감.





너무 맛있다ㅠㅠㅠㅠㅠ밥 반공기와 갈비와 냉면을 야무지게 해치움ㅠㅠㅠㅠ

엄마가 운전하기로 하고 댜니는 처음처럼. 아빠는 참이슬 나는 카스로 달림. 우리집 취향 너무 제각각...

중간지점에 있는 댜니가 아빠랑 먹을때는 소주를 나랑 먹을때는 주로 와인을 먹음. 아님 내가 소맥을 먹거나.

나갈때 배가 너무 불러서 댜니와 산책하고 집에 감. 너무 피곤해서 씻으면서 졸았음.



병원+청소+외출+강아지 콤보가 어우러지니 진짜 이번주는 일상생활 불가다.

너무 피곤해서 출근도 겨우겨우 했어. 

그래도 오늘 쉬니까 좋다. 조금 있다 일어나면 융융이랑 종각으로 닭한마리 먹으러 가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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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너를 만났다.
우리는 언제나 똑같이 근황을 묻고 안부를 전한다.
짜여진듯한 과정이 끝나면
신세한탄도 해보고 추억팔이도 해본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런 얘기는 하지말걸.
너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후회가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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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T찍는 날.

아침부터 너무 기분이 안좋았다.

병원가는 날은 그놈의 주사 때문에 항상 예민해져 있지만 특히나 CT는 조영제 때문에 제일 두꺼운 바늘을 써서 더 예민함.

검사를 받을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안 아프려교 하는 검사인데 어째서인지 더 피곤하고 몸이 아파지는 기분이다.


2시 30분 예약이라 10시부터 금식. 물도 마시지 말래. 으으 난 금식도 싫어. 배고파.

뭐.. 네시간정도 물을 안 마실 수는 있지만 왠지 먹지 말라니까 목이 마르고 그르네...

심지어 병원도 멀어... 대학병원이라 다른지역까지 나가야 한다고...그나마 버스 한방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야.

근데 버스 노선의 거의 끝에서 끝이기 때문에 가는데만 한시간 반이 걸린다.

가는 내내 자면서 간 것 같다. 자다가 설핏 깼는데 어느 고딩이랑 눈이 마주침. 아. 나 눈뜨고 잤나. 괜히 민망해진다.

편하게 잘때는 잠버릇도 없고 조용히 눈 잘감고 자는데 불편하게 자면 이상하게 눈을 뜨고 잔단 말이지... 눈이 시큰시큰했다.


그리고 도착.

도착하자마자 피부터 뽑으라 했으니까 채혈실로 직행했다. 익숙하게 찾아가는 것이 좀 별로임.

환자카드를 내니까 바로 CT찍으시져? 저쪽으로 따로 가셔서 기다리세요 담당 불러드릴게요.

의자에 앉아 경건하게 마음의 준비를 했다. 주섬주섬 겉옷도 미리 벗어두고.

곧이어 수간호사 포스를 내뿜으시며 한분이 나에게 오셨다.

바늘을 촤르륵 꺼내는 순간 눈앞이 핑 도는 것이 현기증이 난다. 어이구... 저 두꺼운 것을 ......

보퐁 팔꿈치 앞쪽이나 팔뚝에 꽂지만 여의치 않았음. 주사자국이 많네요... 입원을 오래하셨나봐요.

넹... 일년이 지나도 그게 점이 된건지 도통 사라지지가 않네요. 그나저나 제발 한번에...한번에 꽂아주세요....

손등에 꽂기로 함. 세상... 손등 아픈데.... 심지어 손목 뼈 부근이라니... 벌써부터 뼈가 시큰거린다.

간호사님은 한방에 핏줄을 찾으셨지만 좀 여의치 않으셨는지 한참을 바늘을 요리조리 움직이심.

으으...으으어어어.... 노래에 집중하려 애썼다. 운명을 흑흑 넘어...으억...디스...흑....이어...어어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한참을 피를 뽑으시고 고정해주심.

