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요일 오후. 융융과 홍대에서 만났다.
이정도면 홍대 완전 우리동네 아니냐..
낮부터 삼겹살이 먹고 싶었다. 삼겹살 먹을라고 점심 안 먹음.
오후 두시라니.. 어정쩡하자나여..? 하지만 늦잠을 포기할 수 없어...
그냥 간단히 엉생가자. 했는데 사람 많음ㅠㅠㅠㅠ넘나 많음ㅠㅠㅠ 줄 서기 싫어ㅠㅠㅠ
그래서 메인 그 길이 아니라 옆길로 새서 고깃집을 찾음.
엄청 큰 고깃집 하나 있어서 거기로 들어감. 이름 기억안나.. 그냥 들어갔어.. 너무 추웠으..
홍대 나가니 나 빼고 다 까만 롱패딩입고 있더라..? 서울은 따뜻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이럴땐 16시간 지속되는 박상병 핫팩이 최곱니다...
암튼 들어감. 삼겹살 3인분에 밥 두공기 시킴. 냉면 먹을라 했는데 밥이 좀 더 급했음.
옆에 거적떼기처럼 널린 김치와 부추.. 저래보여도 맛있었음...
너무 맛있게 먹었다. 냉면도 먹고 싶었는데 밥 한공기 다 먹으니 배불러서...
같이 나온 소금과 칠리소스가 너무 맛있었다. 쌈장과 소금과 칠리소스만 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음.
하지만 부추와 구운김치까지 야무지게 쌈싸먹음. 최고최고^^7
2.
먹고나서 뭐 하지 하다가 카페에 가기로 함.
너무 춥기도 하고 아침에 운동을 잠깐 하고 나와서 다리가 후들거렸음.
좌식 카페로 가자. 전에 둘이 같이 갔던 합정쪽에 있는 좌식 카페로 가기로 함.
가는 길에 뭐 좋은 거 있나 두리번 거리면서 걷는데 저 멀리 영롱한 빛이 우리를 따스히 감싸줌.
뭐지 하고 봤더니 비프루브? 암튼 그거 화장품 모델인 박보검의 등신대였음.
-오.. 박보검...
-오...
우리는 서로 말 한마디 안하고 홀린 듯 화장품 가게로 들어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둘 다 살 거 없음.
나는 세타필과 피지오겔로 난리난 피부를 겨우겨우 유지하고 있었고,
융융은 얼마전에 2+1으로 올리브영에서 보습크림을 샀다고 함. 아직 2개 남았대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처음보는 브랜드인데..?
- 아냐 작년부터 했었어. CF 못 봤어?
- 응 티비는 몬엑과 나혼자산다 볼때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녀는 보검복지부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팬클럽 이름이 보검복지부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프루브는 장사꾼이었다. 패키지를 저렇게 만들어 놓으면 누가 안 사겠냐고ㅋㅋㅋㅋㅋ
그녀는 보습크림을 사며 그의 사진이 박힌 패키지들을 득템함.
역시 보검복지부.... 내가 강남가서 앨범들을 사고 신촌에서 포카를 교환하는 마음과 같은 것....
나는 그녀를 이해하기로 함.
융융은 쇼핑백에도 보검 사진이 있었음 더 좋았을 걸.. 하고 아쉬움을 표현함.
-쓰면서 괜찮은 것 같으면 추천 좀. 세타필도 건조해...
-ㅇㅇ 세타필보다 나은 것 같으면 추천해줄게.
3.
이상하게 내가 어딜가면 사람이 그렇게 몰릴 수가 없다..
사람 한 명 없는 옷가게에 들어가면 갑자기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들어오고
음식점에 가면 단체손님이 갑자기 몰려오고
카페에 가면 커플무리들과 동창회를 하는 사람들이 몰려옴.
이런 사람들이 자기 장사하면 안 된다는데.. 난 절대 사업같은 거 하면 안 될 것 같다.
이번 카페도 자리도 많고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내가 들어가니까 꽉 참ㅋㅋㅋㅋㅋ 조금만 늦게 들어가도 좌식 자리 못 앉을 뻔...
아니.. 선생님들.. 카페가 여기밖에 없습니까..?

홍차라떼와 융융의 커피와 초코 크레이프 케익을 시킴.
초코 케익은 생각보다 달지 않았다.. 아.. 티라미슈 시킬 걸..ㅠㅠㅠ
홍차라떼도 따뜻한 거 시켰는데 아이스로 옴. 귀찮아서 그냥 마심.
아이스 홍차라떼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화장품들을 뜯어보며 보검 패키지에 감탄하며 시간을 보냈고
끝이 보이지 않는 아무말 대잔치를 했다.
대학때 이야기나.. 올림픽 개막식이나.. 각자의 구남친 험담이나..
역시 남자를 만나서 인생 망하는 경우는 있어도 안 만나서 망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망한 인생은 아니지만 적어도 흑역사들은 없었을텐데...20살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나를 후려쳤을거다.
'너! 이제부터 남자 만나지마!! 안 만나는 것이 너의 인생이 윤택해지는 길이야...'
뺨이라도 후려치고 도시락 싸들고 말려야지.
한참 깔깔 거리다가. 융융이 새로운 사진 앱을 깔았다고 하여 그 기능을 시험해 보기로 함.
뷰티플러스.. 음.. 예전에 써본 것 같은디...

