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 기상. 전날 새벽3시에 잠들어서 좀 더 자고 싶었는데

미용실에 가야한다고 엄마가 깨움.



-엄마.. 나는 머리 안 해도 될 것 같아...


-너 뿌리염색 해야 한다며. 엄마아빠 갈 때 같이 가.



-나 어제 새벽에 잤어... 어제 거울보니까 투톤 같아서 예쁜 것 같아....

나 좀만 더 잘게... 오늘은 일요일이고 난 내일 출근.. 자야해....



-그 검은 뿌리나 감추고 말하시지..? 빨리 일어나.



결국 일어나 엄빠 따라 강제 미용실..

엄마는 먼저 미용실에 가고 나는 잠이 안깨서  옆에 있는 이디야 가서 라임 에이드를 사서 미용실로 향함.

미용실 앞에 엄마가 허망하게 서 있었음.


-엄마 왜 안 들어가고 뭐해?


-....정기휴일.




정기휴일이 언제 바뀌었죠?

나는 그렇게 에이드 한 잔 사고 집에 다시 옴.


옷을 갈아입고 다시 자려는데 엄마와 막내가 속닥속닥.


-엄마 나 교보문고 가야하는데. 데려다주면 안됨요?


교보문고는 일산에 있음. 체력이 약한 막내는 많은 책을 들고 올 수 없음.

그럼 차가 있는 엄마를 꼬셔야함.


-ㅇㅇ 짐꾼으로 소소를 데려가자.


결국 엄빠와 나, 막내 재외출.

아니 아빠가 있는데 굳이 나를 짐꾼으로 쓰시려는 이유가 뭐죠...?


여기서 나는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

그랬다면 내 카드는 무사 했을텐데...


교보문고는 롯데아울렛 지하에 있음.

나는 그전부터 롱패딩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음. 

귀찮아서 안 사고 있었는데 마침 딱 와버린거임.

그럼 어떡해야함? 어쩔 수 없이 쇼핑 시작.

아빠도 덩달아 롱패딩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음.


근데 올해 롱패딩 무슨 일 있습니까..? 내 사이즈 죄다 매진...

아빠는 옷에 관심이 없지만 한번 살 때 굉장히 까다로움. 

여기에 지퍼가 달려서 싫고 여긴 이 마크가 싫고 색이 조금 흐려서 싫고 여기에 주머니 달린거 싫다는 이유로 

롱패딩이란 롱패딩을 다 찾아와도 다 거부.


결국 포기하고 교보문고 가서 책 구경.

몇가지 사고 싶은 책이 있었는데 나에겐 알라딘 적립금이 있음. 알라딘가서 사야지.

동생 책만 6만원이 훌쩍 넘게 나옴. 나중에 뺏어 읽어야지.


나는 배고파서 도넛 하나와 커피를 마심.

결국 나는 일산까지 와서 도넛하고 커피를 마시고 집에 가게 생김ㅋㅋㅋㅋㅋ

우동먹으러 일본 가는 거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넘하네 증말.


집에 가려는데 아빠는 롱패딩이 꼭 사고 싶었음.

결국 옆에 백화점 ㄱㄱ.

하지만 그곳도 내가 사고 싶은 롱패딩의 사이즈는 없음. 눈물...

아빠는 마음에 드는 롱패딩이 없음.

걍 집가자 하고 나옴. 아니 3시간동안 롱패딩만 찾다 끝남.


그 사이 나는 막내의 생일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막내에게 가디건을 뜯김.

막내 생일 12월 30일. 

막내는 그 날 무슨 무릎검사 해야한다고 영리하게 미리 선물을 챙겨감.

정작 둘째 생일이 내일.

둘째 또한 이미 2주전에 무슨 그릇 박람회 가서 그릇 산다고 용돈을 뜯어감.

다들 생일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

이제 겨울은 엄마 생일만 남게 됨.

 나는 왜 생일이 혼자 여름이라서 어영부영 넘어가는지...

이번 년도 생일은 어쩌다 쇼핑가서 갑자기 엄마와 둘째가 

 앞으로 결혼식도 가야하는데 원피스 하나 필요하지 않니? 하며 원피스와 구두를 사 줌. 