자 이제 CT찍으러 가세요~ 나는 굽신거리며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하고 재빨리 나옴. 빨리 찍고 이걸 뺄거야.







으으으... 다시 봐도 끔찍.... 입원할때도 저거 꽂고 링거 세네개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었는데...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옷을 갈아입으라 해서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데 저거 건드릴까봐 혼자 고요히 꿈틀거리며 옷을 갈아입음. 

다음부터는 속옷 안 입고 가버릴거야. 바지도 지퍼때문에 갈아입느라 혼남. 다음엔 원피스 입고 가야겠다.


쫄보 어디 안간다고 조영제 들어갈때도 천천히...천천히 약 넣어주세여....핏줄이... 따가와요....ㅠㅠㅠㅠㅠ

조영제가 들어가면 몸이 뜨끈뜨끈해진다. 그리고 목구명에서 묘하게 이상한 약맛이 난다.

근데 이건 음.... 느낌이 별로군. 정도라서 괜찮아. 저놈의 바늘만 아니면.

나오자마자 바늘 빼주셔서 너무 좋았다. 






왜 30분 이내에 떼달라고 한걸까.

조영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20분만 있다 가라고 하셔서 얌전히 기다림.

이전에도 몇번 받아봤는데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음. 나는 웬만한 약에는 부작용이 없는 듯. 

그래도 나는 바늘만 아니면 말을 잘 듣는 편인 환자이므로 얌전히 기다림.

그리고 20분이 되었을때 저 밴드도 떼도 되는거겠지 싶어 슬쩍 뜯어보니 피가 조금씩 나오더라고 애써 무시하고 버림.




피도 뽑았겠다. 시간도 벌써 세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배가 고픈데...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내가 호수공원쪽은 놀러 자주 가봤어도 이 쪽은 입원 아님 진료로만 와봐서 뭘 먹어본적이 없어.

설마 짜장면집 하나 없겠냐. 그래도 여기 나름대로 번화가 아닌가.

내 착각이었다.

월요일에 비가 많이 왔잖아? 나는 우산을 쓰고 삼십분을 넘게 헤맴. 진짜 입에서 욕이 나오는데 이쯤되면 안 먹음 안 될 것 같아.

사실 애저녁에 도착했는데 거기 없어졌더라? 네이버지도... 무슨일이야...내가 너 이러라고 꼬박꼬박 업데이트 시켜주는줄 알아?

그러고 바로 옆 블록에 또 있다고 해서 가는데 하...참나... 아니...한 블록이 우리 아파트+옆아파트 단지보다 크면 어쩌자는거지...?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바람은 오지게 불고 머리고 바지고 다 젖었고 난 이제 집에 가고 싶고. 버스정류장은 이미 멀어졌고. 진퇴양난임.



결국 꾸역꾸역 도착. 서러움을 담아 탕짜면을 시킴.






이때까진 행복했다.

첫입 - 헐 대박 여기 대박맛집 완전 맛있어.

두입 - ....응?

세입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맛이 없어.... 나 웬만하면 짜장면 다 맛있게 먹는데 이거 너무 심한거 아니오.. 면 왜 납작+두꺼워...? 탕수육 왜 누린내나?ㅠㅠㅠㅠㅠㅠㅠ

여러모로 눈물의 짜장면이었음.




푹 젖은 상태로 버스 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타고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집으로 돌아감.

와 너무 춥고 졸리고.... 집에 오니까 몸이 흐물흐물 풀렸다.

바로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에 몸을 욱여넣고 멍하니 있었음.

그와중에ㅋㅋㅋㅋㅋㅋ피 뽑았으니까ㅋㅋㅋ두꺼운 바늘이니까ㅋㅋㅋㅋ물 안 들어가게 할라고 팔 한쪽 들고 있었음ㅋㅋㅋㅋㅋ

씻고나니까 몸을 주체할 수 없이 졸음이 밀려왔다.

