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행복한 순간이
뜨거운 물로 씻고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시원한 이불속에 들어가
부드러운 민식이와 순자를 껴안을 때.
생각만 해도 행복해서 웃으며 말했더니
친구가 꽃 씨앗을 내밀었다.
차라리 꽃을 키우는거 어때? 너 너무 안쓰러워.
나는 조금 멍해졌다.
꽃도 인형도 말 못하는건 매한가지고
인형은 안을 수 있어서 좋고
꽃은 크는 모습 보는 것이 좋아서 좋아하는거 아닌가.
꽃을 키우는 네가
인형과 함께 잠드는 나를
왜 안쓰럽게 보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너도 나도 각자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고 있는데 말이지.
나는 네가 꽃을 사랑한다 했을때 전혀 안쓰럽지 않았어.
.
조잘조잘
1.
어제. 꿈을 꿨다. 꿈에서 민혁이가 나왔는데 내 꿈에 자주 나오시는 듯.
민혁이가 나한테 사귀자고 고백하고 나를 안아주길래 나도 그랭 사귀장 하고 볼에 뽀뽀해줬다가 신고당해서 잡혀감.
????????????????????????????????????????????
아니... 미냑... 너가 나를 안는 건 되고 내가 너한테 뽀뽀하는건 안돼...?
심지어 뽀뽀도 거의 미수였음. 쪽도 아니고 ㅉ- 하는 순간에 나를 떼네더니 112로 전화함.
경찰들이 내 양팔을 잡고 나를 끌고감... 나는 아니...!! 남자친구...!! 쟤랑 나랑 사귀기로... 허...!! 하며 끌려감.
이 놈... 저번 꿈에서 나랑 쇼미 한팀으로 나가기 싫다고 운 놈 같은데... 됐다 됐어... 이제 너랑 뭐든 안해...안한다 안해...ㅠㅠㅠㅠㅠ
눈을 딱 떴을때 느껴지는 이 당혹감이란... 머릿속은 ????????????????만 둥둥 떠다님.
좋아하는 사람이나 연예인이 생기면 그 사람 꿈을 꿀 수 있다는데... 이건... 좀.... 이런 꿈 꾸는 사람도 있나...?
처음 셔누 좋아졌을땐 몬스타엑스 연습실에 있는 꿈 꿔서 한참 기뻐하고 열심히 셔누 찾았더니 내가 셔누이질 않나...
너네...증말......누나가 섭하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
어제. 이모가 솜이를 데리고 왔다. 이제 막 3개월 밖에 안된 강아지인데 아직 미용을 하질 않아서 솜털 그대로 옴.
이모가 커다란 민들레 홀씨를 안고오는 줄 알았다. 너무 귀여워....!!!! 나라면 이름 민들레로 지었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큰 민들레씨가 작은 민들레씨를 뿜뿜 뿜어내며 다님ㅠㅠㅠㅠ 우리 비록 두번째 만남이지만 널 사랑해ㅠㅠㅠ
애가 새침해서 자기 못 만지게 함... 자기 엄마 똑 빼닮음.
그래서 멀리서 줌인해서 찍음. 잠시 홈마의 마음이 이런건가 느껴봅니다....
그나저나 사진 뭔데. 나 손 떨었나... 나중에 연예인 봐도 사진은 안 찍을 듯. 눈으로 담아야지...
진짜 너... 너무 씹덕터져.... 저거 젤리 뭔데... 까만 젤리... 한번만 만지게 해줘...
솜이가 우리 솜이였음 저 발바닥 가만히 안뒀어... 맨날 만질거야....
빼빼로 먹을라고 뽀시락 거리니 내 다리로 올라옴.
야. 너 야망있는 강아지구나? 하지만 초코는 안돼. 절대 안됨.
댜니가 스트레칭 같은 거 한다고 사온 공에 관심을 보이길래 굴려줌.
그나저나 새침한 녀석 치고는 겁이 많은 것 같다.