난 구두를 못 신음. 발 아픈거 짱시룸. 

그렇게 친구 결혼식에 딱 한번 입고 여태 못 입음.

나도 다음부터는 미리 잘 생각해보고 영리하게 뜯어내 봐야지.


그리고 집에 가려는데 아빠는 여전히 롱패딩이 꼭 사고 싶음.

집가는 길에 파주 롯데 아울렛 감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곳은 전쟁터. 아니 무슨 행사를 하는 모양인지 사람이 복작복작.

그 곳은 그냥 물건이 다 없었음.


그러다 어느 매장에 들어간 순간 나는 인생 코트를 발견함. 저건 내 거임.

원래부터도 그곳 코트를 좋아하던 나는 절대 들어가지 말았어야 했음.

롱패딩 사러갔다 더 비싼 코트를 사게 됨.

심지어 이것도 매진이라 주문해놓고 옴ㅋㅋㅋ일주일 걸린대ㅋㅋㅋㅋㅋ

집에 와서 문득 든 생각. 롱패딩도 주문이 가능한데.... 

코트에게 한 눈에 반했나 봄. 내 인생에도 첫 눈에 반하는 일이 생기다니..


그 곳에서 막내는 영리하게 엄마에게 생일선물로 코트를 뜯어감.

그리고 막내는 나에게 속삭였다.

'수요일엔 둘째언니 쉬니까 가방을 뜯어낼거야...'

이 자식. 손해는 안 보고 살 듯. 이 놈이 세상 사는 법을 아네.


아빠는 결국 롱패딩을 못 삼. 하지만 아빠는 롱패딩을 포기 할 수 없었음.

사람이 많이 없다는 덕이동 아울렛으로 감.

롱패딩 원정대냐고....


그곳에서 드디어 아빠의 인생 롱패딩 찾음.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집에 와서 엄마랑 막내는 먼저 올라가고 아빠랑 짐을 내리는데 아빠 콧노래 부르심.


-아빠 그렇게 좋아?


-그럼 엄마가 사준건데~ 흐흥흐흥흐ㅡ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안 입는 날에 너 한번 입게 해줄게.


-ㅋㅋㅋㅋㅋㅋㅋㅋ고마워 아빠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 오늘 롱패딩 못 샀음 큰일날 뻔 했구나 생각이 듦. 다행이야 진짜.




오늘의 주제 


롱패딩은 가을에 미리 사자. 찾아보니 90과 95는 없다. 심지어 100도 없음.

생일 선물을 받고 싶다면 미리 받아놓자. 

롱패딩을 사러간다면 롱패딩만 보셈. 괜히 구경이나 해볼까 하다가 계획에 없는 소비를 하게 됨.

 코트 예쁜 거 많아서 두개 살 뻔. 엄마가 말림. 원피스 쪽에도 서성거리다 엄마한테 잡혀 옴.

 




때는 2015년 11월. 가족끼리 오랜만에 월미도를 감.

가는 중간중간 여기저기 들리기도 하고 워낙 오래되어서 기억이 희미함.

하지만 나에겐 너무 강렬한 기억이 하나 있으므로 사진을 보며 추리를 해볼거임.



가족들과 둘째의 남친을 끼고 월미도를 룰루랄라 감.

우리 가족은 누구를 어디 놀러갈때 누굴 잘 끼고 놀러감.

예전엔 3박 4일 속초 여행갈 때 새벽에 출발했는데 아파트 입구에서 술먹고 귀가하던 

내 친구가 우리한테 인사하다가 같이 속초 간 적 있음. 걘 짐 하나도 없어서 우리가 빌려줌.

납치는 아님. 그냥 갈래? 했는데 걔가 ㅇㅇ 갈래요. 한 거임.

근데 그런식으로 몇 번 내 친구들과 놀러간 적 있음. 아님 밥을 먹던가.





세 자매와 둘째 남친. 납치 아님. 행복해보이지 않음?

안 행복하면 저렇게 같이 사진을 찍을리가 없음. 우리 가는데 같이 낑긴거임.

물론 내가 제일 행복해 보이는 것 같긴한데...



월미도는 오락장이 진짜 많다. 그래서 도장깨기 시도.