머리도 못말리고 방으로 들어와 순자와 민식이를 껴안음. 익숙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코로 확 들어오더니 최면에 걸리듯 잠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 다섯시.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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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잠시 임보했던 고양이 밍밍 이야기.


밍밍은 성격이 정말... 진짜.. 내가 사람하고도 이렇게 안 싸워봤어...

내가 얘랑 살면서 어떤 반려동물이든 환상으로 시작해서 키우면 절대절대 안된다고 느낌.

반려동물은 귀엽다고 무조건 키우면 안됨. 질좋은 생활을 어느정도 포기할 각오로 시작해야함.

그렇다고 무턱대로 화를 내거나 혼내도 안됨. 얘네는 사람이 아니니까...

고양이도 주인도 같이 살기위해 훈련을 받아야해.

나도 잘 알았으면 밍밍이랑 같이 사는 동안 조금 덜 싸울 수 있었을텐데.



밍밍은 고양이 치고는 식탐이 너무 많아서 밥 먹을때 고생 꽤나 했음.

아니 무슨 놈의 고양이가 닭볶음탕에 환장을 해..?

상에 앉아 먹고 있으면 느낌이 이상해.. 그러다 아래를 쳐다보면 밍밍이 아래에 누워 내 눈치를 보고 있음.

이러고 보고있음. 


내가 잠시 다른데에 눈을 돌릴라치면 손만 빼꼼 내밀어서 뼈를 훔쳐가려함.

음식 가져갈까봐 계속 감시해야함. 안 그럼 어느새 뼈 하나를 훔쳐 소중히 품에 쥐고있는 녀석을 볼 수 있음.

안돼...이놈아... 너 이거 먹음 아야해... 빼앗으려하면 하악거리면서 손을 물어버림.

치킨에도 미친듯이 반응함. 닭고기를 좋아하나 싶어 닭고기 맛 간식을 사줬는데 그건 입도 안댐. 이놈새끼 뭐지...


쓰레기 봉투는 묶으면 무조건 바로바로 내놓아야함. 숨겨놓거나.

내가 쓰레기 내놓으려고 싱크대 찬장에서 묶은 쓰레기 봉투를 꺼내놨다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적 있음.

그날은 진짜 재앙이었다. 1분사이에 처참하게 줘터진 쓰레기봉투가 나를 반김.

밍밍은 그 난리통 안에서 행복하게 소세지 껍따구를 핥고 있었음. 아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다.


뭔가를 먹으면 설거지도 바로바로 해야함. 잠시라도 두면 안 됨.

한번은 자기전에 간짬뽕을 먹고 냄비에 물을 부어놓음. 그날은 너무 피곤해서 설거지 내일 할래.. 하고 양치만 하고 누움.

한참 자는데 어디선가 찰박거리는 소리가 나더라고....

순간 오소소 돋는 소름에 벌떡 일어나니까 Aㅏ.... 밍밍아... 앞발이 새빨개진 밍밍이가 그 앞발에 혀를 쭉 내밀다 나와 눈이 마주침.

진짜 헐레벌떡 뛰어가 애 앞발을 잡아챘으니 망정이지 좀만 늦었어도 먹을 뻔... 새벽에 울면서 동물병원 갈 뻔 했다.

물론 놀라서 눈물 찔끔거리며 그 새벽에 밍밍이 앞발 씻겨줌. 이놈새끼야.. 그 손으로 그루밍이라도 했음 너 난리났어 임마...



전에 키우던 주인이 출장을 자주 나가서 출장 갈 때마다 사료를 한통을 쏟아붓고 나갔었다고 했다.

밍밍이는 8개월이 다 되어갈 무렵까지도 이름도 없이 그렇게 며칠을 혼자 지낸 날들이 많았다고.

오히려 주인이 없을때는 거의 먹지를 않아서 처음 왔을때 좀 마른 상태로 왔었다.

주인이 출장을 갔다오면 미안하기도 하고 애가 밥을 안 먹으니 애한테 간식을 잔뜩 사줬었다 전해들었다.