겁나 그르렁 대는데ㅋㅋㅋㅋㅋㅋㅋ공을 못만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 모양의 삑삑이가 있길래 집어들어 요란하게 삑삑거려줌.
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삑!!!! 요리조리 미친듯이 흔들어주니 애가 눈을 까뒤집고 달겨들었다.
그래 이 녀석아 이게 바로 진정한 놀이다..!!
내가 밍밍이 놀아주던 솜씨를 너에게 뽐내주지...!!
이모는 약간 무기력한 타입이라 이렇게 열정적으로 놀아주지 않음.
한참 놀아주다가 애가 꾸벅꾸벅 졸길래 재우고 화장실 갔다 나오는데 눈이 마주침.
3초정도 멈칫했는데 그녀석의 눈빛에서 나는 느낌. 너. 아직 덜 피곤하구나.
나는 우렁차게 짖으며 솜이에게 다가감. 그래 우리 대화를 해보자꾸나.
그르러어렁갸ㅓ다러엉ㄹ월우러욱루억!!!!!!!!!!!!!!!
솜이가 조용히 그르르... 하며 다리를 척 뻗음.
솜이와의 2차전이 시작됨.
때마침 엄마가 퇴근해서 집에 들어옴.
엄마 : 어머 솜이 저 쬐깐한게 짖기는 엄청 짖네!! 큰 개인줄 알았어!!
엄마 미안. 방금 그거 내가 짖었어.
3.
월요일. 저번에 찍은 CT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에 갔다. 병원한번 갔다오면 진이 다 빠져... 이게 과연 안 아프기 위해 가는 병원이 맞는가...
조금 긴장했는데 다행이도 결과는 좋은 편이었다. 염증수치 백혈구 수치 뭔놈의 수치들이 이렇게 많은건지... 암튼 다 좋았음.
운동을 많이 한 것 같다고 건강해 보인다고 칭찬해주심.
근데 선생님.... 재작년에도 CT결과 좋았다가 한달뒤에 입원하고 수술하지 않았었나요...?
그게... 급성이라... 예측할 수 없어.... 최대한 스트레스 받지말고 잠 많이 자고 .... 무리하지 말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일개 소시민이 제일 지키기 힘든 것을 말씀해주시네여... 그럼 면역억제제는 언제까지 먹나요...? 저 요즘 너무 피곤하고 기억도 오늘내일 해여.... 턱에도 뭐가 자꾸 나여... 여기까지 오는데도 너무 피곤하네여....
그것도 부작용 중 하나긴 한데.... 아직까진 방심할 수 없으니까 좀 더 먹어야해요. 혈액 검사나 다른 검사에서 큰 부작용은 없으니 그대로 유지할 수 밖에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리고 시간되믄 초음파 검사 받으러 산부인과 가보자.
헐 왜여? 뭐 있어요?
오른쪽 난소에 물혹 있더라. 원래 여자들은 산부인과 가서 정기적으로 검사 받아야 하는거 알죠?
물혹이여? 안 좋은 애인가요...ㅠㅠㅠㅠㅠㅠ
아니 모양은 나쁘지 않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가봐요.
넹... 다음주 쯤이 정기 검진일이라 가야해여... 간 김에 초음파 검사도 받을게여....
그래여 그럼 3개월 뒤에 봐여~ 1시간전에 와서 피검사도 하고~
피검사ㅠㅠㅠㅠㅠ네 ㅠㅠㅠㅠㅠㅠㅠ안녕히 계세여ㅠㅠㅠㅠㅠㅠㅠㅠ
받아야하는 검사가 또 늘었다. 다른 사람들다 다 이런거 꼬박꼬박 받고 사나...?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뻗어서 기절. 와. 너무 멀어.
망할놈의 90번... 미친 각설이마냥 온 동네 다 휘젓고 다니네 그냥....노선이 오만군데를 다 들르게 되어있어....
4.