펀치기계란 펀치기계는 다 쳐본 것 같다.

둘째가 언니가 요즘 몸에 화가 많은 것 같다고 잠시 쫄았음.





세상 진지한 대결.

둘 다 말 한마디 없이 쳐내기만 함.





사격도 하고. 현직 군인을 사격으로 이겨서 기분이 좀 좋았음.

물론 실제와 다르겠지만.

그나저나 이날은 비도 오고 바람도 많이 불어서 머리가 난리였군....





애기들만 저런 기구를 탈 수 잇다는 편견을 버려... 은근히 스릴 있음.

뱅글뱅글 돌면서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하는데 무게가 쏠려

막내와 한쪽으로 쭈구려져서 탐.





나름 기념 사진도 찍음. 근데 진짜 내 동생 사진 더럽게 못 찍는다.

내 다리 저렇게 안 짧아여... 내 동생이 키가 커서 위에서 찍어주셨다. 넘하네 증말.

입에 문 것은 사격해서 딴 부부젤라.

하루종일 뿌뿌거리다 결국 둘째한테 뺏김.



오늘의 메인 이벤트.. 슬링샷.



원래는 막내가 타고 싶다고 조르는데.

가족들 모두가 외면했었다. 물론 나도 외면했음.

아니 대부분의 놀이기구가 2인용이라 내가 부끄럼을 무릅쓰고 다 타줬는데

여기서 뭘 더 어떻게 해여...애기들 사이에서 낑가타느라 민망했다고.



하지만 포기를 모르는 막내는 이것저것 하는 내내 가족들을 설득.

가족들은 단호히 잠깐의 즐거움에 목숨을 내놓을 수 없다며 거부.

막내는 그나마 잘 놀아주던 나에게 치대기 시작함.

하지만 나도 저건 싫어. 거부거부.



결국 울먹거리는 막내에게 져버림.

아니 이게 울 일이냐고. 얼탱이가 터져서 진짜.

근데 애가 너무 타고 싶어 하잖아여ㅠㅠㅠㅠㅠ타줘야지.





결국 탐.

 

기구 운영하는 아저씨가 8초면 끝난다고 나를 다독이심.

나는 8초를 되뇌이며 마음을 굳게 먹음. 그래 눈 딱 감고 8초만 버티자.

앉아서 기다리는데 별안간 의자가 뒤로 젖혀짐. 내가 너갱이가 나가서 설명을 제대로 못 들었는데 

세상에 하늘을 본 상태로 새총 쏘듯 쏘아 올려지는 거래......

나는 흐린 하늘을 보며 탄식했음. 내가 새총의 탄환이 되어 버리다니...

숨도 제대로 들이키기도 전에 나는 하늘로 보내짐.



빙글빙글 돌아가며 위로 아래로 온갖 모션을 취하며 왔다갔다 함.

8초가 8초가 아님. 진짜. 8년은 좀 오바고 체감상 10분 탄 느낌임.

고딩 때 월미도 바이킹을 타고 봤었던 주마등을 이때 또 봄.

눈을 뜰 수 없었음. 눈 떴으면 최소 기절했었을 거여...



나는 처음으로 막내 앞에서 쌍욕을 함.

주어없는 욕도 했지만 막내에게도 욕을 조금한 것 같음.

타는 내내 너무 한스러웠고 서러웠고 세상이 미웠음.

나는 왜 사서 고생을 할까. 앞으로 세상 이렇게 만만하게 살지 말아야 겠다고 다짐함.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시간이 지나고 나는 너덜해진 상태로 내려옴.

근데 탈 땐 없었던 사람들이 우글우글 몰려와 기구에서 내리는 우리를 구경하고 있는 것이 아님?

나는 어리둥절 했음. 보여야 할 가족들은 안보이고 왜 낯선 사람들이..?

사람들 틈 구석에 숨어있던 가족들을 찾아냄. 그리고 이유를 앎.



내가 너무 크게 소리를 질러서 사람들이 큰일났나 싶어 몰렸는데

모니터로 생중계되는 내 얼굴을 보고 다들 웃고 있었던 것.