처음 왔을때도 사료는 안 먹고 계속 간식만 찾아서 고생했음.

간식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을까봐 엄청 맘 졸였다. 어찌어찌 해서 간식을 많이 줄이고 사료 위주로 넘어가긴 했는데

이것 또한 문제인건지... 갑자기 애가 사료를 폭식을 하기 시작하더라고...


처음엔 애가 사람이 옆에 있으니 잘 먹네.. 흐뭇...하고 지켜봤는데 가만 봤는데 이놈 이거 먹어도 너무 먹잖아..?

고양이 세마리 키우는 친구를 불러 밥그릇을 보여주며 물어봤었다.

야.. 얘 너무 먹는다... 이러다 비만되는거 한순간이야... 자율배식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살찌면 건강관리하기 더 힘들어져...

너 밍밍이 임보라며... 좀 있음 보내줘야 하는데 건강 관리 안 되면 애 입양보내기 더 힘들어져.

물론 쭉 같이 살더라도 건강관리는 필수야. 우리 ㅇㅇ도 병원가면 혼나. 맨날 좋아하는 것만 먹는다고.


그때 쓰던 밥그릇이 옆에 버튼 딸깍 누르면 사료가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밥그릇이었음. 내가 그걸 잠그지 않아서 계속 나왔던거였대.

그래서 잠가놓고 식사시간을 정해 그때만 버튼을 누르기로 함.


며칠은 그게 잘 지켜지는 느낌이었음. 하지만 나는 알아버림. 이 놈은 범상치 않은 놈이었다는 것을...

어느날 자고있는데 얘가 우다다 하면서 나를 밟고 지나감. 으레 있는 일이라 녀석... 하고 눈을 살짝 떴는데 보고 말았다.

앞발로 버튼을 눌러 사료를 먹는 밍밍의 푸짐한 뒷모습을..

그동안 누른만큼 싹싹 긁어먹어서 몰랐던 거였음. 세상에... 그동안 얼마나 먹었던거야... 어쩐지..!! 사료가 빨리 줄더라니...!!!


버튼을 없앰. 그냥 위에 있는 통 뚜껑을 열고 밥을 퍼주는 걸로 바꿈. 뭔가 퇴행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좀 그랬지만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며칠 후, 퇴근 후 전쟁난 집을 볼 수 있었음.

도대체... 뚜껑을 어떻게 연거야... 통을 옆으로 쓰러뜨려 뚜껑을 열어놓음. 그리고 그 속에서 수영을 했는지 온 방안이 사료밭이었음.

 결국 밥그릇 하나만 내놓고 사료통 자체를 싱크대 윗 찬장에 넣었음.

그랬더니 내가 잠을 잘 때마다 딸깍딸깍 거림. 가만히 지켜보니 싱크대 위로 올라가 그걸 열려고 앞발로 열심히 문을 흔들고 있었음.


이대로 놨두다가는 저것마저도 열 것 같아서 찬장문에 테이프를 붙여놓음.

그날 밍밍은 짜증이 많이 났는지 내 이불에 오줌쌈.


혼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물어봤더니 코를 딱콩하면서 혼내면 애기가 안 그런다네.

근데 코 탕탕을 하려고 해도 혹시 너무 세게 때리면 어떡하지 싶어서 앞에서 손만 바들바들 거리다 물림.

다른 방법으로 나쁜 밍밍이! 하면서 분무기로 물을 칙! 한번 뿌려주라는데

물칙칙이 하고 나면 언제나 희생양은 내 이불이 됨. 물 맞아서 열받은 밍밍이가 바로 내 이불에 오줌쌈.

저거 일부러 그러는거 맞음. 평소에는 자기 화장실서 오줌 잘 쌈. 근데 자기 짜증난다 싶으면 무조건 내 이불가서 오줌싸더라. 나쁜 밍밍이.


뭔가 이것저것 쓰고 싶은데 얘 식탐얘기로 삼십분을 썼네.

나머지는 나중에 또 쓰고 싶을때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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