화요일. 월요일에 이사하신 할머니댁을 청소하러 출동함.
전날에 병원가느라 낮잠도 못잤는데... 세네시간 정도 자고 새벽출근하고 바로 할머니댁으로 가니 너무 피곤하다.
점심도 못먹어서 이마트서 커튼 사는 김에 왕만두 두개랑 내가 진짜 단거 먹을때만 먹는 아메리카노를 삼. 너무 졸려...
그나저나.. 왕만두가 왕만두가 아니더라... 그게 왕만두면 내 키는 걸리버.... 두개면 될 줄 알고 샀는데 더 배고팠음...
아메리카노 한번 쭈우욱 빨고 장비를 꺼내봄.
그래 오늘 커튼도 달고 그 뭐냐 시계도 달아야 한다지?
잠깐만... 아버지...? 드릴은..? 드릴 어디에....? 콘크리트 벽이라 드릴이 필요하시다던 아버지....
드릴은 왜 부품만 가져오셨나요...? 아빠에게 피드백을 요구합니다....
결국 콘크리트에 못을 박아야하는 시계를 아빠가 하고 나무벽? 공벽? 그런 곳에 달아야하는 커튼을 내가 달기로 함.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 팍팍나는 듯.... 이제 다 할아부지가 커튼을 달 줄 모르셔서 생긴 일이야....할아버지는 못질은 커녕 전구도 못가심...
여차저차 커튼을 조립하고 혼신의 망치질로 천장 그 언저리에 커튼을 달았음.
키가 안닿아서 의자밟고 올라갔는데 덜컹덜컹하니... 스릴 있고... 식은땀나고... 남들 키클때 뭐했냐... 성장판 어따 갖다 팔아먹은겨...
겨우겨우 일을 마치니 바로 일이 주어진다. 허허... 여기 일 풍년이구만...ㅎㅎㅎㅎ
엄마는 화장실 청소 오랜만에 쉬는 댜니는 가구와 가전제품을 닦음. 나도 거기 껴서 냉장고 닦았다.
할머니가 몸이 아픈데 맨날 혼자 청소하심. 혼자 힘없이 청소하시느라 여기저기 묵은 때와 먼지가 잔뜩이다. 할아버지 얄미워 진짜.
강력세제 등장. 라텍스 장갑을 끼고 비장하게 시작함.
뿌리고 때벗기고 마른걸레로 물기 사라질때까지 계속 닦아준다.
냉장고와 김치냉장고를 닦고 나니 그 뒤엔 바구니 대잔치.. 이집에 바구니 한 백개는 있는듯....
그 뒤 두시간동안 바구니만 닦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할머니 이 많은 바구니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건가요ㅋㅋㅋㅋ저번 이사때도 반은 버렸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집 바구니들 번식력... 대단하네....ㅎㅎㅎ
계속하다 보니 세제가 장갑안으로 들어갔는지 손바닥이 퉁퉁 부어서 빨개져 있음. 다음청소때는 목 긴 고무장갑을 사와야지.
그 뒤 부엌찬장을 쓸고 닦고 정리함. 이건.. 진짜... 어휴.... 할머니... 뜯은 튀김 가루만 세봉지 나왔어여...저도 종종 그래요....
5분만 쉬어라 라고 해서 소파에 구겨지듯 쳐박힘. 아 졸리다.
그리고 나를 깨우는 아빠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뜸. 뭐야 나 한시간이나 잤네. 진짜 말 그대로 기절이었음.
아빠가 청소 끝났다고 갈비 먹으러 가자해서 비몽사몽 갈비 먹으러 감.
너무 맛있다ㅠㅠㅠㅠㅠ밥 반공기와 갈비와 냉면을 야무지게 해치움ㅠㅠㅠㅠ
엄마가 운전하기로 하고 댜니는 처음처럼. 아빠는 참이슬 나는 카스로 달림. 우리집 취향 너무 제각각...