얼마나 크게 소리 질렀냐면

옆옆에 디스코 팡팡 돌리는 DJ아저씨가

'이야 저기 슬링샷 한번 화끈하게 타는 아가씨가 있네요! 욕이 찰지구만.'

이라고 할 정도로.



가족들은 모니터의 내 얼굴을 재빨리 찍고 창피해서 구석에 도망가 있었던 거였음.

배신감이 약간 몰려옴. 그리고 나도 창피해지기 시작.



둘째는 친절하게 모니터로 생중계되는 내 사진을 찍어줬다.





너무 친절해서 눈물이 다 나오네...어우...고맙다야......너무 고맙네.....



아니 내 얼굴 뭐 저렇게 생겼냐 진짜. 지금도 조금 현타가 오는 것 같은데...

지금도 가끔 내 친구들 사이에서 짤로 쓰임.

잊을만 하면 단톡에 올라옴. 내 인생 사진임.



막내는 행복했고 한번 더 타자고 나를 꼬셨으나

내가 몰랐음 몰랐지 알게된 이상 다신 절대로 타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도 안 탈거임. 진짜. 저거 비슷한 것도 안 탈거야.



이 날의 교훈 : 슬링샷을 타기 전에 내 얼굴이 찍히는지 알아두자.




1탄을 올리고 막상 귀찮아져 미뤄뒀던 제주도 여행기를 이제야 씀.

말이 여행기지 여행 아님. 볼 일만 후딱 보고 왔습니다.

다음번엔 여행을 가보는 걸로. 아마 봄 쯤? 


첫 날은 저녁쯤 도착해 하루를 보내고 자고 인난 아침.

조식은 건너뛰고 12시쯤 숙소를 벗어남.

이제 집 갈 일만 남았는데 비행기 시간은 다섯시.

영 아쉽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남았고 해서 함덕 해수욕장에 가보기로 마음먹음.

그전에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닙니까.


하지만 초행길. 나의 교통수단은 택시뿐.

뭔가 분위기 좋은 곳을 가기엔 시간 여유가 조금 부족할 것 같아

지인 추천으로 갈치구이 먹으러 감.





백리향 백반집.

진짜 여기 추천 맞냐고 세번 물어봄. 백반집은 우리 동네에도 있다며...

저기 문 옆에 보이는 종이가 대기순번표라며 추천추천을 그렇게 하심.

갈치를 그날그날 바로 잡아서 올리는거라 질이 다르다며 영업하심.

바로 수긍하고 들어감.





내부는 이렇다. 뭐.. 가격대는 양호.

친절하게 제주도 관광지도를 붙여놓으심.

 갈치 먹으러 왔으니 갈치구이정식을 시킴.





전체적으로 간이 삼삼.

갈치는 살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부드럽고 담백함.

제육볶음도 괜춘 같이 나온 쌈이랑 열심히 먹었다.

파전 맛있다.


나온지 30분도 안되어 흡입을 했기 때문에 별 다른 기억은 없다.

전체적으로 담백한 맛.


그리고 바로 택시 타고 ㄱㄱ





가는 길.  이 날은 오전에 비가 조금 내린 뒤라 그런지 날씨가 별로였음.

왜 항상 내가 어딘가로 떠나면 비가 올까. 망할.

여행만 가면 한번을 안 빼고 내가 온 지역만 비가 옴.

도깨비가 방영된 뒤로 한동안 내 별명 도깨비였음. 넘하네 증말.



그래도 일단 걸어나 보자 싶어 조금 걸었다.





물이 엄청 맑음.





그리고 바람이 엄청 불었다.

그래도 기념사진 한장 얻고 싶었던 나는 카메라를 켰고

미친듯이 부는 바람에게 3분만에 져버림. 




기념사진은 무슨. 포기. 추워. 너무 춥다고. 포기.



내 멘탈을 조져버리는 바람을 피해 카페로 피신.





(안락)


여기 카페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분위기 괜찮았는데 말이지.





창가자리는 이렇게 바다를 볼 수 있게 되어있다.

바로 앞에 베란다 같은 것이 있어서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바다가 보여서 좋음.

앉아서 한참을 멍 때림. 