요즘은 이런 합성이 유행인가 보다. 없는 앱이 없네.
심지어 이건 속눈썹도 붙여준다.ㅋㅋㅋㅋㅋㅋ필요없어ㅋㅋㅋㅋㅋㅋㅋ
속눈썹 붙여줄라고 멀쩡한 눈 찌그러뜨리지 말아달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이야.. 지금보니까 케익을 아주그냥 싹싹 긁어먹었네... 라떼도 다 마시고...
이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카톡 프사로 걸어놨더니 댜니가 한 마디함.
- 용썼네.
넘하네 진챠....
넌 내 앞니에 담긴 진심을 무시했어.
4.
나가는 길에 헐. 토토로가 있었네. 나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이제보니 토토로 배 구멍나써... 넘나 잔인한 것.... 생명을 유지하기엔 너무 큰 구멍이야...
그리고 아직 찢청은 무리인 날씨인 것 같아.
저 구멍사이로 추워서 벌개진 내 허벅지를 볼 수 있었다.
내 손 터지것네... 내가 무슨 영광을 얻자고 발목을 드러내고 다녔을까...
그리고 나가는 길에 큰 곰돌이에게 발목이 잡혀버림.
너도 가만히 둘 수 없지.

왕곰돌... 너무 귀엽다... 우리집에는 작은 순자만 있는데...
순자도 세탁하기 힘든데 너는 세탁하기 더 힘들겠지..
5.
가는 길에 길거리 버스킹을 조금 구경했는데
다들 중고딩 같은 느낌이다.
그나저나 남자애들도 화장을 무대화장처럼 해놨더라.. 이왕 하는 거 예쁘게 하지..
추워 죽겠는데 셔츠 한 장만 입고 추는 것을 보며. 크으. 역시 젊음이 좋은거여 속닥임.
그 중 여돌춤을 기깔나게 추는 남학생이 있었는데. 융융과 열심히 박수치면서 봤음.
이상하게 나는 남자가 여돌 춤 잘 추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
예전에 잠시 아는 사람이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너무 잘춰서 잠깐 설렌적이 있었음.
융융이 너 그거 취향 좀 의심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는데.
왜죠. 그게 귀여워 보일 수도 있지.
같은 이유로 몬토리즈 급구합니다.. 제발... 전 그걸 가져야겠어요...
내가 민혁이 여장에 넋 놓고 볼때는 이해해주던 융융이
셔누 여장 귀엽다니까 고개를 절레절레함. 아니 왜죠? 다 같은 귀여움인데요? 내 최애가 셔리임.
6.
집에 돌아오니 댜니 남친이 와 있었음.
소고기 파티중이었던 가족들이 나보고 고기 먹을라고 일찍 들어왔냐고 놀림.
아니.. 소고기가 있는 줄 몰랐는디요...

아니.. 나 없는 사이에 뭘 이렇게 먹고 있었던 거야.. 불렀어야지...(서럽)
정인이가 와인을 사왔길래 와인과 구운 파인애플, 까망베르치즈를 먹었다.
와 진짜 최고. 내 최애 안주가 될 것 같은 느낌. 소고기 보이지도 않았어...
그렇게 와인 한병을 다 먹고 밤중에 뛰쳐나가 초코하임 한 박스 사다먹음.
EBS에서 세 얼간이 하길래 열심히 봄. 무삭제판이라 너무 좋았다.
나 그 여자주인공이 사랑에 빠져서 두비두비 둡빠야~ 이 노래 부르는 거 너무 좋아.
삭제판엔 딱 이게 빠져버려서 너무 아쉽단 말이야.
사실 나는 이미 두 번 보고 다른 사람들은 안 봤는데 내가 제일 열심히 봄.
볼때마다 재미있어.. 크으.. 란초... 님은 대천재....
세시간이 넘는 영화라 보면서 술이 다 깸. 오 ㅎㅎ 하고 잠들었는데.
내가 와인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했지...?
그 다음날 심각한 숙취에 시달리며 주스 1.5리터 박살냄.
아니 자기전엔 말짱하다가 자고 인난 후에 오시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와인님...
일요일은 기절. 기절. 그리고 또 기절의 날이었다. 주스만 마신 날.
주말은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워.
마치 좋아하는 사람이랑 헤어지기 싫어서 동네를 돌고 도는 느낌.
뭐... 다들 사랑에 빠지면 그런다던데.. 내가 주말을 보내는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정말 잠들기 싫었어.