중간지점에 있는 댜니가 아빠랑 먹을때는 소주를 나랑 먹을때는 주로 와인을 먹음. 아님 내가 소맥을 먹거나.
나갈때 배가 너무 불러서 댜니와 산책하고 집에 감. 너무 피곤해서 씻으면서 졸았음.
병원+청소+외출+강아지 콤보가 어우러지니 진짜 이번주는 일상생활 불가다.
너무 피곤해서 출근도 겨우겨우 했어.
그래도 오늘 쉬니까 좋다. 조금 있다 일어나면 융융이랑 종각으로 닭한마리 먹으러 가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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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를 찍어도 입은 조잘조잘
1.
CT찍는 날.
아침부터 너무 기분이 안좋았다.
병원가는 날은 그놈의 주사 때문에 항상 예민해져 있지만 특히나 CT는 조영제 때문에 제일 두꺼운 바늘을 써서 더 예민함.
검사를 받을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안 아프려교 하는 검사인데 어째서인지 더 피곤하고 몸이 아파지는 기분이다.
2시 30분 예약이라 10시부터 금식. 물도 마시지 말래. 으으 난 금식도 싫어. 배고파.
뭐.. 네시간정도 물을 안 마실 수는 있지만 왠지 먹지 말라니까 목이 마르고 그르네...
심지어 병원도 멀어... 대학병원이라 다른지역까지 나가야 한다고...그나마 버스 한방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있어서 다행이야.
근데 버스 노선의 거의 끝에서 끝이기 때문에 가는데만 한시간 반이 걸린다.
가는 내내 자면서 간 것 같다. 자다가 설핏 깼는데 어느 고딩이랑 눈이 마주침. 아. 나 눈뜨고 잤나. 괜히 민망해진다.
편하게 잘때는 잠버릇도 없고 조용히 눈 잘감고 자는데 불편하게 자면 이상하게 눈을 뜨고 잔단 말이지... 눈이 시큰시큰했다.
그리고 도착.
도착하자마자 피부터 뽑으라 했으니까 채혈실로 직행했다. 익숙하게 찾아가는 것이 좀 별로임.
환자카드를 내니까 바로 CT찍으시져? 저쪽으로 따로 가셔서 기다리세요 담당 불러드릴게요.
의자에 앉아 경건하게 마음의 준비를 했다. 주섬주섬 겉옷도 미리 벗어두고.
곧이어 수간호사 포스를 내뿜으시며 한분이 나에게 오셨다.
바늘을 촤르륵 꺼내는 순간 눈앞이 핑 도는 것이 현기증이 난다. 어이구... 저 두꺼운 것을 ......
보퐁 팔꿈치 앞쪽이나 팔뚝에 꽂지만 여의치 않았음. 주사자국이 많네요... 입원을 오래하셨나봐요.
넹... 일년이 지나도 그게 점이 된건지 도통 사라지지가 않네요. 그나저나 제발 한번에...한번에 꽂아주세요....
손등에 꽂기로 함. 세상... 손등 아픈데.... 심지어 손목 뼈 부근이라니... 벌써부터 뼈가 시큰거린다.
간호사님은 한방에 핏줄을 찾으셨지만 좀 여의치 않으셨는지 한참을 바늘을 요리조리 움직이심.
으으...으으어어어.... 노래에 집중하려 애썼다. 운명을 흑흑 넘어...으억...디스...흑....이어...어어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한참을 피를 뽑으시고 고정해주심.
자 이제 CT찍으러 가세요~ 나는 굽신거리며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하고 재빨리 나옴. 빨리 찍고 이걸 뺄거야.
으으으... 다시 봐도 끔찍.... 입원할때도 저거 꽂고 링거 세네개 주렁주렁 매달고 다녔었는데...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옷을 갈아입으라 해서 환자복으로 갈아입는데 저거 건드릴까봐 혼자 고요히 꿈틀거리며 옷을 갈아입음.