바다는 아름답지만 바람이 너무 강력했음. 뺨따구 열대는 맞은 느낌.

그렇게 앉아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함.



그리고 다시 용기내서 나옴.





이번엔 가는 길이 아닌 해수욕장으로 가봄.

바로 앞에 있는 곳은 카페인데 자리를 굉장히 잘 잡은 듯 싶다.

비가 와서 그런지 길에 사람이 1도 안 보였는데 여기 다 몰려 있었다.

테라스가 있는데 거기로 바로 파도가 칠 만큼 바로 앞에 바다가 있었다.

앉아서 볼 수 있게 해놔서 차 한잔 하면서 멍 때리기 좋을 듯.

잘 알아봤으면 여기서 커피를 마시는 건데.

뭘 마신지 30분도 채 안되어 안 들어감. 다음엔 꼭 여기로 와봐야지ㅎㅎ



그리고 포기를 모르는 나는 다시 한번 셀카를 시도해 보았다.





안해. 내가 치사해서.... 퉤.







걷다보니 구두에 모래 백만개 들어가서 우글거림.

그래도 에메랄드빛 바다는 너무 예뻤다.

잘게 부서지는 파도가 마치 유리구슬 같았음.







유리구슬 같은 파도에 홀린 듯 가까이 다가가서 한장 더 찍음.

그리고 매서운 파도에게 물 싸다구 맞음.

생각보다 강력한 파도 였음. 역시 바다는 무서워. 얕 볼 것이 못 됨.



이렇게 짧게나마 혼자만의 여행도 끝내고 비행기를 타고 다시 돌아옴.

아.. 맞다. 나 백년초 초콜릿 좋아하는데 간 김에 살걸.

나는 감귤 초콜릿보다 백년초가 더 맛있더라.



원래 나에게 가을바다는 5분이면 끝나는 감상일 뿐이지만

그래도 사진보다는 실물.


그리고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질리지 않고 봤다.

이런저런 생각을 할 틈도 없이 풍경이 눈앞으로 밀려들어왔다.

그래서인지 두세시간은 넋놓고 봤었음.



다음번에는 여유를 가지고 다시 이 곳을 볼 수 있기를.

화창한 바다를 보고싶다.



어제 집에 가니 둘째가 반달가슴곰 잠옷을 입고 누워있음.

(요즘 가슴반달곰에 꽂혀서 가슴반달곰이라 놀림.)



-왔냐. 왜 이렇게 일찍 왔냐.



-나 원래 이 때 들어옴. 오늘 쉼?



-ㅇㅇ. 벌써부터 출근하기 싫다.



-ㅇㅇ.나도.



-언니. 일산 안 갈래? 나 심심.



-ㄴㄴ 귀찮. 밥 먹고 씻고 낮잠잘거임.



-아 왜. 나 혼자가기 심심하단 말야.

그리고 일산에 있는 카페에 겁나 잘생긴 직원있음.

언니 잘생긴 사람 좋아하잖아.



-오.



-가자.


-ㄴㄴ 낮잠자야함.



- 잘생긴 사람 실제로 보고싶다며. 그래서 몬엑보러 콘서트 간 거 아님? 마라톤도 하고.



-ㅇㅇ



-가자.



-ㄴㄴ 낮잠자야함. 예정된 스케줄이 아닌 이상 나가지 않는다.

몬엑은 내가 적어도 2주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간거임.

이거 진짜 사랑아니냐. 사랑이 아니고선 이럴 수가 없다 내가.



- ...다른 사람들은 더 많이 걔네 보러 가지 않나.  님은 사랑 운운할 자격없음.

언니는 앞으로 잘생긴 사람 보고 싶다는 말 하지마라.

집에만 쳐박혀 있으면 잘생긴 사람이 우리집 문이라도 부시고 들어올 줄 아나.

학원도 나가기 싫다고 인강이나 들을 놈.



-... 어떻게 알았음? 나 요즘 인강 들음.




-언니는 진짜 태생부터 글러먹었다....



- 난 피곤하다면서 쉬는 날만 되면 미친 각설이마냥 돌아다니는 네가 더 이해안감. 

집이 최고야. 이불이 최고야. 밖은 너무 춥고 무서워.