다음부터는 속옷 안 입고 가버릴거야. 바지도 지퍼때문에 갈아입느라 혼남. 다음엔 원피스 입고 가야겠다.
쫄보 어디 안간다고 조영제 들어갈때도 천천히...천천히 약 넣어주세여....핏줄이... 따가와요....ㅠㅠㅠㅠㅠ
조영제가 들어가면 몸이 뜨끈뜨끈해진다. 그리고 목구명에서 묘하게 이상한 약맛이 난다.
근데 이건 음.... 느낌이 별로군. 정도라서 괜찮아. 저놈의 바늘만 아니면.
나오자마자 바늘 빼주셔서 너무 좋았다.
왜 30분 이내에 떼달라고 한걸까.
조영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20분만 있다 가라고 하셔서 얌전히 기다림.
이전에도 몇번 받아봤는데 별다른 부작용이 없었음. 나는 웬만한 약에는 부작용이 없는 듯.
그래도 나는 바늘만 아니면 말을 잘 듣는 편인 환자이므로 얌전히 기다림.
그리고 20분이 되었을때 저 밴드도 떼도 되는거겠지 싶어 슬쩍 뜯어보니 피가 조금씩 나오더라고 애써 무시하고 버림.
피도 뽑았겠다. 시간도 벌써 세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배가 고픈데... 짜장면이 먹고 싶었다. 내가 호수공원쪽은 놀러 자주 가봤어도 이 쪽은 입원 아님 진료로만 와봐서 뭘 먹어본적이 없어.
설마 짜장면집 하나 없겠냐. 그래도 여기 나름대로 번화가 아닌가.
내 착각이었다.
월요일에 비가 많이 왔잖아? 나는 우산을 쓰고 삼십분을 넘게 헤맴. 진짜 입에서 욕이 나오는데 이쯤되면 안 먹음 안 될 것 같아.
사실 애저녁에 도착했는데 거기 없어졌더라? 네이버지도... 무슨일이야...내가 너 이러라고 꼬박꼬박 업데이트 시켜주는줄 알아?
그러고 바로 옆 블록에 또 있다고 해서 가는데 하...참나... 아니...한 블록이 우리 아파트+옆아파트 단지보다 크면 어쩌자는거지...?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바람은 오지게 불고 머리고 바지고 다 젖었고 난 이제 집에 가고 싶고. 버스정류장은 이미 멀어졌고. 진퇴양난임.
결국 꾸역꾸역 도착. 서러움을 담아 탕짜면을 시킴.
이때까진 행복했다.
첫입 - 헐 대박 여기 대박맛집 완전 맛있어.
두입 - ....응?
세입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맛이 없어.... 나 웬만하면 짜장면 다 맛있게 먹는데 이거 너무 심한거 아니오.. 면 왜 납작+두꺼워...? 탕수육 왜 누린내나?ㅠㅠㅠㅠㅠㅠㅠ
여러모로 눈물의 짜장면이었음.
푹 젖은 상태로 버스 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타고 자다깨다를 반복하며 집으로 돌아감.
와 너무 춥고 졸리고.... 집에 오니까 몸이 흐물흐물 풀렸다.
바로 욕실로 들어가 뜨거운 물에 몸을 욱여넣고 멍하니 있었음.
그와중에ㅋㅋㅋㅋㅋㅋ피 뽑았으니까ㅋㅋㅋ두꺼운 바늘이니까ㅋㅋㅋㅋ물 안 들어가게 할라고 팔 한쪽 들고 있었음ㅋㅋㅋㅋㅋ
씻고나니까 몸을 주체할 수 없이 졸음이 밀려왔다.
머리도 못말리고 방으로 들어와 순자와 민식이를 껴안음. 익숙한 섬유유연제 냄새가 코로 확 들어오더니 최면에 걸리듯 잠들었다.
눈을 뜨니 새벽 다섯시. 출근해야지....^^
고양이 이야기 2.
이것은 잠시 임보했던 고양이 밍밍 이야기.