- 그런 사람이 한번 나가면 새벽에 나가고 새벽에 들어와?



-나갈때 한번에 다 해결해야해. 겸사겸사. 집 들어오면 끝이야.



- 암튼 니는 이제 내 앞에서 잘생긴 남자 타령하지 마라.



집순이와 각설이의 대화. 각설이는 너무 부지런하다. 

공부도 꼭 밖에 나가서 함. 집중 안된다고.

옷이 불편하면 공부 잘 안 되던데. 조용해서 잠이 더 잘오궁...

집에서 음악 틀고 휘뚜루마뚜루 퍼질러 누위서 하는 공부가 제 맛 아닙니까.



알바 끝나고 집가기 전 앉아 쉬는데 뫄뫄쌤한테 호출당함.

막내의 설움을 나에게 토로하심.

최근에 그만두신 분들이 많아 적적하신 모양.

나도 그래ㅠㅠㅠ 나와 같은 시간은 아니지만 오후에 공부하다 자주 놀러갔었는데.



뫄뫄쌤 - 누나.. 뿅뿅누나랑 땡땡누나가 보고싶어요..


소소 - 저번 주 금요일에 다 같이 봤자나여. 조만간 또 약속 잡읍시다.


두런두런 얘기 중 불쑥 끼어든 거대한 그림자. 솨솨쌤(38세. 자칭 큐피드)



솨솨쌤 - 뭐야 둘이 여기서 뭐해?(은근)


소소 - 얘기여.

솨솨쌤 - 요즘 은근 둘이 자주 얘기해~ 뭐야! 뭐 있지?

소소 - 그럴리가.

솨솨쌤 - 우리 뫄뫄 괜찮지 않아? 몸도 좋고 집안도 좋고ㅎㅎ 나이도 어려!



소소 - (외면)


솨솨쌤 - 왜~ 둘이 한번 만나봐~ 둘 다 애인 없잖아??ㅎㅎㅎ

소소 - 너무 어려요. 



아니 사람이 앞에 있는데 왜 자꾸 그러시는지...ㅎㅎ

내 스타일 아니라고... 외모도 성격도... 그리고 진짜 너무 어리다고.


솨솨쌤 - 야 요즘 5살차이가 뭐가 많냐. 너 요즘 좋아하는 걔네도 다 너보다 어리잖아.



[소소는 치명타를(을) 입었다.]

꾸꿍이가 뫄뫄쌤보다 더 어리지...ㅎ..ㅎㅎㅎ..나는 왜 쓸데없이 일찍 태어나서.. 밥만 몇 공기 더 쳐먹고..



소소 - 제가 그 친구들과 사귈 생각은 안 하잖아요.


솨솨쌤 - 그러니까 주위에서 찾아보라고^^

소소 - 제가 굳이 왜여..?

솨솨쌤 - 겨울이고 좀 있음 크리스마스고 연말인데 안 외로워?

소소 - 전혀요. 외로웠음 진작에 누구 잡아채서 옆에 뒀지. 둬봤는데 딱히 좋은걸 못 느껴서요.

솨솨쌤 - 니가 그런거 귀찮아 하니까 결국 연예인만 쫓아다니는거 아니냐.



소소 - 그거하고 연애는 별개져. 연애는 쌍방소통이고. 덕질은 마음의 안식임. 트루러브. 참사랑.

 그리고 연애 귀찮습니다. 안해요. 적어도 내년까지는 안 할거임.


솨솨쌤 - 너 셔누가 사귀자면 사귈거잖아.


소소 - 그건 나 좋은 일이고. 당연한거 아녀? 천년의 사랑도 가능.



솨솨쌤 - 근데 왜 연애를 안해.

소소 - 그러니까 그걸 굳이 왜하냐고요. 연애 안 함 죽습니까? 이제 그만 주책 좀. 


솨솨쌤 - (상처)



뫄뫄쌤 - 근데 제 의견은 왜 아무도 안 물어보시는지..?



소소 - 쌤도 저 쌤 스타일 아니잖아여. 알아여 알아. 우린 가는 노선이 달라.

뫄뫄쌤 - 맞아여. 제 스탈 아님. 저 썸녀 있음.