밍밍은 성격이 정말... 진짜.. 내가 사람하고도 이렇게 안 싸워봤어...
내가 얘랑 살면서 어떤 반려동물이든 환상으로 시작해서 키우면 절대절대 안된다고 느낌.
반려동물은 귀엽다고 무조건 키우면 안됨. 질좋은 생활을 어느정도 포기할 각오로 시작해야함.
그렇다고 무턱대로 화를 내거나 혼내도 안됨. 얘네는 사람이 아니니까...
고양이도 주인도 같이 살기위해 훈련을 받아야해.
나도 잘 알았으면 밍밍이랑 같이 사는 동안 조금 덜 싸울 수 있었을텐데.
밍밍은 고양이 치고는 식탐이 너무 많아서 밥 먹을때 고생 꽤나 했음.
아니 무슨 놈의 고양이가 닭볶음탕에 환장을 해..?
상에 앉아 먹고 있으면 느낌이 이상해.. 그러다 아래를 쳐다보면 밍밍이 아래에 누워 내 눈치를 보고 있음.
이러고 보고있음.
내가 잠시 다른데에 눈을 돌릴라치면 손만 빼꼼 내밀어서 뼈를 훔쳐가려함.
음식 가져갈까봐 계속 감시해야함. 안 그럼 어느새 뼈 하나를 훔쳐 소중히 품에 쥐고있는 녀석을 볼 수 있음.
안돼...이놈아... 너 이거 먹음 아야해... 빼앗으려하면 하악거리면서 손을 물어버림.
치킨에도 미친듯이 반응함. 닭고기를 좋아하나 싶어 닭고기 맛 간식을 사줬는데 그건 입도 안댐. 이놈새끼 뭐지...
쓰레기 봉투는 묶으면 무조건 바로바로 내놓아야함. 숨겨놓거나.
내가 쓰레기 내놓으려고 싱크대 찬장에서 묶은 쓰레기 봉투를 꺼내놨다가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적 있음.
그날은 진짜 재앙이었다. 1분사이에 처참하게 줘터진 쓰레기봉투가 나를 반김.
밍밍은 그 난리통 안에서 행복하게 소세지 껍따구를 핥고 있었음. 아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다.
뭔가를 먹으면 설거지도 바로바로 해야함. 잠시라도 두면 안 됨.
한번은 자기전에 간짬뽕을 먹고 냄비에 물을 부어놓음. 그날은 너무 피곤해서 설거지 내일 할래.. 하고 양치만 하고 누움.
한참 자는데 어디선가 찰박거리는 소리가 나더라고....
순간 오소소 돋는 소름에 벌떡 일어나니까 Aㅏ.... 밍밍아... 앞발이 새빨개진 밍밍이가 그 앞발에 혀를 쭉 내밀다 나와 눈이 마주침.
진짜 헐레벌떡 뛰어가 애 앞발을 잡아챘으니 망정이지 좀만 늦었어도 먹을 뻔... 새벽에 울면서 동물병원 갈 뻔 했다.
물론 놀라서 눈물 찔끔거리며 그 새벽에 밍밍이 앞발 씻겨줌. 이놈새끼야.. 그 손으로 그루밍이라도 했음 너 난리났어 임마...
전에 키우던 주인이 출장을 자주 나가서 출장 갈 때마다 사료를 한통을 쏟아붓고 나갔었다고 했다.
밍밍이는 8개월이 다 되어갈 무렵까지도 이름도 없이 그렇게 며칠을 혼자 지낸 날들이 많았다고.
오히려 주인이 없을때는 거의 먹지를 않아서 처음 왔을때 좀 마른 상태로 왔었다.
주인이 출장을 갔다오면 미안하기도 하고 애가 밥을 안 먹으니 애한테 간식을 잔뜩 사줬었다 전해들었다.
처음 왔을때도 사료는 안 먹고 계속 간식만 찾아서 고생했음.