소소 - 그러니까. 왜 젊은 남자만 나타나면 저랑 못 엮어줘서 난리세여.

저번엔 그 ㅇㅇ쌤 저저번엔 ㅁㅁ쌤, 그 전엔 ㅍㅍ실장님.

뫄뫄쌤 - 어? ㅁㅁ쌤 소소쌤한테 고백했다 차였어요. 솨솨쌤. 이제 포기하세요.



솨솨쌤 - 뭐야 굳이 거절까지 했단 말이야? 걔 그래서 그만둔 거 아냐?



소소 - 그럴리가여. 암튼 이제 엮지마셈. 저도 곤란하고 괜히 소문이라도 나면 골치아파여.



솨솨쌤 - 아~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너 꼬시는건데.


뫄뫄쌤 - 아..쌤..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소소 - 내가 넘어갈거란 보장을 어쩜 그렇게 당당하게 하시는지..? 쌤.. 양심 좀...



솨솨쌤 - 야 나도 그 나이 땐 잘나갔어.



소소 - 제 이상형. 잘생긴 남자.



솨솨쌤 - 그러니까 내가 말이야..



소소 - 잘생긴 남자라고 지금 두번 말했어요 나.



솨솨쌤 - (상처)

뫄뫄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소 - 귤이나 드셈. 아까 아주머니들이 잔뜩 주심. 저 갈게여 ㅂㅂ



그만 좀 엮어요... 연애하고 싶음 내가 알아서 할게요...

소개팅 그만 말해요.. 쌤 친구들 소개받고 싶지 않아여...

치마 좀 입는다 치면 다들 남자 만나러 간다고 난리난리..

너무 그러시면 제가 몬엑보러 간다고 말하기 민망하잖아요....

수줍게 몬둥이만 보여주게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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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멍뭉이...스트레스 너무 쌓여..
고양이한테 뽀뽀 받고싶다...

잘생긴 남자를 가까이서 구경하고 싶다
팬싸 언제하는지 알아봐야겠네..
도전 해본다... 뭔가 민망해서 시도도 안 해봤는데
가서 응원도 열심히 하고 나도 힐링 좀 하고

따뜻한 포옹도 필요해..
하지만 내 동생들은 질색을 하지

죠리퐁 먹고싶다....
거진 4일 안먹었으니 한봉정도는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내일 산책 2시간할게...


스트레스를 풀어보려는 필사의 몸부림.
잠 좀 자자 제발! 순자도 누나 좀 도와주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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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달만에 술한잔 걸치러 밖으로 나가네여.

반주 이런거 아니고 그냥 술마시러 만나는 약속은 한두달에 한번 정도.

반주보다는 많이 마시지만 그래도 취하게 마시지는 않는데.

요즘은 안 취해도 어느정도 많이 마셨다 싶으면 숙취가 있다.

아직 30대도 안 되었는데 이러는 건 너무 슬퍼 ㅠㅠㅠ

힘을 내. 내 몸뚱아리야....


아빠는 이시간에 어딜나가냐고 혹시 연애하냐 물어보시지만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모든 일들이 밤에만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내가 남자가 어디있어.

뭐 만나는 남자가 있음... 어? 내가. 어? 주말에. 어? 김장도 하고.어? 맨날. 어? 집에만 있겠어?

집에 있는 몬둥이와 앨범들을 보세여 아빠...!!

아빠 사위는 저 앨범 안에 있어. 

장점은 잘생겼고 단점은 저기서 안나와.



(내적 오열)



지금은 그만 둔 직원들을 오랜만에 만나는건데.

너무들 늦게 끝나신다ㅠㅠㅠ 새벽까진 있지 말아야지 그래도.

술을 다들 잘마셔서 내가 거기에 말려들까봐 걱정임.

내 주사는 집와서 샤워하고 바로 자는건데..

이렇게 자면 숙취가 장난 없다고 ...  술 깨고 자야해.

내 목표는 집와서 뮤비 해석 3편을 마저 쓰는 것.


그리고 이제 나갈 시간 다 되었다.

시간 잘 때웠다. 시간은 남았는데 너무 심심했어.

이렇게 떠들고 가서 또 떠들거야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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