간식만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을까봐 엄청 맘 졸였다. 어찌어찌 해서 간식을 많이 줄이고 사료 위주로 넘어가긴 했는데
이것 또한 문제인건지... 갑자기 애가 사료를 폭식을 하기 시작하더라고...
처음엔 애가 사람이 옆에 있으니 잘 먹네.. 흐뭇...하고 지켜봤는데 가만 봤는데 이놈 이거 먹어도 너무 먹잖아..?
고양이 세마리 키우는 친구를 불러 밥그릇을 보여주며 물어봤었다.
야.. 얘 너무 먹는다... 이러다 비만되는거 한순간이야... 자율배식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살찌면 건강관리하기 더 힘들어져...
너 밍밍이 임보라며... 좀 있음 보내줘야 하는데 건강 관리 안 되면 애 입양보내기 더 힘들어져.
물론 쭉 같이 살더라도 건강관리는 필수야. 우리 ㅇㅇ도 병원가면 혼나. 맨날 좋아하는 것만 먹는다고.
그때 쓰던 밥그릇이 옆에 버튼 딸깍 누르면 사료가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밥그릇이었음. 내가 그걸 잠그지 않아서 계속 나왔던거였대.
그래서 잠가놓고 식사시간을 정해 그때만 버튼을 누르기로 함.
며칠은 그게 잘 지켜지는 느낌이었음. 하지만 나는 알아버림. 이 놈은 범상치 않은 놈이었다는 것을...
어느날 자고있는데 얘가 우다다 하면서 나를 밟고 지나감. 으레 있는 일이라 녀석... 하고 눈을 살짝 떴는데 보고 말았다.
앞발로 버튼을 눌러 사료를 먹는 밍밍의 푸짐한 뒷모습을..
그동안 누른만큼 싹싹 긁어먹어서 몰랐던 거였음. 세상에... 그동안 얼마나 먹었던거야... 어쩐지..!! 사료가 빨리 줄더라니...!!!
버튼을 없앰. 그냥 위에 있는 통 뚜껑을 열고 밥을 퍼주는 걸로 바꿈. 뭔가 퇴행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좀 그랬지만 어쩔 수 없지.
그리고 며칠 후, 퇴근 후 전쟁난 집을 볼 수 있었음.
도대체... 뚜껑을 어떻게 연거야... 통을 옆으로 쓰러뜨려 뚜껑을 열어놓음. 그리고 그 속에서 수영을 했는지 온 방안이 사료밭이었음.
결국 밥그릇 하나만 내놓고 사료통 자체를 싱크대 윗 찬장에 넣었음.
그랬더니 내가 잠을 잘 때마다 딸깍딸깍 거림. 가만히 지켜보니 싱크대 위로 올라가 그걸 열려고 앞발로 열심히 문을 흔들고 있었음.
이대로 놨두다가는 저것마저도 열 것 같아서 찬장문에 테이프를 붙여놓음.
그날 밍밍은 짜증이 많이 났는지 내 이불에 오줌쌈.
혼내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물어봤더니 코를 딱콩하면서 혼내면 애기가 안 그런다네.
근데 코 탕탕을 하려고 해도 혹시 너무 세게 때리면 어떡하지 싶어서 앞에서 손만 바들바들 거리다 물림.
다른 방법으로 나쁜 밍밍이! 하면서 분무기로 물을 칙! 한번 뿌려주라는데
물칙칙이 하고 나면 언제나 희생양은 내 이불이 됨. 물 맞아서 열받은 밍밍이가 바로 내 이불에 오줌쌈.
저거 일부러 그러는거 맞음. 평소에는 자기 화장실서 오줌 잘 쌈. 근데 자기 짜증난다 싶으면 무조건 내 이불가서 오줌싸더라. 나쁜 밍밍이.
뭔가 이것저것 쓰고 싶은데 얘 식탐얘기로 삼십분을 썼네.
나머지는 나중에 또 쓰고 싶을때 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